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인터뷰]

“잘못된 부분은 전부 뜯어고치겠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의리에 죽고 사는 바다의 사나이다~(중략) 얼마나 그리웁던 내 사랑 조국이냐 돌아온 사나이는 그 이름 마도로스 박~.”

손목인 작곡, 반야월 작사의 ‘마도로스 박’의 가사 일부다. 인왕산을 오를 때마다 박인용(65) 국민안전처 장관이 즐겨듣는 노래이기도 하다.

40년이란 세월을 군에서 보낸 박 장관은 2008년 해군 대장으로 예편했다. 그 후 상아탑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014년 12월에 신설된 국민안전처 초대 장관으로 공직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군 현역 시절에는 솔직히 다음 진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오로지 ‘국민의 안전’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충무공의 후예답게 그의 집무실 벽에는 이순신 제독의 존영이 걸려 있다.

‘안전’이란 단어만 들어도 절로 고개가 돌아간다는 박 장관을 지난 8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앉으나 서나 국민의 안전 생각”
(약력) 1952년생. 1970년 경희고 졸업. 1974년 해군사관학교 28기 임관. 2003년 해군 제3함대사령관(소장). 2005년 해군 교육사령관 및 작전사령관(중장). 2006년 합동참모차장(대장). 2006년 경남대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2008년 한중대 석좌교수. 2012년 충남대 석좌교수. 2014년 국민안전처 장관(현). /이승재 기자

▶폭염이 극성입니다. 올여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책을 즐겨 읽습니다. 책에 쓰는 비용이 제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죠. 올 3월부터 읽기 시작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지난주 완독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사서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을 말하고 삼경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을 말하죠. 여기에 추가적으로 경(經)을 한 권 더 읽으려고 합니다. 바로 ‘성경(聖經)’입니다.

그리고 시경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시에 가락을 붙인 게 음악인데 공자가 말하길 “시는 사무사(思無邪)”라고 했죠. 시를 읽는 것은 마음속의 삿된 마음을 없애는 행위입니다.

최근에는 동유럽을 비롯해 쿠바·브라질 등 중남미 음악을 즐겨 듣고 있어요. 직접 가 볼 시간이 없으니 음악으로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름휴가는 다녀오셨나요.

“다녀왔죠. 청사 근처 비상 대기 숙소에서 머물렀습니다. 휴가 기간 동안에는 관용 차량을 일절 사용하지 않으려고 집사람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다녔어요. 서울 종로3가에 있는 피카디리극장에서 ‘인천상륙작전’과 ‘부산행’을 봤고 성수동에 있는 감자탕집에도 다녀왔습니다.

재난을 다룬 영화인 ‘부산행’을 보면서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난다는 점과 함께 ‘욕망의 끝은 결국 파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하는 고민이 있나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기 때문에 보통 저녁 10시면 잠자리에 듭니다. 책을 읽다가 잠들다 보니 숙면을 취하는 편이에요. 고민이라기보다는 잘못된 부분은 전부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봐서 ‘틀렸다’, ‘고쳐야겠다’고 생각되는 건 무조건 고치려고 합니다. 마치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싹 빨아들이듯이 말이에요. 그래야 발전이 있죠. 그냥 지나갔다고 덮어 놓으면 같은 문제가 또 생깁니다. 국민들이 고통 받는 부분이 되풀이되는 셈이죠.

국민을 비롯해 언론·국회에서 잘못을 지적하면 적극 받아들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적을 하는구나’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1분만 지나고 나면 미처 제가 보지 못한 것을 알려주니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군에 있다가 정부 부처의 장을 맡게 됐습니다.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요.

“과거 한 국회의원이 제게 같은 질문을 해 국회에서 한 차례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군에 있을 때는 상대방이 적이었죠. 국가와 국민을 위해 40년 동안 적과 싸웠습니다.

지금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안보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상과 방법이 달라진 셈이죠.

하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것은 역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이러한 일을 해 왔고 맡고 있다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과 함께 잘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관운이 좋은 편입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군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징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비결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만 평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욕망을 절제하는 것입니다. 자제하는 정도만으로는 안 됩니다. 자기 분수에 맞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소망하는 바를 꼭 이루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어나는 욕망을 절제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어려울 때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함께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께서 절 키우셨거든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앉으나 서나 국민의 안전 생각”
(사진) 박인용 장관이 집무실에 놓인 옥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 장관이 직접 만든 이 옥에는 '쾌족의 삶'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쾌족의 삶’은 “항상 상쾌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라”는 뜻으로, ‘대학(大學)’에 나온 경구다. /이승재 기자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지 20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업적을 말씀해 주신다면.

“국민안전처가 생기고 나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달라진 점을 일일이 다 말씀드리는 건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장관인 저와 국민안전처 전 직원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장관으로서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고개가 돌아가곤 합니다.

또한 재난이나 사고가 났을 때 언론이든 국민이든 간에 ‘국민안전처가 왜 빨리 대처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도 달라진 부분입니다.

최근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이상한 냄새가 감지됐을 때도 부산시장이 국민안전처에 문의했고 전국에서 운영되는 4만1569개의 무더위쉼터 중에서 한 센터의 문이 잠겼다는 민원이 들어왔을 때에도 우리 부처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곧바로 조치를 취했습니다.”

▶국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안전 관리에 소홀할 수가 없는데요.

“국가 규모가 작았던 과거에는 국가가 모든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제가 발전한 현대 사회에선 민간기업 부문의 협조 없이 국가나 지자체만으로 재난을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나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기업 재해 경감 활동’이라고 하죠.”

▶국내 기업도 기업 재해 경감 활동을 하고 있나요.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재해 경감 활동이 도입, 확산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에요.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아직까지 재해 경감 활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기업은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업무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 요소와 핵심 업무를 식별하고 복구 체계를 수립하는 등 재난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 따라 실제 위기 상황에 대비한 모의 훈련과 개선점 도출을 위한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재해 경감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기업의 재해 경감 활동은 단순히 계획과 훈련 내용이 담긴 문서가 아니라 기업의 조직과 종사자들이 발생 가능한 각종 재난에 대비해 주기적인 점검과 개선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끝으로 임기 내 목표가 궁금합니다.

“장관에 취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직원들에게 ‘안전불감증’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국민안전처 소속 직원들이 국민들에게 안전불감증이 있다고 단정해 버리면 안전 관리를 위한 대안이나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안전 관리를 위한 실효적인 정책을 개발해 국민과 함께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장관을 포함한 국민안전처 전 직원이 국민의 안전만을 생각하며 하나로 뭉치는 것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장관부터 소방과 해경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상하동욕(上下同欲)하는 조직이 되도록 소임을 다할 계획입니다. 상하동욕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장수와 병사 간에 같은 꿈(목표)을 가지면 승리한다는 의미입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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