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골' 문턱 낮춰 '아이돌 급식소'로 입소문

[상권 17] 청담동 명품 상권서 백반 팔아 '월 매출 1억'
명품 매장이 즐비한 청담동 상권에 백반집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업종처럼 보인다. 벤틀리 매장 맞은편 골목 안쪽에 자리한 ‘청담골’은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백반집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19년째 자리를 지키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루 평균 600명이 청담골을 찾는다. 월 매출만 1억원에 달한다. 고급 레스토랑들 틈바구니에서 백반이라는 흔한 아이템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 마케팅 없이도 ‘하루 손님 600명’

청담골의 장우창 대표는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청담동 분위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로변을 중심으로 명품 매장이 늘어서 있지만 19년 전엔 주택과 사무실뿐이었다. 창업비용도 5000만원이면 충분했다.

165㎡(50평) 규모에 15개의 테이블로 시작했지만 현재 청담골은 330㎡(100평) 규모에 120개의 테이블을 지닌 대형 음식점으로 성장했다.

청담골의 성공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청담 상권에서 오히려 ‘소박함’으로 승부를 봤다. 장 대표는 “주변 회사의 오피스맨들이 부담 없이 밥 한 끼 즐길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아 ‘집밥’을 아이템으로 선택했다”며 “초기에는 한 끼에 5000원, 지금은 7000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리 ‘틈새시장’을 노린다고 해도 청담동에서 고급스러움이 아닌 소박함을 내세우는 것은 어찌 보면 도박일 수도 있는 일이다. 음식의 맛이나 가격보다 분위기와 취향에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담 상권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소박함에 더해 ‘대접받는 느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청담골은 식사를 ‘상째’ 내놓는다. 상다리를 잘라 식탁 위에 놓을 수 있도록 개조한 뒤 그 위에 13개의 반찬과 함께 정갈하게 상을 차려 대접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100여 개에 달하는 상을 직접 구입해 제작했다. 반찬을 담는 그릇도 모두 사기그릇으로 맞췄다.

여기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이제는 쟁반 대신 상 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이 청담골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둘째 비결은 ‘연예인 맛집’으로 소문이 난 것이다.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포진해 있는 청담동은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만큼 배고픈 연습생들도 많은 동네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청담골은 그나마 문턱이 낮은 밥집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청담골은 지금도 ‘아이돌 급식소’로 통한다. 하루 평균 5~10팀의 연예인들이 청담골을 방문한다. 그중 대부분은 연습생 시절부터 이곳에 오던 단골손님이다. 이후 ‘연예인이 자주 가는 식당’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장 대표는 “화려함이 두드러지는 상권에서 오히려 부담 없는 ‘집밥’으로 문턱을 낮춘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재익 인턴기자 jjikis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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