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죽 쑤는데 혼자 대박"…도요타 주가 16% 폭등한 이유 [도쿄나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가운데 일본 도요타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내놨다. 독일 폭스바겐, 미국 포드 등이 줄줄이 어닝 쇼크(실적 부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도요타는 북미 시장의 하이브리드차(HV) 판매 호조와 엔화 약세를 앞세워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을 극복했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도요타는 5일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3조4000억엔에서 3조9000억엔(약 33조1500억원)으로 5000억엔 높인다고 발표했다. 당초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4% 증가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폭스바겐·포드 고전하는데…도요타는 나 홀로 선전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실적 부진 속에서 도요타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독일 폭스바겐은 산하 고급차 브랜드 포르쉐의 자산손상차손 반영으로 7~9월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포드의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반면 도요타의 7~9월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약 1조1300억엔을 기록했다.
"다들 죽 쑤는데 혼자 대박"…도요타 주가 16% 폭등한 이유 [도쿄나우]
미국 시장에서의 성적도 엇갈렸다. 도요타의 북미 판매량은 7~9월 2% 증가했지만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은 각각 5%, 6% 감소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세단 캠리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등을 앞세워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실적을 거뒀다.

도요타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하이브리드차와 엔저다. 올해 4~9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3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고물가와 휘발유 가격 부담으로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의 부진으로 같은 기간 도요타의 세계 판매량은 렉서스를 포함해 505만대로 4% 감소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가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다.

자사주 매입 1조3000억엔으로 늘려

엔화 약세도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4~9월 평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약 159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13엔 상승했다. 엔저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만 7350억엔에 달했다. 원가 개선 등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도 1조850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동 정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했다.

도요타의 4~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26조9624억엔, 순이익은 26% 늘어난 2조2364억엔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은 53조5000억엔, 순이익은 3조5700억엔으로 전망했다.

도요타는 주주 환원도 강화했다. 기존 1조엔이었던 자사주 매입 한도를 1조3000억엔으로 늘리고, 약 3조5000억엔에 해당하는 자사주 10억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날 깜짝 실적에 힘입어 도요타는 16.68% 급등한 3533엔에 마감했다. 실적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실적 악화 속에서 도요타의 차별화된 수익성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