론(理論)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사상(事象: 사건 현상)을 논리적으로 일반화한 체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찾아낸 이론을 배우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이론을 구축해 가는 것이 학문의 세계다. 그러므로 현대에 와서는 사건이나 현상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학문으로 분화되고 있다.최근에 와서 ‘부자’가 관심의 대상이 되자 부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필자도 그중 한 사람으로, 다소 어색하지만 ‘부자론’ ‘부자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다.이론은 왜 필요한가. 이론은 두 가지의 중요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설명력과 예측력이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은 왜 일어나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들의 관심이며, 이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훌륭한 이론, 우수한 이론이란 ‘설명력’과 ‘예측력’이 뛰어난 이론을 말한다. 어떤 현상에 대해 ‘왜냐하면’이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수긍될 때 그 이론은 힘을 가진다.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이런저런 반론을 대면서 예외를 제시할 때 이론의 힘은 약해지고 더 강력한 새로운 이론이 요구된다.또한 이론을 적용해 미래를 예측해 보고 그 결과를 비교해 예측력이 우수하면 좋은 이론이 되지만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것 같으면서도 예측한 결과가 맞지 않으면 그 이론의 힘은 약해지는 것이다.경제학과 경영학에서 파생된 작은 한 영역인 ‘부자론’은 부자와 관련된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려 하고 있다. 여기서는 특히 부자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다루는데 사회과학은 ‘사람’과 ‘시간’이 개입될 때 매우 복잡하고 변칙적으로 나타난다. 자연과학은 결론이 명확하지만 사회과학은 결론이 모호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시중에 나와 있는 부자에 관한 수많은 책들은 대체로 부자에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과 부자와 보통 사람과의 차이점을 추출한 내용을 다룬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부자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인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부유층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실증적으로 조사한 토머스 스탠리는 설문 분석을 통해 백만장자를 설명하는 다섯 가지 요인으로 진실성, 자기관리, 사회성, 성실성, 좋은 배우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어떤 경우도 충분하게 부자를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은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부자 이야기는 언제나 오묘하고 재미있는 것이다.현상을 체계적으로 관찰,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얻게 된 단편적인 경험적 인식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비록 논리적이거나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사물의 이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잘 처리하는 능력을 우리는 ‘지혜’라고 부른다. 이러한 지혜는 체계적인 학문을 통해서라기보다 오랜 경험과 통찰로 얻어지기 때문에 설명력보다 예측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현실에 있어서는 지식보다는 지혜가 더 실용적이고 유용한 측면이 있다.미래는 불확실성의 바다다. 미래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불행한 것은 우리 모두는 미래를 위해 미래가 오기 전인 지금 현재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선택해야만 하는 의사결정, 이것이 미래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에 선택 문제는 두렵다. 여기서 우리는 점을 치거나 아니면 이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무어라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점술에 의존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이론에 근거해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큰 전제를 가정한다. 즉,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는 단절되지 않은 하나의 연속체라고 보는 것이다. 