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레오나르드라는 미국 식품회사는 그 입구부터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로비에 그 회사의 유일한 규정 두 가지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규정1은 고객은 언제나 옳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규정2를 보시오인데, 규정2로 고개를 돌리면 다시 규정1로 돌아가시오라고 되어 있다. 그만큼 21세기 기업에 있어 고객만족은 선택 여부를 떠나 경영 원칙이자 생존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21세기 고객은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래 세 가지 정도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싶다.첫째, 이미 보편화한 개념인 ‘프로슈머(Prosumer)’다. 단순히 소비에만 그치지 않고 제품개발과 유통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가 상품의 모든 단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둘째, 감성과 가격을 모두 중시하는 ‘밸류 컨슈머(Value Consumer)’를 들 수 있다. 즉, 최고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상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가격은 더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셋째, 움직이는 소비자인 ‘트랜슈머(Transumer)’다. 원래 트랜슈머는 다국적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피치사가 처음 정의한 용어로, 공항의 대기 시간을 쪼개 면세점 등에서 쇼핑하는 고객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동 중에도 소비활동을 벌이는 고객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런 변신이 모든 소비자에게 그냥 찾아오고 몸에 익숙해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이제 소비자의 몫이다.최근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남자 주인공이 프라하로 여행을 떠나 좌충우돌하다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게 되는 것이 초반 스토리였다. 낯선 문화와 환경 속에 고생도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자신감도 얻고 사랑도 얻게 된 것이다. 21세기 시장도 드라마 속 프라하와 같지 않을까. 분명 이전과는 달라지고 낯선 시장이지만 과감한 도전과 민첩한 적응이 뒤따른다면 어느새 편안하고 재미있는 터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구체적으로는 먼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도록 권하고 싶다. 근래 들어 기업들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슈머 마케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기획 단계부터 본인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상품의 순환 구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KTF도 2003년부터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프로슈머 인턴십 프로그램인 ‘모바일 퓨쳐리스트’를 운영, 호응을 얻고 있다. 다음으로 다양한 정보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유익하다. 가치 소비의 핵심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품 속에서 최적의 선택을 가능케 하는 정보의 획득이다. 발품을 팔며 직접 조사하는 수고를 탈피하고 이제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핸드폰이나 PDA 등 휴대 단말기를 익숙하게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향후 등장할 휴대 단말기는 단순히 통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정보 검색, 오락, 쇼핑, 뱅킹 등을 아우르는 복합 단말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21세기는 시(時)테크의 승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킬링 타임을 최소화하는 소비가 본인의 삶을 훨씬 여유롭고 쾌적하게 만들 수 있다.소비자는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고 기업은 감성과 고객 섬김으로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21세기 시장’. 소비자도 기업도 과감한 변신을 통해 ‘21세기 시장의 연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