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로데오 유명 브런치 가게에 사람들이 대기줄을 서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압구정로데오 유명 브런치 가게에 사람들이 대기줄을 서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서울 강남 최고 중심지로 불리는 압구정로데오. 긴 상권 침체기 끝에 MZ(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로 자리 잡으며 상권 부활에 성공했다. 낮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소문을 탄 유명 카페, 맛집, 편집숍 등을, 해가 지면 특색있는 술집, 라운지 바, 클럽 등을 즐길 수 있는 '종합 상권'으로 변신해 화려한 재기를 했다.

압구정로데오는 MZ세대의 관심 덕분에 코로나19(팬데믹) 시기에도 '죽지 않는 상권'으로 불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의무화의 영향을 받아 그 열기가 더해진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곳의 임대료가 점차 높아지는 데다, MZ세대의 관심이 해당 상권을 대체할 수 있는 곳으로 몰려가면 언제 이 열기가 식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싸지만 좋다"…MZ 꽉 잡은 압구정로데오 근황

유명 카페와 맛집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유명 카페와 맛집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로데오는 2~3년 전부터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특색있는 맛집, 카페, 편집숍 등이 대거 등장했다. SNS 공유 문화를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 한 장의 인증샷으로 '재력'과 '감성'을 동시에 과시할 수 있는 압구정 로데오는 단숨에 '핫플'로 급부상했다.

압구정 로데오를 방문한 MZ세대 대부분은 "가격대가 비싸지만 오면 만족하는 곳"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그만큼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괜찮은 곳이 많다",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만족감을 준다", "특색있고 분위기 좋은 곳에 가면 느낄 수 있는 '대접받는 기분' 그 자체가 좋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도산대로 초입에 위치해 브런치 맛집으로 SNS에서 입소문을 탄 '꽁띠트툴레아'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오픈 시간 1시간 전부터 20~30대 손님 수십명으로 긴 대기 줄을 이룬다. 브런치 메뉴의 경우 2만원 안팎의 가격이지만, 벽돌로 지어진 외관이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사진찍기 좋은 예쁜 플레이팅으로 인기를 끈다는 평이다. 허름한 압구정로 골목 가운데 눈에 띄는 이색 디저트 집 '카페무니'도 외관의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로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있는 팝업스토어도 SNS상에서 핫플로 불리며 젊은 층의 발길을 잡았다. 침대 회사 시몬스가 선보인 그로서리 콘셉트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브랜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골목 안 핫플로 자리 잡았다.
도산공원 인근 유명 편집숍에 향 제품을 사러 온 사람들. /사진=김세린 기자
도산공원 인근 유명 편집숍에 향 제품을 사러 온 사람들. /사진=김세린 기자
감각적인 편집숍도 상권 부활에 힘을 실어줬다. 대표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골목인 도산공원 인근에 있는 '하우스 도산'은 개성 있는 브랜딩으로 눈길을 끌어 20~30세대의 수요를 잡아낸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착용으로 인기를 얻은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고가의 이색 디저트 카페 '누데이크', '고급 손 세정제'로 불리며 코로나 시기 급부상한 '템버린즈' 등이 한 곳에 모여있어서다.

해가 져도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활기는 꺼지지 않는다. 300여종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백곰막걸리' 등 술집을 포함한 클럽과 라운지 바에서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30대 중후반 직장인까지 젊은 남녀 수백명이 몰린다. 그간 코로나19(팬데믹)로 주춤했던 인파들이 실내 마스크 해제 등 영향을 받으면서 폭발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반응이다. 밤낮없이 몰리는 젊은 청춘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낮에는 카페, 밤에는 라운지 바로 '이중 운영'하는 매장들도 여럿이다.

MZ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했지만…'제2의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대 SNS 맛집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대 SNS 맛집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압구정로데오는 2017년까지 급등한 임대료 상가 10곳 중 2곳이 공실일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권이 극적으로 부활한 데는 인근 상인들의 공이 크다. 이들이 임대료 인하 요구 운동을 벌이자, 건물주들은 '상권활성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임대료는 최대 50%까지 낮추고, 권리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 이후 골목 부근부터 상권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유명 셰프들이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새로 둥지를 틀면서 맛집과 카페를 중심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몇 년 사이 새로 여는 가게들마다 영업이 워낙 잘돼서 임대로 나온 곳도 드물고, 권리금이 없는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상권이 회복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는 부분에는 우려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다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평일 점심 시간대 만석이 된 도산공원 인근의 한 맛집. /사진=김세린 기자
평일 점심 시간대 만석이 된 도산공원 인근의 한 맛집. /사진=김세린 기자
실제로 서울시가 시내 140개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서울시 상가 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의 지난해 통상임대료는 3.3㎡당 22만9350원으로 집계됐다. 그 중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34만1220원) 등이 평당 30만원 이상으로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보였다. 특히 전년과 비교해 임대료가 평균 14.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상권이 발달하면 임대료가 오르고, 고가의 임대료를 뒷받침할 만큼 장사가 되지 않으면 공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며 "현재까지는 (압구정로데오에서) 임대료를 올려도 계속 새로운 매장이 들어오려는 수요가 있었지만, 어느 선을 넘어선다면 또다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또한 압구정로데오 상권은 현재 MZ세대가 자주 찾는 이른바 '핫플'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선 지금과 같은 호황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압구정로데오 상권이 지속적인 성장세 유지를 위해선, 이곳에서의 소비의 주축을 이루는 MZ세대 소비자가 계속 찾아올 수 있는 콘텐츠가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