미래는 과거를 바탕으로 일어나며, 우리가 정작 살아가는 시간은 언제나 현재뿐이며 과거는 죽은 자의 것으로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고 미래는 신의 것으로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미래를 추정하는 근거는 과거의 자료이며 과거의 경험적 자료는 통계로 산출될 수 있고 통계 자료가 모아지면 다시 확률의 형태로 변형돼 우리에게 미래의 가능성 예측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형태로 나타난 잠정적 결론이라는 것이 이론의 한계다.미국 듀크대학의 브레인 이미지 연구센터 소장인 스콧 휴텔 박사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IQ가 비슷하면서 자수성가한 고졸의 부자 집단과 대졸의 보통 사람 집단을 둘로 나누어 같은 문제를 주어 풀도록 하고 뇌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문제를 푸는 동안 두 집단은 모두 ‘배외측전전두엽’이라는 뇌의 특정 부위를 사용했는데, 두 집단 간의 차이점은 보통 사람들은 뇌의 다른 부위도 왕성하게 사용하는데 비해 부자들 집단은 이 ‘배외측전전두엽’에 의존해 문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상우 박사가 2004년에 SBS와 함께 이를 재현한 바 있다.뇌과학자들은 이 부위가 사람의 뇌 중에서 가장 이성적인 부분이며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사고를 다양하게 하는데 지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부자는 이 부위가 특별히 잘 발달돼 있고 이러한 부자들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패턴화하는 능력이 보통 사람들 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A, Z, B, Y, C, ?’. 이 문자의 배열에서 C 다음에 올 문자를 20초 안에 맞히라고 할 때 부자들이 답을 더 빨리 잘 맞힌다는 것이다(이 문자열은 알파벳이 처음과 끝에서 번갈아가며 나오는 것이므로 정답은 X다).이와 같이 부자들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발견되지 않는 어떤 리듬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고 이 능력은 ‘배외측전전두엽’이 발달된 때문이다. 이 뇌의 부위는 반복되는 훈련으로 개발될 수 있다.물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카오스 이론과 복잡성의 과학은 그동안 과학자들이 해석하지 못했던 복잡한 현상 속에서 규칙성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40년간 연평균 25%의 놀라운 수익률을 올린 워런 버핏은 철저하게 기업의 내재 가치를 계산하고 주가의 리듬을 찾아낸다. 버핏은 주가는 궁극적으로 내재 가치에 회귀한다고 믿으며 이 내재 가치보다 주가가 낮아질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 투자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일궜다. 1998년 버핏은 온스당 5달러에 엄청난 은을 사들였다. 이 투자를 위해 그는 은 시장에 대해 30년 이상 연구했으며 투자했을 때는 은값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 이후 650년 만에 최저점이 다다랐을 때였다고 한다.일본의 속담에 ‘바람이 불면 통 장수가 돈을 번다’라는 말이 있다. 언뜻 연결이 잘 되지 않는 ‘바람’과 통 장수의 ‘돈’의 인과 관계를 일본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바람이 분다’→ ‘모래가 날린다’→ ‘모래가 사람의 눈에 들어간다’→ ‘장님이 많아진다’→ ‘장님이 샤미센(三美線: 일본의 악기 이름으로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다)을 연주해 돈을 벌어서 생활한다’→ ‘샤미센을 만드는데 쓰이는 고양이 가죽이 필요하게 된다’→ ‘고양이가 감소한다’→‘ 쥐가 늘어난다’→ ‘쥐가 나무통을 갉아먹는다’→ ‘통 주문이 증가한다’→ ‘통 장수가 돈을 번다’물론 이것은 어떤 현상과 다른 현상이 단일한 인과의 연결고리로만 구성돼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부자들은 특히 돈의 흐름과 관련된 이러한 연관성을 파악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부자들은 경험을 통해 반복과 순환의 리듬과 패턴을 찾아내고 미래에 일어날 현상의 조짐 또는 징조를 미리 발견하고 남보다 한 걸음 앞서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에 나오는 백규(白圭)는 때의 변화에 따르는 물가의 변동을 잘 관찰했다. “그는 풍작일 때는 곡물을 사들이고 대신 실과 옷을 팔았으며, 흉작일 때는 비단과 솜을 사들이고 대신 곡물을 팔아 넘겼다. … 태음(太陰)이 묘(卯)에 있는 해에는 풍년이 들고 그 이듬해는 흉년이 든다. 오(午)에 있는 해는 한해가 일어나고 그 이듬해에는 수확이 많다. 유(酉)에 있는 해는 풍년이 들고 그 이듬해에 흉년이 든다.자(子)에 있는 해는 큰 한해가 일어나고 그 이듬해에는 수확이 많다. 그리고 홍수가 지는 해가 있으면 태음은 다시 묘(卯)로 돌아간다.” 이러한 풍년과 흉년의 변화를 보며 사고팔고 했으므로, 백규의 재산은 해마다 배로 불었다고 한다.부자를 단순히 운이 좋아 한밑천 잡은 행운아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간파하지 못하는 현상 간의 관련성과 패턴을 찾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전진문 영남대 경영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