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엔비디아, 대체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공동 추진하는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사업이 본격화한다. 네이버가 브룩필드로부터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엔비디아의 지분 투자를 받기 위한 선결 조건을 충족했다.

네이버는 “브룩필드로부터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며 “엔비디아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위한 선결 조건을 충족했다”고 27일 공시했다. 계약에 따라 브룩필드는 특수목적법인(SPV)인 ‘에셋코(Asset Co.)’를 설립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인프라 자산을 네이버에 제공한다. 구체적인 GPU와 데이터센터의 규모 및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렇게 확보한 GPU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가칭 ‘네이버 AI팩토리’를 운영하면서 국내 대기업 고객사에 AI 컴퓨팅 서비스를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에셋코에 사용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네이버 AI팩토리 운영은 네이버클라우드가 주도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대기업 고객사 여러 곳과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약으로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10억달러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절차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엔비디아는 네이버 주식 4.5%(신주 724만1564주)를 취득해 국민연금, 블랙록에 이은 3대주주에 오른다.

네이버와 엔비디아, 브룩필드 3자 연합의 ‘AI 팩토리’ 사업의 핵심은 자본·기술·운영 역량을 나눠 맡는 구조에 있다. 엔비디아는 자본과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 관련 기술 협력을 제공하고, 브룩필드는 GPU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자산을 확보해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네이버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직접 건립하거나 GPU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AI 인프라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는 자사 기술 기반의 컴퓨팅 인프라 생태계를 확장하고, 브룩필드는 인프라 투자 자산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글로벌 클라우드·AI 인프라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업 모델에도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네오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는 한때 회사채 금리가 15%까지 치솟으며 자금 조달 비용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설비 확충에서 투자 효율과 재무 안정성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 구조가 가진 재무적 안정성은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도 “지금까지는 누가 더 많은 빚을 내 칩을 확보하느냐는 규모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운용하느냐의 구조적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