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445명 활동 경주마는 모두 1458필 총상금액 780억 … 경마시장은 6조 육박

부(富)와 말(馬), 돈(錢). 쉽게 조합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눈을 밖으로 돌리면 이 셋은 떼려야 뗄 수 없이 가까운 단어다. 영국인에게 말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통한다. 영국 왕실이나 귀족들이 즐기는 폴로(Polo)나 여우사냥(Fox hunting)에서 말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유럽 전역에서 말은 권위의 상징이다. 중세에는 얼마나 많은 수의 말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권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마주(馬主)의 권위 또한 대단하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아랍에미리트 세이크 왕세자는 모두 마주다. 서양의 상류사회에선 아직도 “마주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만 과거에는 말이 전쟁의 도구로 사용돼 권위의 상징처럼 비쳐졌다면 지금의 말은 스포츠와 경마에 활용되어 부의 상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토요일인 지난 7월16일 오후 2시 과천 경마공원 관람석 6층. 이곳은 서울마주협회와 과천마주클럽이 각각 운영하는 VIP룸으로 중년 신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 가운데서 전직 국회의원, 대기업 회장, 유명 탤런트 등 신문지상이나 TV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저명 인사들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과천 경마공원 내 마주클럽에서 소문난 말 마니아로 꼽히는 영화배우 김지미씨(본명 김명자). 그는 지난해 총 2848만원의 수익금을 거둬 전체 상금 순위 231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1억2179만원을 벌어들였다. 6월 말 현재 상금 랭킹 17위로 수직 상승 중이다. 이대로라면 연내 3억원 돌파도 가능하다. 김씨는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경주마 투자가 복덩이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고수익 입소문에 마주 경쟁률 상승 현행 규정상 마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한국마사회법 및 관계 규정상 제한을 받지 않는 자면 누구나 가능하다. 다만 벌금 이상의 형을 받거나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원, 마사회 임직원, 협회 관계자 등 경마 사무에 종사하는 자 등은 가입에 제한을 받는다. 개인은 재산세를 연간 30만원 이상 내거나 소득 금액이 연간 4000만원 이상이면 마주로 활동할 수 있다. 법인은 설립 후 사업연도가 2년 이상 지났고 자기자본이 20억원 이상, 최근 2년간 법인세 납부액이 5000만원 이상 돼야 한다. 또 생산자(목장 운영사업자)의 경우 생산 경력이 3년 이상이고 목장용지를 4만평 이상 소유하거나 5년 이상 임대하고 있으면 가능하다. 물론 이는 겉으로 내세우는 최소한의 심사 기준에 불과할 뿐이다. 통과 여부는 사실상 각 협회 내에 구성된 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서 가려진다. 여기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전만 해도 마주는 소득 수준이 높은 일부 상류층에만 허용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마주 등록은 곧 상류층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쟁적으로 가입하려는 부자들이 많았다. 주류사회 편입을 위해 당연히 지불해야 할 ‘수업료’로 생각했던 셈이다. 서울마주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결성된 90년대 초반만 해도 정치인, 유명 연예인, 변호사, 언론인 등 소위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친목단체 성격이 짙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경주마를 통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주사회에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2000만원 정도만 투자해 경주마를 구입한 뒤 훈련을 잘 시키면 수년 내 원금을 뽑고도 남는다”는 식의 투자 성공담이 퍼지면서 마주에 대한 관심이 최상위층에서 중상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주가 되는 기회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문호는 같은데 등록을 대기 중인 예비후보들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마사회 내 심사위원회의 선발 규정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마주가 한꺼번에 늘어나면 기존 마주들의 수익률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마주 등록 경쟁률은 3 대 1 정도다. 마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경주마를 당연히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보유말이 10마리를 초과해서도 안 된다. 이는 일부 마주에게 상금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매주 경마가 열리는 서울경마공원 내 마방(경주마 전용숙소)의 규모도 제한적이어서 마주의 보유 마필을 무작정 늘려주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마주들의 경우 타인의 명의를 빌려 말 보유를 확대하는 등의 편법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에서 마주 7~8명의 불법행위가 적발돼 협회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마주(법인 포함)는 총 445명이며 경주마는 1458마리이다. 