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이어 시알리스 특허 만료 여파
국산 복제약·신약이 외국산 신약 몰아내

일러스트 김호식
일러스트 김호식
국내 모 기업 임원으로 재직 중인 김모(52) 씨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업무 스타일만큼이나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로 직장 내에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는 비슷한 나이대 임원의 기를 죽인다.

사내 등반 대회에서는 가장 먼저 정상을 정복해 20~30대 사원을 주눅 들게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2~3년 전부터 밤이 무서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의 자신감도 부쩍 줄었다.

제약 업계에 따르면 김 씨와 같은 국내 발기부전증 환자는 약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과도한 음주·흡연·스트레스 등으로 20~30대 젊은 환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2012년 화이자의 오리지널 약인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실데나필 성분 계열의 복제약(제네릭)이 무더기로 출시됐다. 이른바 ‘발기부전 치료제 복제약 대전’이 치러진 것이다. 지난해에는 릴리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의 특허 보호 기간 종료로 수많은 복제약이 또다시 쏟아져 나왔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2012년 5월 이후로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시장점유율 1위이던 비아그라는 특허 만료 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내주고 말았다. 국내 53개 제약사가 105개 품목의 복제약을 출시하며 비아그라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팔팔’ 독주 속 토종 신약 선전

가장 돋보이는 제품은 한미약품의 ‘팔팔’이다. 팔팔은 2012년 6월, 출시 한 달 만에 26만5000정이 처방되면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처방량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팔팔은 지난해 711만6000정이 처방됐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다.

토종 신약의 활약도 눈에 띈다. 국산 1호 발기부전 치료제인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와 2호 토종 신약인 SK케미칼의 ‘엠빅스(성분명 미로데나필)’가 주인공이다. 작년에는 복제약 팔팔에 이어 시알리스·자이데나·엠빅스·비아그라 등이 5파전을 형성했다.

팔팔의 성공 요인은 단순하다. 기억하기 쉬운 제품명과 저렴한 약값이 주요 흥행 요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오리지널 대비 약값을 대폭 낮춰 환자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물 없이 씹어 먹을 수 있는 추어블정 등 다양한 제품으로 호응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는 세계 넷째, 국내 최초의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다. 199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5년 첫선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139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30분 전에 복용하는 제품과 함께 매일 한 차례씩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언제든지 효과가 있는 제품을 추가해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자이데나는 다소 독특한 제품명으로도 유명하다. 자이데나는 성분명인 유데나필의 ‘데나’에 잘된다는 의미의 ‘잘’을 합쳐 ‘자~알 되나, 자 이제 되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직접 작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엠빅스는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의 원조다. SK케미칼은 2007년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정’을 선보인 데 이어 2011년 세계 최초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인 ‘엠빅스S’를 출시했다. 2014년에는 기존 제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엠빅스S 신제형’을 발매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엠빅스S는 물 없이 침만으로 녹여 먹을 수 있고 종잇장처럼 얇아 지갑에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며 “입 안에서 녹는 시간 또한 10초 이내로 매우 짧다”고 설명했다.

시알리스 시장도 국산 복제약이 잠식

발기부전 치료제 경쟁 '후끈'…승자는?
지난해 9월 4일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또 한 번 술렁였다.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 대전 2라운드가 펼쳐진 것이다.

경쟁은 3년 전보다 더욱 치열했다. ‘팔팔 신화’에 자극받은 국내 60개 제약사가 162종의 복제약을 출시했다. 초반 전세는 한미약품 ‘구구’와 종근당 ‘센돔’의 양강 체제 속에 대웅제약 ‘타오르’가 선전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구구는 약 124만 정, 센돔은 120만 정, 타오르는 64만5000정이 각각 처방됐다. 올해 이들 제품의 처방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시알리스의 처방량은 51만6000정에 그쳤다.

구구는 일반 정제와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추어블정,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됐다. 구구는 숫자 99 또는 한자음 ‘구(久 : 오랠 구)’의 연상 작용을 활용한 이름이다. 같은 회사 제품인 팔팔과 연결하면 ‘99세까지 팔팔하게’라는 뜻도 담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를 활용한 ‘9988’ 헬스 케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의 센돔은 일반 정제와 물 없이 녹여 먹을 수 있는 구강 용해 필름으로 발매됐다. 센돔은 영어 ‘센트럴(Central)’과 스위스의 가장 높은 산 이름인 ‘돔’의 첫 음절을 결합한 이름이다. 돔은 지배를 뜻하는 ‘도미니언(Dominion)’, 반구형으로 솟아오른 건축물의 지붕 ‘돔(Dome)’을 뜻하기도 한다. ‘발기부전 시장의 중심을 지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대웅제약의 타오르 역시 정제와 구강 용해 필름 제품으로 출시되면서 환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제품명은 사내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주성분인 타다라필의 ‘타’와 ‘타오르다’의 ‘오르’를 합친 이름이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복용 편의성까지 갖춘 다양한 의약품이 ‘남심’을 현혹하면서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토종 신약도 반격에 나섰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1월 1일부터 자이데나 가격을 최대 67% 인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위원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약값이 가장 중요하다”며 “외국 제약사의 오리지널에 비해 가격적으로 유리한 제네릭 등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돋보기
두통·안면홍조 등 부작용 주의해야


남성의 발기 현상은 성적 자극이 신경계를 통해 음경에 다다르면 혈관을 이완하는 물질이 분비돼 음경으로 가는 혈류를 늘리면서 나타난다.

기를 매개하는 물질 중 ‘사이클릭 GMP’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물질은 포스포다이에스트라제(5형)라는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되면서 효과를 잃는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포스포다이에스트라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사이클릭 GMP의 작용을 지속시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에 따르면 약효 지속 시간은 실데나필 계열이 4~5시간, 유데나필 4~12시간, 타다라필 36시간 등이다.

김종욱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발기부전 치료제에는 두통이나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고 타다라필은 근육통 등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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