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우수성에 감성 스토리텔링 결합…‘밀레니얼 세대’ 특성 읽어야}
'우주로 보내는 편지'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전략의 비밀
(사진) 감성을 흔들어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현대차의 '우주로 보내는 편지' 캠페인 장면. /현대자동차 제공

[강성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한국에서 작년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가 최근 21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인구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한국의 0.41%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총규모는 약 476조원이다. 이는 한국 가계 총금융자산의 15.3%에 해당한다. 저성장이 심화되며 여기저기서 생활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들리지만 오히려 이들의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15.9% 증가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가장 큰 부작용은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부의 편중 현상이다. 이는 앞으로 많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기업에는 이것이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늘어나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의 확산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중국·인도·중동·아프리카 등의 고소득자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이 역시 기업에는 기회다. 중국만 하더라도 2014년 기준 19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1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러한 프리미엄 마케팅은 지금과 같이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더라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소득층일수록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금년도 2분기 영업 실적이 기대 이상이라고 한다. 매출은 5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8조1000억원으로 2년여 만에 다시 8조원대로 복귀했다. 실적 향상의 요인을 분석한 기사를 보면 일차적으로 스마트폰 갤럭시 S7의 판매 호조다. 갤럭시 S7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26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S7은 방수 및 방진 기능과 메모리 슬롯 등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완성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 가전 부문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고 한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정도 증가한 숫자라고 한다. 이러한 성과 향상에 프리미엄 SUHD TV 판매 증가가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시장의 확대 현상은 고소득층 증가와 맞물려 다양한 소비재 산업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상품은 비싼 가격이지만 고급스러운 품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고 품질을 고급화한다고 해서 모두 프리미엄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꿈’을 입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스토리’

물론 소비자들이 실제 품질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인식하는 사용 가치가 중요하다. 이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이티마르 시몬스 교수는 ‘절대 가치(absolute value)’라고 표현한다. 시몬스 교수는 앞으로 상품의 절대 가치가 더욱 중시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갈파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상품과 관련한 많은 정보가 제공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온라인을 통해 꼼꼼하게 미래의 사용 경험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구매 의사 결정을 한다. 이때에는 브랜드와 같은 상대적 가치보다 상품 자체가 가지는 절대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성비가 중시되는 오늘날의 트렌드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상품을 절대 가치만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프리미엄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 가치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여기에 고객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심리적 효용, 즉 감성적 가치를 추가해야만 한다.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대가인 장 노엘 카페레 프랑스 비즈니스 스쿨 인섹(INSEEC) 교수는 고객들이 추구하는 심리적 효용, 감성적 가치를 ‘꿈’이라고 표현한다. 그에 따르면 프리미엄 상품은 이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꿈을 팔아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꿈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 상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다. 프리미엄 마케팅에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그 상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그 상품의 기능이나 효용을 알리는 것보다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성적인 부분과 제품이 가지는 기술적·품질적 우수성을 동시에 인식하게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광고에서 이러한 부분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서 합리적 가치를 무기로 선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벤츠·BMW·아우디 등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치고 안전도와 잔존 가치 면에서 우월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내 중형급 이상 프리미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도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 향상에 기여하는 것 중 하나가 소비자들과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한 점이다. 작년에 유튜브 등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브랜드 캠페인 ‘우주로 보내는 편지(A Message to Space)’가 대표적이다.

이는 우주 비행사인 아버지에게 어린 딸이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였다. 미국 네바다 주의 사막에서 11대의 제네시스를 동원해 우주에서 보일 정도로 크게 어린 딸이 작성한 ‘스테프 러브 유(Steph ♡ You!)’를 타이어 바퀴 자국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동차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물리적 간격을 이어 준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렇게 만든 제네시스의 바퀴 궤적은 2015년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어 자국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는 후륜구동인 제네시스의 기술적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도 돼 소비자들에게 감성적 가치와 함께 기술적 가치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로 회자된다.

◆항공·호텔 등도 ‘프리미엄 마케팅’ 강화

프리미엄 시장의 확대에 따라 기존 퍼블릭 상품을 고급화하고 감성적 가치를 접목해 프리미엄 브랜드화하는 방향성도 있지만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활용해 실용성을 강화한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만드는 형태도 두드러진다.

명품 브랜드의 하나인 프라다는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2000유로(약 252만8000원) 안팎의 제품군을 늘리고 온라인 사업의 비율을 2배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실용적인 나일론 소재로 만든 프라다의 포코노백이 2000유로 정도인데, 이와 같은 소위 엔트리 명품의 라인업을 확대해 성장하는 프리미엄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고 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판매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항공 업계에 불고 있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바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리미엄급의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에어프랑스·루프트한자·싱가포르항공 등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40% 이상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코노미와 차별화된 식사와 음료·간식 등을 제공한다. 거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격은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30~40% 저렴하게 제공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호텔 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쉐라톤·힐튼·메리어트에서도 엔트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포포인츠 쉐라톤, 힐튼 가든 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등은 기존 럭셔리 호텔 이미지를 가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객실이나 부대시설 및 서비스의 수준을 낮춰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타기팅하고 있다. 주로 비즈니스맨이나 가족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은 프리미엄 소비층이 한편으로는 확대되지만 한편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는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 이후 2000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현재 나이로 감안하면 16세에서 36세가 이에 해당한다. 이 밀레니얼 세대가 프리미엄 시장의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인터넷·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소비에 주저하지 않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경우이지만 지난해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이 19%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이미 대중적인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광고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와 같이 온라인을 구매의 채널로 활용하는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중국’을 주목하라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들도 점차적으로 프리미엄 시장의 소비 주역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프리미엄 소비 계층이 급증하는 다른 지역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베이앤드컴퍼니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유로화 기준으로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17%, 중동은 19% 올라 한국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지역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베이징에서 최근 개최한 ‘방한 관광 상품 설명회’에서 1인당 2000만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여행 패키지가 소개됐다. 꽤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패키지에는 패션 스타일링, 스파, 헤어, 피부 미용, 건강검진, 간단한 성형 시술, 화보 촬영 등이 포함됐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조만간 2차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국제여행사와 손잡고 최고 2500만원 수준의 여행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전략이 다른 지역의 프리미엄 고객을 끌어 들이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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