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장중 8% 이상 하락하며 20만원선이 무너진 삼성전자의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장중 8% 이상 하락하며 20만원선이 무너진 삼성전자의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우려가 부각되면서 5일 국내 증시에 '쓰나미'(Tsunami·지진해일)가 닥쳤다.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는 '블루 웨이브'를 넘어서는 압승('블루 쓰나미')을 거두자 AI 인프라 산업에 각종 규제를 걸고넘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다만 증권가에선 선거 전 이미 해당 이슈가 알려진 데다 현지 기업들도 설계 변경 등 건설 규제에 대응하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단기 이슈에 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날 국내 증시 양대 시장인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동반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코스닥시장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닥150 선물가격이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150 지수가 3% 이상 하락해 동시에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00포인트(5.28%) 급락한 5383.8에, 코스닥지수는 36.54포인트(5.11%) 떨어진 678.4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급락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나온 여파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당선 또는 우세를 보인 36개주(州) 주지사 후보 가운데 34명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규제에 찬성했다.

알래스카·조지아·캔자스·메인·미시간·뉴햄프셔·뉴멕시코·뉴욕·오하이오·오리건·텍사스·위스콘신 등 12개주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의 일시 중단(모라토리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텍사스의 주지사로 당선된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는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즉시 유예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미국증시에서도 반도체 기업만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새벽 마감한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03% 오르며 랠리를 펼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58%와 1.44% 상승했다.

반면 개별 기업 중 엔비디아(-3.17%), 마이크론테크놀로지(-7%), 샌디스크(-7.91%), 인텔(-3.77%)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동반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57%와 9.46%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20만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전자우(-6.58%), SK스퀘어(-10.01%), 삼성전기(-15.34%) 등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반도체 장비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낙폭이 컸다. 주성엔지니어링이 12.21% 내린 가운데 심텍(-17.97%), 리노공업(-9.53%), 이오테크닉스(-16.21%), 원익IPS(-15.74%), HPSP(-10.33%), ISC(-13.29%) 등이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양대 시장의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83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040억원 각각 순매도를 보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조6900억원과 1980억원 순매수였다. 기관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300억원을 담았지만, 코스닥은 1010억원 팔았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국가 성장 동력이기도 하지만 해당 지역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연시키기보다는 개발 기업에 제공하던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는 AI 인프라 수요에 일부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는 있으나 AI 중심의 성장 동력의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텍사스 프로젝트가 일부 이연되더라도 충격은 2028년에 일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장기계약(LTA)에 묶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안정적"이라며 "CPU 수요와 연동되는 범용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지연에 민감할 수 있지만 HBM 전환으로 D램 공급이 더 타이트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기업에) 우려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