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일 전문 업체 다날은 젊은 기업이다. 내년이면 창립 10주년을 맞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40대는 박성찬 사장(43)뿐이다. 본부장은 대부분 30대 중반이고 팀장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이다. 때문에 의사결정도 빠르고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90년대 후반 모바일 시장이 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다날이 이 분야에서 개척자가 된 것도 어쩌면 ‘젊은 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젊다는 건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다날이 휴대폰 결제 서비스와 디지털 콘텐츠를 사업의 두 축으로 삼고 활발한 해외 공략을 통해 꾸준히 성장성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건축설계회사를 운영하던 박 사장은 지난 97년 7월 모바일 기업 다날을 설립했다. 당시 무선호출기(삐삐)가 인기를 끌고 휴대폰이 태동하던 시기다. 박 사장은 일본 여행 중 지하철에서 학생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휴대폰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때 만든 게 특허를 받은 문자입력 시스템이다. 현재 팬택에서 이용하는 한글 입력 시스템이 바로 다날의 기술이다. 지난 99년 초 박 사장은 사업을 탐색하기 위해 다시 일본을 찾는다. 최신곡을 벨소리로 사용하는 데 착안해 야마하칩을 국내에 도입했다. 국내 처음 도입된 모바일 벨소리 다운로드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동통신사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문자전송서비스(SMS)를 통해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 뒤 ARS(700-5857)를 거쳐 2002년 2월 무선 모바일 브라우저인 왑(WAP) 기반의 SK텔레콤 엔탑(지금의 네이트)을 통해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가 꽃을 피우게 됐다.또 새로운 사업은 없을까. 2000년 초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대중화를 이루는 시점이다. 다날은 신사업 발굴에 나서면서 휴대폰을 통한 결제 서비스에 뛰어든다. 휴대폰 결제 서비스는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 이용료를 내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인터넷 사이트 이용에 앞서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이동통신사가 전달된 정보를 확인한 뒤 일회용 비밀번호를 휴대폰으로 보내준다. 다시 인터넷에 비밀번호를 기입하면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요금은 휴대폰 요금과 통합해 부과된다. 다날은 2000년 7월 신세계통신, SK텔레콤과 손잡고 국내 휴대폰 결제 서비스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인터넷 사이트들은 처음에는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당시에는 신용카드 계좌이체 선불카드 등의 지급방법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9월 ‘리니지 붐’을 일으키고 있었던 엔씨소프트가 계약하면서 전기를 맞게 된다. 엔씨소프트는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하는데 왜 다른 게임업체들은 하지 않느냐는 누리꾼들의 항의로 네오위즈 넥슨 등이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오늘날 유료 콘텐츠 판매에서 휴대폰 결제는 필수조건이 됐지만 처음에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휴대폰 결제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2001년 900억원 대였던 휴대폰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5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다날은 모빌리언스와 함께 쌍두마차로 달려 나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645억원 중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34% 선인 22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27억원이다. 벅스 싸이월드 블리자드 인터파크 등 9000여 개의 사이트가 고객사다. 게임 커뮤니티 음악 쇼핑몰 등으로 휴대폰 결제 시장 영역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2000년대 초반 벨소리 관련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경쟁이 심화되자 다날은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통화연결음 서비스인 ‘컬러링’을 선보이고 모바일 노래방 등도 새롭게 서비스했다. 2003년에 SK텔레콤의 동영상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인 ‘준’이 생기면서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사업자(CP)로 변신한다. 지금도 준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 서비스 중이다. KTF의 핌(FIMM)을 통해서도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모바일게임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내놓은 네트워크형 퍼즐게임인 ‘뿌셔뿌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콘텐츠 분야의 매출액은 420억원, 올해는 45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54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증가율은 낮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회사 전체의 매출은 800억원,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해외 비즈니스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만에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중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기 때문이다.대만의 경우 2004년 초 현지 업체에 기술 이전을 통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대만에서 전초전을 가진 뒤 거대 중국 시장에서 본선을 치른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7월 차이나모바일 자회사 UMP와 휴대폰 결제 서비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기술 개발을 거쳐 이달 말께부터 서비스에 나선다. 중국 시장에서 올해 예상 매출액은 15억원 선이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에서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최근 다날은 대만 이동통신사인 중화텔레콤(CHT)과 국내 최초로 ‘국가간 소액결제 서비스 계약’을 했다. 국가간 소액결제 서비스란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의 온라인 콘텐츠를 구매할 때, 자국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번 서비스가 제공되면 대만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CHT를 통한 휴대폰 소액결제로 유료 온라인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다날은 국내에서도 콘텐츠 시장 선점을 위해 새로운 매체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인 한국DMB에 지분 1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TU미디어에도 20억원을 출자, 결제 수단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최근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다날이 모바일 결제와 콘텐츠 사업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도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주당순이익 성장률을 47%로 전망하면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계 투자사인 오펜하이머펀드가 지분 10%를 보유 중이며 외국인 전체 지분율도 25% 대로 높다. 해외에서는 생소한 모바일 분야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올 들어 코스닥지수가 조정 양상을 보이면서 다날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탄탄한 수요 기반과 해외 시장의 모멘텀이 가시화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