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
인공지능(AI) 개발사 앤트로픽이 미국 증시 상장을 26일(현지시간) 신청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배로 급증하며 AI 기업의 수익성을 입증했지만, 천문학적인 컴퓨팅 투자 비용이 기업가치 평가의 변수로 떠올랐다.

앤트로픽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 나스닥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으로 종목 코드(티커)는 ANT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공모 주식 수와 희망 공모가격, 구체적인 상장일은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추수감사절 이전 상장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상장의 최대 관심사는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부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를 약 1조5000억달러(약 2100조원)로 평가하고 있다. 일주일 전 거론되던 2조달러보다 25% 낮아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6월 상장 당시 1조75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페이스X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8600만달러로 전년 동기(11억6300만달러)보다 약 1300% 증가했다. 2024년 3억8600만달러였던 연간 매출은 지난해 45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의 3.5배를 벌어들인 것이다. 기업 고객들이 AI 모델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종량제 사업과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 등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6억9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억4000만달러)보다 68%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9억7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식보상비용 등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상반기 16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순손실은 807억4800만달러에 달했다. 다만 이 가운데 약 724억달러는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전환사채 등의 공정가치 재평가에서 발생한 회계상 손실이다. 실제 현금 유출을 수반하지 않는 비용이라는 뜻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상반기 15억달러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39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앞으로 필요한 천문학적인 투자액이다. 앤트로픽은 향후 10년 동안 약 8개 협력사에 6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하기로 약정했다. 아마존에 최소 1100억달러, 구글에 약 1145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에 449억달러를 지급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앤트로픽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빅테크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클라우드 사용료로 돌아가는 '순환 투자' 구조가 상장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본격적인 평가를 받게 된 셈이다.

앤트로픽은 상장 이후에도 창업자들의 지배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 등 공동창업자 7명은 특별 의결권 주식인 F종 주식 한 주를 보유한 법인을 통해 전체 주주 의결권의 50.1%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별도로 독립 기구인 장기이익신탁(LTBT)은 이사회 과반수 이사에 대한 선임·해임 권한을 갖는다. 외부 투자자들이 자금을 공급하더라도 창업자와 독립 신탁이 핵심 경영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앤트로픽의 상장은 경쟁사 오픈AI의 기업공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픈AI 역시 지난 6월 비공개로 상장 예비서류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내년 초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루카스 뮐바우어 IPOX 리서치 연구원은 로이터에 "앤트로픽의 IPO는 선도적인 AI 연구기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후속 상장과 AI 인프라 투자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