업계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적정선을 이루기 위해선 마주가 450~470명 선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말 구입가 2만달러 이하로 규제 국내에서 경주마를 구입하는 경우는 크게 경매를 통한 공동구매와 개인 간 거래로 요약된다. 아예 생산자가 마주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으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에 나가 품종이 우수한 종마(種馬)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가격을 2만달러로 제한하고 있어 원하는 종마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경주마 경매는 대개 제주도 내에 위치한 제주경주마육성목장에서 1년에 4차례 정도 열린다. 지난 6월22일 열린 경매에서는 총 84마리의 경주마가 나와 24마리만이 평균 1963만원 선에서 낙찰됐다. 아예 생산자에게 찾아가 경주마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경주마를 생산하는 곳은 75%가 제주도에 밀집해 있으며 나머지 25%만이 전북 장수와 경기 원당 등에 산재해 있다. 외국 태생의 우수 종마는 대개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수입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입 제한 규정이 엄격한 데다 수송비 등 수입 비용이 1500만원에 달한다. 2000만원짜리 경주마를 수입하기 위해 1500만원을 쓸 필요는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2만달러 정도의 외국산 경주마는 국내산에 비해 품질 면에서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외국산 경주마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실정이다. 경주마는 대개 태어난 지 2년 이후부터 거래된다. 마리당 수명은 24~25년 이상이지만 경주마는 5년 이내에 결정된다. 구입한 지 3년 안에 수익을 거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한 마리당 출전 가능한 횟수가 한 달에 한 번. 보통 주말에 열리는 경주에 한 번 뛰면 체중의 7~8kg를 에너지로 소비하기 때문에 30~40일이 지나야 재출전이 가능하다. 결국 최대 출전 횟수는 1년에 고작 10번 정도. 여기서 모든 수익이 결정된다. 2억 이상 걸린 대상경주 1등하면 대박 마주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금은 오로지 상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각종 대회에서 거둬들인 상금에서 마필관리자에게 돌아가는 상금과 월 100만원 상당의 위탁관리비, 협회 운영비, 출전등록비 등을 공제한 나머지가 실제 수익금이다. 경주마는 1군부터 6군까지 등급이 분류돼 경기를 치른다. 각 군별 경주마에게 걸린 상금도 제 각각이다. 또 각 군마다 경주마들이 달려야 할 거리에도 차등을 두고 있다. 물론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경주마에게 내걸린 상금액수가 많다. 1군에 포함된 장거리 경주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마주에게 돌아오는 상금은 엄청나다. 처음에 데뷔한 경주마 중 국내산은 6군, 수입산은 5군부터 경주마로서의 인생을 시작한다. 각 군에서 상금을 많이 획득해 각 군별 조건 상금(기본 상금)을 초과해야만 상위 군으로 진급이 가능하다. 이 중 마주에게 돌아오는 수익금은 1등의 경우 전체 상금 중 52%, 2등은 22%, 3등은 13%, 4등은 8%, 5등은 5%로 차등 지급된다. 마주 입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상금액이 큰 대회에서 앞선 순위에 입상해야 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통령배는 총상금이 5억원, 코리안더비는 4억원 수준이다. 물론 이들 대회를 비롯해 총 상금 규모가 2억원 이상인 대회는 실력이 출중한 1군 경주마들이 출전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마주 입장에서 종마 투자는 손해 볼 장사가 아니다. 그러나 경주마는 움직이는 생물. 병에도 걸린다. 넘어져 타박상이라도 입으면 고스란히 부양자(마주)에게 치료 부담을 안긴다. 실제로 한국마사회가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게 제출한 ‘2005년 상반기 마주별 상금순위 현황’에 따르면 마주로 활동 중인 422명 중 308명이 수익을 거뒀을 뿐 나머지 114명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 등의 이유로 경주마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대개 처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퇴기’ 경주마들은 수도권 내 승마클럽으로 팔려 나가지만 경주마는 승마용 말과 품종 자체가 달라 이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대부분 식용으로 팔려 나가 말로서의 일생을 마친다. 간혹 경주마로서 훌륭한 입상 기록을 지녀 ‘씨수말’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마주로선 금상첨화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교배 비용을 받는 씨수말은 미국 켄터키주 오버부룩 목장(Overbrook Farm)에 있는 스톰캣(Storm Cat)으로 한 번 교배할 때마다 50만달러(약 50억원)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최대 경주마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마사회는 교배시 별도의 비용을 받지는 않고 있으나 민간에서는 우수한 품종일 경우 교배 비용만 500만~800만원을 호가한다. 통상적으로 경주마로서 활동을 끝마친 7~10세부터 교배에 들어가기 때문에 말이 20년 정도를 산다고 가정하면 10년 정도는 씨수말로서 활동이 가능하다. 1년에 약 50~100마리의 씨암말과 교배하고 있으므로 품종과 우승 경력만 뛰어나다면 1년에 수천만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종마 교배비 외국에선 50억원 넘어 경주마로 사용하는 말은 100% 서러브레드(Throughbred)종이다. 