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기초자산 개수를 줄이고 원금을 보장하는 안전추구형 상품이 대폭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홍콩항셍지수(HSCEI) 이 외에 다른 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각 증권사들이 신상품 출시 경쟁을 벌이면서 특정 구조 일색이었던 상품들도 다변화되고 있다.
[TREND] 새바람 부는 ELS 시장, 어떤 상품 가입하면 좋을까
ELS는 국내 및 해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와 연동돼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약정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거꾸로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이 일정 기준에서 벗어나면 원금에 손실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금리+알파(α)’를 얻을 수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면서 전년 동기 대비 3.5배 늘어난 18조3100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ELS는 증권사가 해당 상품과 관련된 주식, 채권, 옵션 등을 매매 거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경우에 따라 ELS 발행사가 직접 자금을 운용하지 않고 외국계 증권사 등이 판매하는 일종의 ‘옵션 패키지’를 매입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원금보장형의 경우 증권사가 95% 내외의 자금으로 채권을 매입하고, 나머지 5%로 옵션을 거래해 수익을 내게 된다. 원금비보장형은 일부 자금은 선물, 옵션을 매입하거나 주식을 거래하고 나머지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자금으로 운용한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판매되는 ‘스텝다운형(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의 경우 만기가 다양한 풋옵션을 한데 묶어 매도하게 된다. 기초자산 개당 전체 운용 자산의 30% 정도로 관련 상품을 매입하는 게 보통이다.

올해 들어서 ELS 발행 시장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개별 종목 가격과 연계되는 종목형 ELS 발행이 2분기부터 급감한 것이 원인이었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등 기초자산으로 편입됐던 종목 다수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도 상당수 발생했고 투자심리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15일 현재까지 ELS 발행 금액은 13조3667억 원이고 그 가운데 종목형 ELS는 8.06%다. 2012년 발행된 ELS 가운데 종목형의 비중은 14.41%였다.


종목형 대신 원금보장형 인기
그 대신 원금보장형 ELS의 비중이 늘었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 파생상품팀 마케팅팀장은 “주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기대 수익을 조금 낮추더라도 원금을 보장받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버냉키 쇼크’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해진 것도 원금보장형 상품 선호에 불을 붙였다.

원금보장형은 대부분의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만 선물이나 옵션을 거래하는 특성 때문에 그만큼 수익률이 낮다. 1년 만기 통화안정증권 금리가 연 2.68%(10월 1~15일 평균)에 불과할 정도로 금리가 낮은 데다 관련 지수 옵션거래에서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원금보장형 ELS의 상환 수익률은 1월 4.44%에서 10월 2.99%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원금보장형 ELS를 찾는 분위기가 계속 되고 있다. 올 3분기 원금보장형은 전체 발행액의 25.27%로 전년 동기 11.56%보다 2배까지 늘었다. 미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수형뿐 아니라 종목형 상품군으로 일부 옮겨가는 추세다. 2분기 254종에 불과했던 원금 보장 종목형 ELS는 3분기 581종으로 대폭 늘었다. 종전까지는 종목형 ELS에서 원금을 보장하는 대신 이율을 낮추는 방식이 드물었다.


증권사 신상품 경쟁 치열
최근에는 유럽 주가지수를 활용한 ELS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유로존 국가 내 50개 우량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된 ELS는 6월까지는 발행되지 않다가 7월 36억 원, 8월 483억 원, 9월 3114억 원어치로 늘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를 활용한 ELS는 지난 2007년과 2010년 소량이 시험적으로 발행됐지만 이내 자취를 감췄었다. 이 정도로 대량으로 발행되는 건 올 3분기 이후부터인 셈이다.

미국 S&P500 지수와 연계되는 ELS 발행도 9월 이후 늘고 있다. 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는 ELS 발행액은 1월 9872억 원이었던 게 8월 3991억 원까지 줄었다 9월 들어 1조953억 원으로 늘었다. 10월 15일 현재 기준 10월 발행액은 5441억 원이다. 이들 ELS는 스텝다운형이 대종을 이룬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들 증시가 급락하지 않을 것에 베팅하는 셈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양적완화(QE) 축소로 선진국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럽·미국 증시와 연동하는 ELS가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진국 증시 연계 ELS가 각광을 받으면서 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도 8월 4213억 원까지 줄었다가 9월 들어 1조1497억 원으로 늘었다. 대개 S&P500, 유로스톡스50과 함께 묶여 발행되는 기초자산 3개짜리 ELS에 포함되는 방식이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로스톡스50 등이 ELS 기초자산으로 인기를 끌면서 HSCEI 등을 포함한 해외 지수 연계 ELS 전체의 발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신상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다. ELS는 선물, 옵션 등을 활용해 기초자산, 수익 및 손실 조건, 만기 등이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또 독창적인 구조를 가진 ELS에 대해 금융투자협회가 몇 달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슷한 상품을 빠르게 복제할 수 있는 증권 업계에서 자사만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점은 마케팅 현장에서 상당한 이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TREND] 새바람 부는 ELS 시장, 어떤 상품 가입하면 좋을까
한국투자증권이 8월 내놓은 ‘아임유 2in1’ ELS는 10월 15일 현재 약 92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평소 ELS 모집 금액 대비 50% 이상 많다. 이 상품은 스텝다운형이지만 개별 기초자산이 아니라 기초자산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수익을 평가하도록 짜여 있다. 기초자산 가운데 변동성이 큰 1개 자산에 의해 손실이 나는 경우가 많은 스텝다운형의 고질적인 문제를 완화한 상품인 셈이다.

삼성증권이 9월 말 출시한 ‘롱숏스프레드 ELS’도 흥행몰이 중이다. 이 상품은 국내 주식 20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뒤 1년 후 이 가운데 많이 오른 5개 종목과 가장 많이 하락한 5개 종목의 평균수익률 차이만큼 수익을 지급한다. 최고 수익률은 12%이고 기초자산들의 가격 변동이 작은 경우 원금만 돌려준다. 주식의 상승, 하락 대신 증시의 변동성에 베팅하는 상품인 셈이다.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10월 15일 현재 130억 원가량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박진수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 과장은 “기존 지수형 ELS 수익률이 하락하고 종목형 ELS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구조의 상품이 필요하다”며 “국내 증권사들의 운용 역량도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다양한 구조의 상품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귀동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