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학 국민은행 이촌PB센터 센터장

“적립식 펀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의 묘 살려야”
김성학 국민은행 이촌PB센터장은 강남지점에 오랫동안 있었던 덕에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특히 신도시 개발로 풀린 토지보상금의 재투자와 증여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사모펀드에서 주식과 부동산까지 김성학 센터장이 생각하는 자산관리의 해법을 들었다.

고액 자산가들은 요즘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갖습니까.

“적립식 펀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의 묘 살려야”
“2007년 하반기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투자 자산의 손실을 경험한 거액 자산가들은 기존의 차별성 없는 단순한 플레인 바닐라형 상품을 외면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안투자 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강남권 PB센터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사모펀드가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사모펀드는 유형도 다양해 공모주, 유상증자 및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하는 이벤트 드리븐(Driven)형, 채권·주식·파생상품 등에 분산 투자하는 멀티스타일 펀드, 미술품 또는 상품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실물투자형, 미국 주거형 콘도 및 멀티플렉스 건물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 투자형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운용을 시작한 사모펀드는 일정 수익을 달성 후 환매해 수익을 실현하고 시장 환경에 따라 새로운 테마를 개발, 재투자하는 등 투자 클럽을 형성해 지속적인 순환 투자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PB들이 적립식 펀드를 추천합니다. 적립식 펀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또 추천할 상품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립식 펀드에 대한 찬반론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기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복하고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어 다른 거치식 펀드에 비해 적립식 펀드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매월 정해진 날짜에 똑같은 금액을 장기간(3~5년) 투자하는 천편일률적인 적립식 투자보다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장은 한 달 또는 분기, 1년 등 주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박스권 장세에 있는 현 시점에서 주가가 바닥권에 접근하면 월 적립액의 2~3배를 투자하고 시장이 박스권 고점에 다다른 것 같으면 한 달간 쉬는 방식으로 투자를 해나가면 평균 매입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기간 후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만기 전이라도 일부 금액(환매수수료가 부과되는 최근 3개월 투자분)을 제외한 금액을 환매해 안전자산으로 옮겨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펀드 유형은 펀드매니저의 자의적인 종목 선정을 배제하고 시장 흐름을 따르는 지수인덱스형 적립식 펀드가 보다 안정적이고 투자 목적에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항상 시장에 발을 담그고 머물면서 상황 변화에 따른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 폭락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건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2013년 이후 30~40대의 인구 감소 등 대세 하락의 징후가 나타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회복되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 재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일시적인 조정에 따른 정체기라고 보는 게 옳을 듯합니다.”

주거용과 상업용으로 나누어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 주십시오.

“주거용 부동산 중 고가의 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는 구매 수요도 떨어지고 추가 가격 상승의 여력도 약하다고 봅니다. 반대로 최근 전세 가격이 역전된 중소형 아파트들은 물량 부족으로 소폭 상승의 여지가 있습니다. 간혹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일부 이동하고 있으나 임대수익이 4~5%에 불과하고 가격 상승 여력은 미미한 편입니다. 따라서 상업용 부동산은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봅니다.”

고가의 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는 구매 수요가 떨어지는 반면 전세 가격이 역전된 중소형 아파트들은 소폭 상승의 여지가 있다.
고가의 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는 구매 수요가 떨어지는 반면 전세 가격이 역전된 중소형 아파트들은 소폭 상승의 여지가 있다.
토지보상금 운용에 경험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도 적지 않은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것으로 압니다. 토지보상금으로 풀린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재투자로 빛을 볼만한 곳은 어디일까요.

“수도권의 보금자리주택 지구(1~3차), 인천 검단 신도시, 용산 국제업무 지구 및 지방 혁신도시 등 발표된 지역의 보상금 규모만도 40조 원 가까이 이릅니다. 하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보상금 지급 시기가 천차만별이므로 금년부터 수년간 지속적으로 보상금이 풀릴 것입니다. 경험으로 보면 토지보상금 중 50% 정도는 부동산에 재투자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원주민은 주로 대체농지를 취득하고, 부재지주인 외지인들은 주거용 아파트나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지보상금이 풀리면서 예상되는 투자 유망 지역으로 용산 역세권 지역을 꼽을 수 있습니다. 향후 국제 업무단지 개발 등 상대적으로 유망한 투자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많은 분들이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갖습니다. 만약 20억 원 정도를 보상금으로 받았다면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은행의 자산관리신탁(Wealth Care Trust)이나 증권회사의 랩어카운트(Wrap Account) 등에 예치하고 투자 목적과 기간에 맞추어 자산배분 전략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자산관리신탁은 매일매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으로 운용할 수 있어 유동성 및 수익률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효과를 누리면서 언제든지 적합한 채권 또는 환매조건부채권(RP), 정기예금으로 분산 투자하거나 실시간으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 기능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적습니다.

보상금을 채권으로 수령한 경우 처분신탁을 통해 채권을 개별 매각하는 경우보다 상당히 유리한 가격에 채권을 매각할 수 있습니다. 보상금액을 배분한다면 5억 원가량을 신용등급이 높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6개월~1년 단위로 운용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와 러시아·동유럽 펀드에 각각 3억 원과 2억 원 투자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나머지 10억 원은 비과세 장기 연금보험과 노후대비 자금으로 5억 원씩 묻어둘 것을 권합니다. 이 중 노후대비 자금은 사모펀드 가입이나 부동산 매입 등 기회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투자와 함께 증여도 고액 자산가들의 주요 관심사인데,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식을 컨설팅을 하십니까.

“사전 증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상황에 맞는 증여 또는 상속 플랜을 짜서 지금 당장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사망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과세대상에 합산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고 소유 부동산이 많을 경우 현금보다는 부동산 형태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부부가 자산을 나누어 소유하는 것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신형 연금보험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적립식 펀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의 묘 살려야”
지금까지 상담하신 고객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어떤 분을 꼽을 수 있을까요.

“모범적인 투자 사례로 정년퇴임한 교수를 들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과 부동산이 각각 20억 원으로, 총 자산 규모는 40억 원 정도인 분입니다. 자산 중 7억 원은 확정형 연금보험에 가입해 퇴직 후를 대비했고, 약 5억 원은 분리과세형 채권에, 3억 원은 표면금리가 낮은 국공채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 수입과 절세 효과를 누렸습니다.

나머지 3억 원은 소액으로 나눠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주식형 상품과 펀드에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면서 금융위기에도 양호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2억 원은 달러보험에 가입하고 3년 후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실현한 다음 안전채권으로 옮겨 투자해 놓았습니다.

최근에는 관리비 부담이 큰 중대형 아파트를 처분한 후 3분의 1 수준의 아파트로 이주하고 차액은 보험과 정기예금 등에 투자를 하더군요. 아마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파트 처분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어떻게 투자를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 있다면 함께 밝혀주십시오.

“주식 직접 투자는 저 같은 직장인에게 맞지 않습니다. 직장인으로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발품을 팔아 투자 종목을 확인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직접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대신 펀드와 저축, 보험 등에 분산 투자하고 있습니다. 월급의 20%는 적립식 펀드에, 20%는 장기 주택마련저축 등 예금에, 10%는 보험 상품에 넣고 있습니다. 적립식 예금은 1년 단위로, 펀드는 2년 단위로 인출해 이머징마켓의 해외 주식형 또는 원자재 펀드 등에 묻어 둡니다. 최근에는 시세가 하락하고 거래가 부진한 중저가 골프장 회원권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와인 와인나라(02-586-1460)·장소 민가다헌(02-733-2966)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