서러브레드는 승마를 즐기던 영국 귀족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말을 생산하기 위해 아라비아산 수말과 영국산 암말을 인공적으로 교배해 만들어낸 품종이다. 서러브레드는 키가 크고 몸매는 날렵하며 다리가 길어 스피드 면에서 탁월하다. 국내에서 경주마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모두 100% ‘서러브레드’다. 종마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경주 성적표다. 씨수말이 현역 시절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뒀느냐는 종마의 품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혈통이다. 서러브레드는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품종을 개량한 것이기 때문에 혈통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게 마련이다. 단고환(고환이 하나)이거나 앵무새입(윗입술이 아랫입술에 비해 현저히 긴 것) 등의 신체적 결함은 유전을 통해 후대에도 발생될 수 있어 값이 싸다. 하지만 시장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경기 침체기인 데다 사행심을 조장하는 산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부담스럽다. 실제로 경마공원을 찾는 인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로또 열풍도 경마시장이 위축되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한국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올 2~3세 종마 낙찰률은 평균 26.8%이고 지난해 39.8%에 비해 13%포인트나 떨어졌다. 매출액도 급감해 지난 2004년 한 해 총 매출액은 4조7527억200만원으로 전년도(5조6344억9400만원)보다 무려 16%나 줄었다. 2년 전(6조9876억1300만원)보다는 무려 36%나 매출액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경마를 사행산업으로 규정,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을 제정하고 있어 상황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또 외국산 말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국산마와의 질적 차이가 없으며 이는 결국 국내 경주마의 질적 수준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마주협회 오경의 회장은 “경마사업의 수익금은 농어촌복지기금으로 활용될 만큼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경마사업을 사행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바뀌어 경마가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마상금의 흐름도 : 선진국의 마주 영국 자키클럽 명예회원 133명…귀족들만 가입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마주는 부의 상징이면서 최고의 명예직이다.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마주란 귀족과 동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왕의 칙령에 의해 설립된 자키클럽은 현재 명예회. 거치도록 돼 있는데 통과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경주마의 열광적인 팬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마주에 대한 권위는 인정하지만 영국과는 달리 자본이 결합된 스포츠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각 주마다 경마위원회를 두고 경마 시행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영국에서 출발한 전통의 자키클럽은 서러브레드 혈통의 등록 및 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다. 현재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경마 조직인 전미서러브레드 경마협회는 경마를 프로농구(NBA)나 프로야구(MLB) 수준의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밖에 한동안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도 마주와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다. 전반적인 마주 관련 규정은 영국과 유사하다. 홍콩 내 마주들의 모임인 홍콩 자키클럽은 2004년 현재 회원수만 2만2093명으로 규모 면에서 아시아 최대를 자랑하고 있다.경마용어 설명ㆍ마주 경주마를 소유하거나 소유할 목적으로 한국마사회에 등록한 자. 마사회가 시행하는 경주에 소유마를 출전시키고 성적에 따라 소정의 상금을 수령한다.ㆍ조교사 야생의 말을 순하게 길들이는 한편 경주마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훈련시키는 사람. ㆍ기수 경주에서 경주마를 타는 사람.ㆍ마필관리원 훈련을 위해 마구간 주변을 끌고 다니는 일을 한다. 이는 보통 마방에 고용된 초보자들이 맨 처음 하는 일이기도 하다. ㆍ경마상금 경마상금 규모는 매년 마사회가 정해 공지하며 경주성적에 따라 1착(1위)부터 5착(5위)까지만 지급되는 착순상금과 일정 도착순위까지만 지급되는 출주장려금으로 구성돼 있음.ㆍ착순상금 경주마들의 경주성적이 1착(1위)부터 5착(5위)까지 들어올 경우 주는 상금. ㆍ출주장려금 경주마들이 대회에 참가한 것에 대한 장려금으로 착순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함.ㆍ부가상금 대상경주대회나 특별경주대회에 출마등록시 납부한 출마등록료를 착순별로 마주에게 차등 지급하는 상금.ㆍ경주보상금 경주출주 및 입상기회 상실에 대한 보상으로 경주가 취소되거나 주행 중지시 지급됨.ㆍ경주협력금 마필관리자의 생활안정 보장 및 제지원금으로 착순(1~5착)에 따라 지급하는 상금.ㆍ씨수말 번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거세하지 않은 말. ㆍ자키클럽 마주들의 모임. 미국의 경우 지난 1894년 설립돼 뉴욕에 근거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