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둘러싼 증권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매파 파월'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한풀 꺾인 가운데 앞으로 증시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

코스피가 205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반면 증시가 약세장에 재차 진입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의견도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지속 의지에도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기대감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금리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 가능성 부각…주식 하락세 지속 전망"

14일(현지시간) Fed는 12월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4번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멈추고 금리인상 폭을 낮춘 것이다.

사실상 이번 FOMC 결과는 예견됐던 일인만큼 시장은 점도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더 유의깊게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잡힌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그간의 피봇(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회견 전 발표한 점도표에선 내년 말 기준금리가 5.1%(중위값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추정치인 4.6%(중위값)에서 0.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는 내년 중 최소한 60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물가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지 금리인상 사이클을 이어가겠다는 연준의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에 예상보다 강했던 물가지표에 장중 오름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Fed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근거로 긴축 속도 보단 경기침체 가능성을 더 주시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올 1분기, 2분기,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은 각각 3.7%, 1.8%, 1.9%였다. Fed가 제시한 올해와 내년 GDP 성장률은 0.5%, 사실상 4분기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증시 하방 압력을 키워 지수 하락세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향후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Fed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보다 경기상황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추가적인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Fed의 금리인상 의지가 강화될 때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경기모멘텀 약화라는 이중고에 상당 기간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 주식 시장의 하락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비중 확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하락세에서 코스피 바닥으로 2050선을 제시했다.

"산타랠리 어렵지만…증시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듯"

반면 시장의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란 것이란 분석도 있다. 파월 의장의 연착륙 자신감을 높이 평가했다. 고용시장 호조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것을 고려하면 증시가 약세장에 재차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증권가는 전망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11월 CPI(소비자물가지수)와 12월 FOMC를 소화했다"며 "결론적으로 해당 이벤트들이 1차적 고비였던 금리 경로의 상방 압력을 낮춰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는 한 차례 숨고르기 구간을 거쳤던 만큼 하방보다는 향후 상승을 대비한 점진적 분할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며 코스피 하단으로 2330선을 예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CPI 와 FOMC 이벤트 이전에 시장이 기대하고 있었던 본격적인 산타랠리가 전개될 여지는 크지 않다"면서도 "11월 CPI가 예상치를 밑돌았고, 12월 매파적인 FOMC 결과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올해 남은 기간 대형 매크로 이벤트가 부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한국 증시는 중립 이상의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물가 하락 모멘텀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꺾으려는 Fed의 의지에 영향을 받으며 지수는 현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