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敵 오판 부르고 승리 가능성 낮춰
달라진 것은 한국 정부의 조바심이다. 현 정부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작권을 넘겨 받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 서두르고 있다. 그 시기는 계속 앞당겨지다가 이제는 “지금 당장, 혹은 내일 전환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강신철 국방장관)”까지 왔다. 26일에는 여당 의원이 “미측이 협의를 해주지 않으면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를 선언하고 와야 한다”고 강 장관에게 호통을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은 전환을 재촉하기 위해 ‘조건을 거의 다 갖췄다’고 주장한다. 안규백 전 국방장관은 지난 5월 기자들에게 2020년에 한미 양국이 전환 조건의 94%가 충족되었다는 데 합의했다고 했다. 전환의 달성 수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밀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달 초 미 싱크탱크 CSIS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안 전 장관이) 한국이 92% 달성도를 보였다고 했는데(94%를 잘못 표현한 것으로 추정), 분명히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2020년 당시 자신이 주한미군사령관이었음을 강조하며 “실제 달성도는 92%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밝혔다. 또 여전히 “여러 부문에서 미비점이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했다. 둘 중 하나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과장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들은 전작권이 ‘주권의 문제’라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작권을 전환한다 하더라도 한미 양국이 공동의 적을 맞아 싸우게 될 때 한국군이 일방적으로 상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작권이 누구에 있든 한미연합사령부는 양국 군 통수권자의 공동 지휘를 받는다. 예를 들어 북한이 쳐들어왔을 때 우리의 목표는 무엇이 될 것인가? 한반도 전체 영토를 회복할 것인가? 평양까지 가서 지도부를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현 군사분계선의 회복에 머물 것인가? 현 연합사 구조에서 이런 문제는 양국 대통령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달라지는 것은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의 결정을 누가 주도하는가의 차이다. 자존심과 주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한국군이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될 때 전환한다는 ‘조건 기반 전환’은 그러므로 합리적인 결론이다. 이것을 다시 전환 연도를 정하자는 ‘시간 기반’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우리의 준비는 이미 충분하다, 혹은 우리가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당분간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으리라는 낙관에 기대고 있다.
그렇게 낙관할 때인지 의문이다. 세계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전이 격화시킨 중동 내 갈등, 중국의 대만병합 의지 등은 저마다 세계가 이전과 다른 ‘전쟁의 계절’에 접어들 가능성을 경고한다. 한반도가 다음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최소 60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등에 업고 한국을 넘본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에 유사 사태가 벌어져서 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싸고 강대국들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그대로인 가운데 한국은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준비되지 않은 전작권 전환은 적들의 잘못된 판단을 유발할 수 있고,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왜 정권의 임기 내에 전작권을 가져야 하는가. 치열한 군사적 판단이어야 할 전작권 문제가 정치인들의 값싼 고성 속에 소모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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