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험생 시절부터 대학 생활까지 이야기를 친근한 그림체로 그려내 인기를 끈 웹툰 ‘대학일기’.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이 작품은 네이버의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도전만화’에서 시작해 수백만 명 독자를 거느린 인기 IP(저작권)로 거듭났다. 외모지상주의, 여신강림 등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웹툰 등 콘텐츠 시장에서 창작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플랫폼을 키우며 IP 유통에 집중했다. 경쟁사 카카오는 웹툰, 웹소설 기업을 직접 인수하며 IP 확보에 주력했다. 25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카카오는 IP 확보 전략에 그동안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랬던 양사가 최근 전략을 맞바꾼 모양새다. 네이버는 올초부터 기업 인수에 공들이고 있고, 카카오는 플랫폼 육성에 나섰다.

세계로 뻗어간 네이버 ‘도전만화’

네이버의 ‘도전만화’는 누구나 자신이 창작한 웹툰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인기를 끌면 네이버웹툰 플랫폼에 정식 연재를 하게 된다. 생태계를 구축해놓으면 양질의 IP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전략이다. 2014년엔 도전만화 글로벌판 ‘캔버스’를 출시했다. 캔버스를 통해 미국에서만 IP 10만여 개가 만들어졌다. 현재 글로벌 아마추어 창작자 70만 명이 네이버 웹툰 생태계에서 다양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 콘텐츠 생성 시스템은 에디터,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아야 데뷔할 수 있었다”며 “네이버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에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해 인기 IP를 확장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로 창작자들이 쏠리자 카카오는 기업을 직접 인수하며 이에 대응하려 했다. 2017년 웹툰 제작사 디앤씨미디어에 지분 투자를 했다. 2018년엔 인도네시아 1위 웹툰 업체 네오바자르 경영권을 인수했고, 지난해엔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 지분을 인수했다. 최근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vs 카카오, 서로 바뀐 '콘텐츠 전략'

각자 전략 모방 나서

결과는 상이했다. 네이버 웹툰, 웹소설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IP는 이달 누적 기준 130만 개에 달한다.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IP와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IP를 합산한 수치로, 대부분 유통 IP로 추정된다. 반면 카카오는 직접 보유한 IP가 8500개다.

장민지 경북대 교수는 “네이버는 최대한 많은 IP와 접점을 마련하는 전략을 썼고, 카카오는 IP 제작사 및 플랫폼을 아예 사버리는 전략을 썼다”며 “이제 막 팽창하는 IP비즈니스에서 어느 전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서로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초부터 기업 인수에 나섰다. 지난 1월 6500억원을 들여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고, 2월 웹툰 플랫폼 태피툰을 운영하는 콘텐츠퍼스트에 334억원을 투자했다. 현재는 국내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아마추어 작가 육성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를 출시한다고 이달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각자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보완책”이라며 “스위트홈과 승리호의 흥행에 양사는 IP비즈니스에 더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은 드라마로 제작돼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승리호로 만든 영화는 지난 2월 넷플릭스 영화 전체 순위 1위에 올랐다.

구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