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꿈의 연료’지만 아직은 생산비용 높아…태양광·미생물 활용 등 연구 추진
불붙은 수소차 경쟁 "값싼 수소를 찾아라"
(사진) 현대자동차 수소차. /현대자동차 제공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디젤 연비 조작 논란은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젤엔진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엔진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100여 년간 자동차 동력을 담당해 온 디젤과 가솔린 등 내연기관이 근본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을 기점으로 온실가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친환경 자동차의 상용화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등 환경오염을 낮출 수 있는 자동차의 보급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각종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빠른 속도로 전환된다면 이들 자동차의 보급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슬라 등 혁신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등장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성공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현재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친환경 자동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악화 등을 우려해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도 잇달아 전기자동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향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에만 안주한다면 시장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자동차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소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이고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야말로 궁극적인 친환경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목 받고 있다.
불붙은 수소차 경쟁 "값싼 수소를 찾아라"
◆ 연료 효율성 80%로 탁월

현재 학계 및 산업계를 중심으로 수소자동차의 미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수소자동차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만들어지는 전기를 이용해 바퀴와 연결된 모터를 구동하는 수소 연료전지 방식이다. 즉 전기자동차가 리튬이온 전지를 동력으로 삼는 반면 수소자동차는 수소와 산소 기반의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지에서 만든 전기로 모터를 돌려 차를 구동하는 방식은 전기자동차와 동일하기 때문에 차량 구조상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없다. 수소자동차는 최근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후반 캐나다의 밸러드 파워시스템즈라는 벤처기업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연료전지의 소형화에 성공, 수소자동차의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1994년 다임러 벤츠가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를 이용한 자동차를 선보여 시장의 주목을 끌었고 2002년 혼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자동차 판매 인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수소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수소를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등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소를 연소하면 약간의 질소산화물 외에는 대부분 물이 발생한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수소자동차가 운행돼도 대기오염이나 지구온난화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수소자동차는 연료 효율성이 무척 뛰어나다. 이론적으로 수소자동차의 연료 효율성은 80% 이상으로, 30% 내외의 가솔린이나 디젤 자동차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므로 내연기관과 달리 화물트럭 등 대형차라도 아주 적은 양의 수소만 있으며 먼 거리까지 달릴 수 있고 장거리 주행을 위해 연료를 많이 실어야 하는 부담도 한층 덜 수 있게 된다.

다른 자동차보다 수소자동차의 폭발 사고 위험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수소의 강한 폭발성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수소자동차가 더욱 큰 피해를 야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소 분자는 자동차 밖으로 누출되면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오히려 추가적인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터리 폭발 사고로 논란을 겪고 있는 전기자동차보다 수소자동차가 안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일본, 수소차 확산 팔 걷어

이처럼 수소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자동차 기업들도 수소자동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도요타와 BMW 등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들도 수소자동차의 기술 개발 및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수소자동차 ‘미라이’ 양산을 시작한 도요타는 2017년까지 미라이의 판매량을 3000대로 늘릴 것이라는 비전을 발표하는 등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수소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전기자동차 등 다른 친환경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 수소자동차의 성능 수준도 빠르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수소자동차 확산을 국가의 정책적 목표로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보급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수소자동차 보급을 촉진하는 일본은 수소자동차 충전소를 2025년 320개까지 설치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수소자동차의 가격 하락을 추진하는 등 대중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도 수소자동차 충전소를 2020년 100여 개까지 늘릴 계획이며 수소자동차 120여 대를 시범 운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독일도 향후 수소자동차 충전소를 더욱 늘리는 목표를 수립했다.

한국 역시 2018년부터 보조금과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수소자동차를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자동차를 더 많이 보급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수소의 저장 방법이다.

수소를 저장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로 손꼽힌다. 현재는 수소를 액화한 후 이를 저장 탱크에 저장하는 방식과 금속을 수소와 반응시켜 저장하는 금속수소화물 방식 등이 연구되고 있다.
불붙은 수소차 경쟁 "값싼 수소를 찾아라"
◆ 수소 저장·생산 등 난제 산적

하지만 액체 상태로 만든 수소를 저장하는 방식은 액화 비용의 증가 및 저장 중 수소 손실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금속수소화물 저장 방식은 합금 자체의 무게와 부피 때문에 자동차를 경량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손꼽힌다.

수소자동차에 공급할 수소의 생산 비용도 적지 않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은 연료전지가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과정과 정반대다.

즉 물에 전기를 가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데, 여기에 드는 에너지 소모량이 수소를 이용해 생산하는 에너지보다 더욱 높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수소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수소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팔라듐과 백금 등 산소와 수소의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금속은 비싸고 잔존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금속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태양광을 사용하거나 수소를 발생하는 미생물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한편 수소자동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내연기관이나 전기자동차 등과 마찬가지로 수소자동차도 빠르게 확산되기 위해서는 전국 각지에 걸쳐 수소를 자유롭게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 및 인프라에 대한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 수준으로는 수소를 직접 제조하는 충전소를 만들려면 일반 주유소보다 수 배 이상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난제 때문에 수소자동차의 대중화는 먼 미래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많다.

특히 그동안 보급이 지지부진했던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아직 전면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먼 수소자동차가 확산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래 잠재력 및 활발한 연구·개발과 상용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소자동차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먼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수소자동차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수소자동차에 필요한 모터, 연료전지, 차체 설계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수소자동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 및 수소자동차의 안전성 기준 마련 등 신뢰도 확보를 위한 역량 확보도 필수적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때 수소자동차 시대는 한 걸음 더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