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화폐 도안 교체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주제”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2009년 10만원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초상 인물을 두고 이념 논란에 휘말린 끝에 무산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논란 때문에 근현대 인물을 채택하기 어렵다면 정조, 정약용 등 역사적 인물 가운데 혁신과 과학기술을 상징하는 인물이나 한국 산업의 기틀을 다진 경제인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2007년 3월 국회에서 경제 규모에 걸맞은 고액권 발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자 한은은 5만원권과 10만원권 발행을 추진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한은 화폐도안자문위원회는 전문가·정부 의견과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김구, 김정호,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 황희 등 10명을 후보로 선정했다. 2007년 11월 10만원권 초상 인물로 백범 김구 선생을, 5만원권은 신사임당을 최종 선정했다. 김구 선생은 독립애국지사를, 신사임당은 여성·문화예술인을 대표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김구 선생 대신 이승만 전 대통령을 화폐 도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대한민국의 뿌리를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서 찾는 민족사관과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의 기준으로 보는 국가주의 사관의 충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