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출신 임원이 47.3%로 가장 많아…고졸 1명, 여성 3명

LG전자, '국내 최초' 가전 메이커에서 車부품까지
LG전자의 역사는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이 1958년 금성사(Goldstar)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LG전자는 진공관 5구 라디오와 선풍기·냉장고·흑백TV·에어컨 등을 국내 최초로 생산해 낸 기업으로, 1995년 금성사에서 지금의 LG전자로 상호를 변경했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과 정도현 사장 등 2인 각자 대표 체제에서 올해 1월 1일 각 부문별 3인 각자 대표(조성진·조준호·정도현) 체제로 전환했다.

오너 일가와 전문 경영인 체제 ‘융합’

올해 1월부터 구본준 부회장은 차세대 성장 엔진인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등 신사업을 총괄하는 (주)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과 LG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 부회장이 내려놓은 대표이사직은 LG전자 각 부문장인 H&A(홈애플리케이션&에어솔류션)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 조준호 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도현 사장이 각자 대표로 선임돼 책임 경영을 시작했다. 조성진·조준호 사장은 조만간 주주총회 등을 거쳐 정식 대표로 선임된다.

초창기 LG전자는 구 창업회장의 인화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LG전자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인화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재를 등용하면 오랜 기간 한 우물을 팔 수 있도록 믿어 줬고 이들이 전문가가 돼 전자 업계의 획을 긋는 제품들을 잇달아 만들어 냈다.

그동안 LG전자는 기라성 같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끌어 왔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1991년 금성사 부사장 시절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체제인 2003년 10월 회장을 지내기까지 10년 넘게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 창업회장의 동생(4남)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그는 1946년 경남 진주 출생으로, 경기고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구자홍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1999년 1월부터 4년 동안 정병철 당시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고 뒤를 이어 김쌍수 부회장이 4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1월엔 남용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0년 10월엔 당시 상사 부회장이었던 구본준 부회장이 전자 CEO를 맡아 타이밍을 놓쳤던 스마트폰 사업을 담금질하고 신사업 추진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LG전자는 특히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에게도 기회를 줬고 이들을 주요 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쇼 ‘CES 2016’에서도 인재를 중시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CES 현장을 찾은 구본준 부회장 옆에 선 이우종 LG전자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장(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대우자동차 출신의 외부 영입 인사이지만 늘 구 부회장과 함께했다.
LG전자, '국내 최초' 가전 메이커에서 車부품까지
외부 인재까지 포용한 ‘발탁인사’

이 사장은 대우자동차 기술이사로 근무하다 2001년 LG그룹에 입사해 16년째 자동차 부품 사업을 맡고 있다. 특히 이 사장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윤용철 전무(자동차부품기술센터장)와 최상원 상무(VC디자인연구소장)도 외부 출신이지만 LG전자의 핵심 보직을 맡았다.

윤 전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핵심 부품사인 델파이 출신으로 자동차 부품 선행 연구를 총괄하고 있고 최 상무는 닛산 출신으로 자동차 부품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기업처럼 외부 인사를 배척하는 문화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최성호 전무(LG전자 클라우드센터장)는 네이버 부사장으로 근무하다2013년 LG전자에 입사해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이정석 상무(HE사업본부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도 프록터&갬블(P&G) 출신으로 2010년 LG전자에 입사해 TV 마케팅을 맡고 있다.

작년 말 임원 인사에서도 LG그룹만의 ‘신뢰와 인화’ 정신은 돋보였다. 실적은 부진했지만 잠재력이 있는 경여진은 유임시켜 다시 기회를 줬고 성과가 뚜렷한 인재에게는 파격 승진이란 포상을 내렸다.

