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로… CF로… 잘 나가는 정은아 아나운서

리서 걸어오는 그녀에게서 싱그러운 꽃 냄새가 느껴졌다. 바람을 타고 다가오는 그 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나운서 정은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백만불짜리 미소’ 때문이다. 1990년 KBS 공채 17기로 데뷔해 방송과 인연을 맺은 지도 올해로 꼬박 15년째. 그러나 그녀에게서 그 세월의 ‘흔적’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광고주가 선호하는 ‘가장 믿음 가는 광고모델’ 영순위에 등극한 아나운서 정은아. 그녀의 웰빙 라이프 노하우를 들어봤다.“비타민 프로그램에서 테스트를 해 봤더니 신체 나이가 실제 제 나이보다 서너 살 아래로 나왔어요. 일주일에 네댓 번 꾸준히 운동을 해 온 덕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워낙 잘 먹고 잘 자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비타민’을 진행하면서 이런저런 건강상식을 알게 되니까 식탁에 예전과 같이 음식을 내놓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지방을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과 야채를 늘려 가면서 저희 집 식생활에도 변화가 온 게 사실이에요.”보기보다(?) 요리 솜씨가 뛰어나 시집갔을 때부터 어른들의 칭찬을 독차지했다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정은아(40). 15년 동안 방송만 해온 커리어 우먼의 모습과 똑 부러진 살림꾼 주부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서 시원스럽게 매치되지는 않지만 그녀의 요리 솜씨만큼은 방송국 사람들까지 인정하는 수준급이다.“요즘 한창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어요. 예전에는 한식도 배웠는데 양식에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서요. 학원에서 레서피를 배우고 나면 나름대로 응용하는 재미가 솔찮거든요. 남편도 그다지 양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기름기를 줄이고 담백하게 만든 제 요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요. 아내의 요리 솜씨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칭찬이라니까요.(웃음)”대학 때부터 ‘선배’로 불러온 까닭에 지금도 은연중에 ‘선배’라는 호칭이 먼저 튀어 나오는 남편 이철웅씨는 그녀에게는 최고의 지원군이자 벗이자, 또 동반자란다. 신혼 초에 집안일을 분업해 ‘몸’으로 아내를 도왔다면, 지금 남편은 온 ‘마음’으로 아내를 돕고 있다. 남남끼리 만나 이룬 가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피붙이처럼 느껴지는 관계. 아직 아이가 없는 그녀에게 남편이야말로 맛있는 것도, 좋은 구경거리도 제일 먼저 함께 나누고 싶은 대상 영순위다. 물론 남편 이철웅씨에게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도 없겠다. 백년 만에 찾아오는 폭염에 대비해 보양식인 삼계탕과 장어구이도 이들 부부가 어김없이 올 여름에 즐길 메뉴가 될 예정이란다.“저는 좋은 책을 발견한다든지, 맛있는 식당을 발견한다든지 혹은 좋은 문구를 보면 그걸 혼자 안고 있지 못하는 성미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추천하고 하면서 나누는 게 너무 즐겁거든요. 그래서 제가 일단 뭘 하나 발견하면 거짓말 아니라 제 주변의 최소 20명 이상은 다 같이 알게 돼요.(웃음)”이런 종류의 ‘감염’이라면 얼마든지 노출되고 싶지 않을까.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방송국 사람들이 그녀가 정성스레 싸들고 온 서양식 쿠키를 ‘정말 맛있다’며 먹는다는 사실은, 그들이 ‘정은아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돼 있다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헬스를 한 지는 한 10년 정도 됐어요. 예전에는 헬스클럽에 가면 몇 시간이고 했는데 요즘은 두 시간 정도로 줄였어요. 뭐든 적당히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1주일에 4~5일은 일이 끝나자마자 운동 하러 가고 운동이 끝나면 장을 봐서 집에 들어가죠.”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4일은 치열하게 일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 3일간은 남편과 쉬고 논다는 것이 그녀의 철칙이다. 아이가 없는 관계로 아직까진 남편과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지만 최근 5년간은 골프를 치는 일이 잦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그만큼 성격이 다른 여러 조직,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그녀에게 골프는 마인드 컨트롤을 보다 세련되게 할 수 있는 정신 수양의 바탕이 되고 있다.“골프는 사실 남편하고 같이 배우기 시작했는데 남편은 저만큼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좀 낫죠.(웃음) 전 핸디캡 13개 정도 되거든요. 이 운동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스트레스 지수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골프든 뭐든 전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 때문이죠.”15년차 방송인으로 불혹에 접어든 여자 아나운서로 그녀가 시청자들에게 늘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비결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식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성실성. 골프를 배우건 요리를 배우건 사전에 그 분야와 관련한 책부터 독파하고 시작하는 그녀의 건강한 열정은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인 셈이다.“많은 분들이 재테크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시는 데 제겐 가장 어려운 질문이기도 해요. 사실 전 그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보수적이에요. 일단 은행에 저축하고 그 다음 제2금융권을 알아보는 식인데 뭐 크게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지난해부터 주식을 조금, 아주 조금 하고 있어요. 남편도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주식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단순히 그 가치의 상승이나 하락보다는 주식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된다는 게 좋아요.”주식투자도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15년 방송생활을 통해 방송과 문화 분야는 어느 정도 터득도 했지만 경제만큼은 여전히 자신의 취약점으로 남아 있음을 발견했을 때 주식에 ‘필’이 꽂혔단다. 주식에 도전을 하자니 인터넷도 자주 봐야 하고 차트도 읽을 줄 알아야겠고, 그러다 보니 관련 서적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와 지금 서재에는 주식 투자 관련 서적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을 정도다.“참 재미있는 것은 요리건 골프건 주식이건 제가 무언가를 시작하고 푹 빠져 있다는 증거를 서재의 책꽂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책꽂이를 보면 내가 그간 가졌던 흥미나 취미생활이 한눈에 보이거든요.”불혹에 접어들며 그녀는 ‘인생의 우물’을 좌우로 넓혀가기 시작했다. 20~30대에 방송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에 치이기도 하며 오직 아래로만, 아래로만 파 내려 가던 우물을 옆으로도 파기 시작한 것은 서른 후반부터. 지금은 주변을 보듬을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그래서 그녀의 웃음은 화면 앞에서 보여주는 ‘방송용’ 이 아닌 ‘진짜배기’ 일 수 있다.“저는 불혹이란 나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뭐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때라고 봅니다. 항상 ‘오늘, 지금의 내가 좋다’는 자세로 살거든요. 늘 ‘나는 좀 괜찮은 거 같아’, 혹은 ‘내겐 나만의 특별함이 있어’ 하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애써요. 그나마 실력보다는 운이 좋아 정상의 자리에도 서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유목민보다는 농경민적인 체질을 타고나 아침잠이 적다는 그녀. 이변이 없는 한 오전 7시에 일어나 밥상을 차려 남편과 함께 먹고 일터로 향하는 ‘아침형 인간’ 아나운서 정은아는, 오늘도 그 특유의 ‘마력’ 으로 아침을 신선하게 열어젖힌다. 불혹 이후에도 지금의 얼굴을 잃지 않는 것이 결국 ‘자기관리’ 라는 그녀의 마지막 멘트는 참으로 고개 끄덕여지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