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가전 판매점, 양판점 직원들은 에어컨 신제품 17평 투인원(스탠딩+벽걸이)의 경우 겨울보다 여름에 더 저렴하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최혁 기자.
서울 지역 가전 판매점, 양판점 직원들은 에어컨 신제품 17평 투인원(스탠딩+벽걸이)의 경우 겨울보다 여름에 더 저렴하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최혁 기자.
"에어컨은 사계절 중 언제 사야 가장 싼가요?
"여름에 겨울 옷을 싸게 파는 것처럼 겨울에 저렴하지 않나요?"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 구매 시기에 대한 궁금점이 커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에어컨 구매 시점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 하나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전 판매점, 양판점마다 제시 조건이 다르고 복잡해 정작 소비자들은 얼마나 싸게, 혹은 비싸게 사는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년 1월 출시되는 에어컨 신제품은 '한 여름'에 가장 싸다. 서울 지역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점원들은 에어컨 신제품 17평 투인원(스탠딩+벽걸이)의 경우 겨울보다 여름에 약 30만원 이상 저렴하다고 입을 모았다(IPTV 가입, 카드혜택 등 추가지출 부문 제외). LG베스트샵 직원 A씨는 "신제품은 대부분 8월에 판매가격이 가장 떨어진다"며 "모델·사양별로 가격차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프라이스킹 등 가전양판점들도 마찬가지. 양판점 4곳을 방문해 동일한 제품으로 문의하니 한 여름에 사면 40만원 정도 더 저렴하다고 했다. 양판점은 기본 할인폭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여름에는 매장별로 자체 할인이 더해진다고 했다.

여름에 가격이 싼 이유는 간단하다. 롯데하이마트 직원 B씨는 "겨울에 사는 찾는 사람이 적으니 할인폭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명쾌한 답을 내놨다. 반대로 여름엔 수요가 많아 기본적으로 할인폭이 크다고 했다. 여름이 '박리다매(薄利多賣)' 시기라는 얘기다. 양판점들은 특정 모델에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모델별로 할인폭을 조정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안 팔리는 모델에 할인폭을 더 얹는 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판매점인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등의 경우 본사에서 짧게는 4~5일, 길게는 일주일에 한번씩 내려오는 할인폭 지침을 따른다. 직원 손에 들려있는 할인폭 표에는 모델별 기본할인, 추가 할인가격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양판점 직원들은 봄을 에어컨 구매 최적기로 봤다. 가격 할인폭이 여름과 비슷하면서 배송과 설치는 원활하다는 이유에서다./사진=최혁 기자.
양판점 직원들은 봄을 에어컨 구매 최적기로 봤다. 가격 할인폭이 여름과 비슷하면서 배송과 설치는 원활하다는 이유에서다./사진=최혁 기자.
그럼 소비자들이 에어컨 구매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봄은 어떨까. 가격으로만 보면 여름과 큰 차이는 없다. 롯데하이마트 직원 C씨는 "4~5월에 제조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할인 또는 사은품 제공 등 소비자 혜택이 여름 못지 않다는 것.

판매점 직원들은 봄을 에어컨 구매 최적기로 봤다. 가격 할인폭이 여름과 비슷하면서 배송과 설치는 원활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몇년 간 6월 중순 이후 에어컨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설치대란'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구매후 3주 넘게 설치가 지연되면서 새로 산 제품을 얼마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빈번했다.

반대로 봄에 에어컨을 사면 3~5일 내 설치가 가능해 효율적 소비가 가능해진다. 봄에는 결합상품도 많이 나온다. 포인트, 현금 할인이 추가되는 경우도 잦고 설치비도 저렴해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LG베스트샵 직원 D씨는 다음달부터 판매 가격이 소폭 높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4,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면서 가격이 올랐다가 7, 8월에 다시 낮아지는 게 해마다 반복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7월 이후 줄어든 재고로 물량보다 수요가 많아져 제조사 판매점, 양판점들이 할인폭을 일제히 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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