이번 인사에서 LG전자는 홍순국 전무를 사장으로 2단계 승진시켜 소재·생산기술원장에 임명했다. 홍 사장은 1988년 금성사 생산기술센터에 입사해 정밀가공 분야 핵심 장비의 국산화와 신공법 개발을 주도해 왔고 2010년에는 금형기술센터 설립에 기여해 스마트폰 케이스와 냉장고·에어컨 외관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0년생으로 대륜고와 전북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홍 사장은 LG전자 역사상 전무에서 사장으로 바로 승진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이상봉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도 1982년 입사 이후 생산 자동화 기계 개발, 생산 혁신 프로세스 구축 등 생산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1957년생으로 동아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14년 말 에너지사업센터장으로 부임한 후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 등 에너지 사업을 LG전자의 미래 핵심 B2B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밖에 LG전자는 친환경 고효율 리니어 컴프레서 기술 혁신에 기여한 정원현 연구위원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또 G2, G3, G 플렉스를 포함한 스마트폰 선행 디자인 콘셉트 발굴에 기여한 안정 부장이 상무로 승진했고 세계 최초로 드럼세탁기 하단에 통돌이 세탁기인 트롬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롬 트윈워시’ 개발에 기여한 정진우 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블루투스 헤드셋 ‘LG 톤 플러스’ 상품 기획과 매출 확대에 기여한 박형우 부장도 상무로 올라섰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인사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며 “단기 실적과 함께 성장 가능성과 전문성을 균형 있게 보는 것이 LG의 인사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전자 임원, 헬싱키대 9.8%로 가장 많아

LG전자 임원들은 해외파 비율이 국내 대학 출신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 315명의 임원 중 해외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경우가 40.6%(128명)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 대학이 111명(35.2%), 지방대 75명(23.8%)이었다.

최종 졸업 학교별로는 핀란드 헬싱키대(현 알토대) 출신이 31명(9.8%)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1년 6개월간 수업을 이수하면 석사 학위가 수여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서울대 26명(8.2%), 부산대 23명(7.3%), 카이스트 21명(6.6%), 선더버드 스쿨 16명(5.0%), 고려대 15명(4.7%), 한양대 11명(3.5%)순이었다.

최종 학력별로는 석사가 149명(47.3%)으로 가장 많았고 학사 112명(35.6%), 박사 53명(16.8%), 고졸 1명(0.3%)순으로 나타났다. 임원 중 유일한 고졸 출신인 조성진 사장은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산학 우수 장학생으로 LG전자에 입사해 36년간 세탁기 업계에 몸담아 왔다.

LG전자의 여성 임원은 3명이다. 류혜정 상무(CIC차세대컨버전스연구소장)와 김영은 상무(미국AE영업FD담당), 이번에 승진한 안정 상무(LSR실장)다.

1965년생인 류 상무는 연세대 전산과학과를 졸업한 국내파로 LG전자에 입사해 정보통신단말연구소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폰 소프트웨어개발담당 부장, WCDMA폰 소프트웨어개발담당 상무, LG전자 MC선행상품기획담당 상무, CIC차세대컨버전스연구소 상무 등을 거쳤다. 2005년 LG전자의 첫 30대 여성 임원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김영은 상무는 한국외국어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와 미국 선더버드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전공했다. 1996년 LG전자에 입사한 김 상무는 2013년 말 상무로 승진했다. 김 상무는 LG전자 시스템에어컨사업부 유럽사업지원담당 부장, 미국법인 산하 AE담당 상무, LG전자 RAC마케팅담당 미주팀장을 거쳤다.

연령대로는 1960~1964년생이 143명(45.4%)으로 가장 많고 1965~1969년 94명(29.8%), 1955~1959년 62명(19.7%)순이었다.
LG전자, '국내 최초' 가전 메이커에서 車부품까지
LG디스플레이에선 한상범 부회장 승진

LG의 전자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에선 작년 말 한상범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 부회장은 2012년 부사장 시절 CEO로 취임해 15분기 연속 흑자(2012년 2분기~2015년 4분기)를 달성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신기술들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5년생인 한 부회장은 연세대 요업공학과, 스티븐스대 금속공학 석사,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LG반도체로 입사해 2001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 센터장, 2013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 등을 거쳤다.

또 작년 말 인사에서는 박종석 LG전자 사장이 LG이노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사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LG전자에 입사해 LG전자 DTV 연구소장 상무, LG전자 디스플레이제품연구소장 부사장을 지냈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으로 사장 승진한 후 LG전자 CTA(최고기술자문)를 맡아 왔다. 박 사장은 LG전자 MC사업본부장 시절 전략 스마트폰인 ‘G 시리즈’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킨 주역이다.

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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