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마케팅 10배 즐기기

난 3월 롯데가 명품 전용관인 에비뉴엘을 개점하면서 갤러리아가 오랫동안 독점해 온 명품 전용 백화점 이미지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본격적인 명품 고객 마케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두 백화점뿐이 아니다. 현대 신세계 등 다른 대형 백화점들도 명품 매장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롯데-에비뉴엘, 아트마케팅에 역점초가을을 맞은 9월8일 저녁 서울 소공동의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에서는 이색적인 파티가 열렸다. ‘패션과 문화의 만남’이란 주제로 명품관 고객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초대한 것. 파티를 주재한 사람은 장선윤 해외명품팀 이사로, 그는 신영자 롯데백화점 부사장의 딸이자 신격호 롯데 회장의 외손녀다.패션 멀티숍인 ‘엘리든’의 올 가을, 겨울 신상품을 소개하는 패션쇼를 신호탄으로 타로 카드, 젠가 게임 등 20, 30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놀이와 댄스 무대가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에비뉴엘의 브랜드 이미지와 패션 아이템을 주제로 ‘이중근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명품 고객을 위한 사교 강좌도 눈길을 끈다.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한 20여명을 소그룹으로 묶어 요리, 요가, 인테리어 강좌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강사는 각계의 최고 전문가를 총동원한다는 계획.‘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서비스도 도입했다. 명품관 고객 중에서도 VVIP급 고객 100여명에게만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1940년대 서양의 침실 분위기로 꾸며진 ‘멤버스 클럽’을 에비뉴엘 4층에 마련해 개인비서, 스타일리스트 등의 역할을 해줄 퍼스널 쇼퍼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 이 방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개인적인 모임도 가질 수 있다. 각 층마다 상품 전문가들이 배치돼 명품 고객의 쇼핑에 도움을 주는 ‘조언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얼리 컨설턴트는 보석이나 시계 등을 살 때, 웨딩 플래너는 각종 결혼 관련 상품을 구매할 때 정보를 제공한다. ‘VIP 타운카’ 서비스도 선보였다. 수입 자동차 회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소수의 VIP 고객에게 차량 출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에비뉴엘과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벤츠 2대를 예약제로 운행하며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백화점까지 고객을 모셔온다.명품관에서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에비뉴엘 멤버십 카드’ 회원은 고작 600명 정도다. 때문에 억대 연봉자라고 해서 회원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연간 구매액이 5000만원을 넘어야 한다.갤러리아-명품관, 신상품 ‘트렁크쇼’ 눈길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지난달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관 이스트 4층. 매장 한 켠의 ‘PSR(Personal Shopper Room)’ 문패가 붙은 방에서는 고객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인 ‘미니 패션쇼’가 열리고 있었다. 명품관 고객 중에서도 초우량 고객만을 대상으로 명품 신상품을 선보이는 일명 ‘트렁크 쇼(Trunk Show)’였다. 관객은 주부로 보이는 30~50대 여성 10여명. 진홍색 가을 벨벳 투피스를 맵시 있게 차려 입은 모델이 다가오자 일부 고객은 옷을 직접 만져보고 착용감을 묻기도 했다. “프랑스산 명품 여성 정장 크리스찬 라크르가 한 벌에 300만~400만원 한다”고 옆에 앉은 백화점 직원이 귀띔했다. 4명의 모델이 워킹을 끝내자 스타일리스트들이 최근의 패션 유행과 신상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트렁크 쇼는 고객들이 맘에 드는 정장을 한 두 벌씩 주문할 때까지 30~40분 동안 진행됐다.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트렁크 쇼를 도입한 갤러리아는 명품관 이스트와 웨스트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중 신상품이 들어오면 해당 브랜드를 주로 구입하는 S(Super)VIP 고객들에게 연락, 일정을 잡는다. 대략 한달에 3~4회 정도 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SVIP는 연간 3500만원어치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는 특별관리 대상 고객으로 약 400명이다. 주로 중소기업 사장 부인이나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로 백화점 전체 고객의 4%를 차지한다. 하지만 명품관에서 구매하는 금액은 전체의 32.9%나 된다. 갤러리아는 초기에 엄선된 200명에게 트렁크 쇼 초청장을 보내다가 올 들어 모든 SVIP 고객을 초청,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날도 참석 고객이 모두 3000만원어치 이상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는 SVIP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트렁크 쇼 초청은 물론 연극·영화 입장권 예매, 여행사 소개 및 예약, 식당 추천 등 집사(Butler) 서비스도 제공한다. 쇼에 참석할 때는 별도의 전용주차장에서 발레 파킹(대리 주차) 서비스를 하고 주차장 입구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매장을 지나지 않고 곧바로 행사장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쇼가 열릴 때는 고객 전용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하는 ‘쇼핑도우미(Personal Shopper)’가 동행, 고객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현대백화점, 톱 클래스 프로그램 강화현대백화점은 ‘톱 클래스 프로그램’을 통해 명품 고객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구매액과 내점 횟수에 따라 0.5∼9%까지 수혜율을 차등화한 카드 포인트 제도. 업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일종의 포인트 누진제다. 현대백화점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VVIP 고객들에게 해외 맞춤 여행, 유명 미술작품, 명품 식기, 프로골퍼 동반 라운딩 레슨 등의 부가서비를 제공해 준다.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등에서의 공연 관람, 인테리어 컨설팅 서비스, 법률 및 조세 상담, 종합병원 진료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5일 근무제 확대에 따라 크루즈여행 등으로 서비스 내용을 넓혀나갈 예정이다.구매액 기준 상위 1% 고객들은 점포별로 500∼2000명 정도 된다. 이들 고객을 위해 지난 봄부터 ‘컨시어즈 서비스(Concierge service)’를 도입,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컨시어즈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도와 드린다’는 취지의 개인 보좌관형 서비스로 일본에서는 미츠코시 이세탄 다케시마야 등 유명 백화점들이 장기불황의 돌파구로 삼을 정도로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