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추위,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으로 압축

대우건설 차기 사장, 인맥 좋은 '외부인' vs 재도전하는 '정통 대우맨'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대우건설 신임 사장 후보가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압축됐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13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지원자 30명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5명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 등 면접을 진행, 신임 사장 후보로 조 전 부사장과 박 상임고문을 결정했다.

◆박창민, '협회장' 경험으로 탄탄한 인맥

박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마산고와 울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영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현대산업개발의 사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현대산업개발 비상근 상임고문으로 있다. 특히 박 후보는 최근까지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쌓아온 정치권 인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사실상 차기 사장으로 낙점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건설 사추위에 ‘반드시 내부 출신에 국한하지 말 것’이라는 선임기준을 전달했다. 대우건설과 같이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10년 이상 내부 출신 CEO를 고집하다 부실을 키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인사인 박 후보에게는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외부 인사에 대한 대우건설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대우건설 노조는 후보 결정 후 박 후보를 겨냥해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후보는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해외 플랜트 사업경험이 전혀 없고,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노조는 “박 후보가 큰 규모의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도 없다”고 주장한다. 직원 수가 1500여명에 불과한 현대산업개발을 이끌던 박 후보가 6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규모 조직 대우건설을 이끌 수 있겠냐는 설명이다.

◆조응수, 두 번째 도전하는 ‘정통 대우맨’

정통 ‘대우맨’인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은 내부 평판이 좋기로 유명하다. 해외사업담당 임원, 해외영업본부장 등을 지낸 해외건설 전문가라는 점에서도 박 후보를 앞선다.

조 후보는 1977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건설현장 소장과 2004년 해외사업담당 임원을 거쳐 2007년 해외영업본부장을 역임, 대우건설의 해외 플랜트 사업을 주도한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명품 학벌도 조 후보의 강점이다.

조 후보는 앞서 2013년 진행된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서 박영식 현 대우건설 사장과 경쟁을 펼치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미 한 차례 반려된 경험이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대우건설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혼전 양상으로, 앞으로 남은 일주일이 중요할 것 같다"며 "줄다리기에 비유하면 박창민 후보가 초반에 끌고 가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질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추위는 오는 21일 최종 후보자 한 명을 선정한 뒤, 다음 달 초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영식 현 대우건설 사장의 임기는 14일로 만료됐다.

kbh@hanku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