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글로벌 출하량도 22% 급감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스마트폰 매장.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인공지능(AI) 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글로벌 출하량도 22% 급감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스마트폰 매장.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메모리 생산을 확대하면서 스마트폰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원가 부담이 커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저가 모델 생산을 줄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교체를 미루면서 판매량이 급감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도 출하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한 대에 130만원

2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59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2013년 이후 3분기 기준 가장 적은 규모다. 감소율도 2분기 2%에서 크게 확대됐다.

비보와 오포의 출하량은 각각 약 900만대로 집계됐다. 샤오미는 800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화웨이는 1240만대로 18% 증가했고 애플도 1160만대로 15% 늘었다. 고급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들과 중저가 제품 중심 업체들의 실적이 엇갈린 것이다.

세계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55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사상 최대 감소율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하량이 각각 5.8%, 4% 줄어든 반면 샤오미와 오포는 각각 29.2%, 34.5% 급감했다. IDC는 AI 산업이 촉발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스마트폰 시장을 강타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글로벌 출하량도 22% 급감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스마트폰 매장.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인공지능(AI) 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글로벌 출하량도 22% 급감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스마트폰 매장.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스마트폰 가격은 판매량과 반대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달 15일 시작된 알리바바의 솽스이(11월 11일) 쇼핑 행사에서도 신제품 가격 인상이 두드러졌다.

비보의 X500 시리즈 16GB 램·512GB 저장용량 모델은 6499위안(130만원)에 출시됐다. 샤오미의 18 프로 맥스는 6999위안으로 책정됐다. 중국 정부의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이 주로 6000위안 이하 제품에 적용되면서 고가 제품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조사들은 판매량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대응해 저장용량을 줄이거나 제품 구성을 단순화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기존 8GB 램·256GB 저장용량 모델을 6GB 램·128GB 저장용량으로 대체했다. 저가 제품의 이익률이 낮아 원가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IDC는 제조사들이 100달러 미만 초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축소하면서 관련 시장이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메모리값 300% 폭등의 나비효과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는 원가 상승의 진원지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빠듯해졌다.

IDC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보다 300% 이상 상승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대조적이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가격 인상과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글로벌 출하량도 22% 급감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스마트폰 매장.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인공지능(AI) 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글로벌 출하량도 22% 급감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스마트폰 매장.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반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판매량 감소와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AI 투자 열기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산업 간 실적 격차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6.7% 감소해 약 10억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은 581달러(약 77만원7000원)로 27.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량은 줄지만 가격 상승으로 전체 시장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구조다.

IDC는 메모리 공급 상황이 안정되는 시점을 2028년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의 투자 확대가 소비자용 전자제품 시장의 가격과 수요를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