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잡는 레이저·지뢰밭 뚫는 로봇…'아미 타이거'가 보여준 미래전
아군을 위협하며 비행하던 적 드론이 갑자기 불이 붙으며 추락했다. 미사일이나 기관총에 맞은 것도 아니었다. 적군 드론을 요격한 것은 우리 군의 대드론 첨단무기 '천광'이 쏜 레이저였다. 아군의 전파방해를 피한 소형 드론이었지만 레이저 공격을 피하진 못했다.

14일 경기도 양평훈련장에서 진행된 육군의 '아미 타이거 플러스'(Army TIGER+) 미래전 통합 전투 수행훈련의 한 장면이다. 육군은 인공지능(AI), 로봇, 무인체계가 기존 전력과 결합하는 미래의 전투 양상을 시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과 중동 전쟁에서 확인된 현대전에 우리 군이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까, 각계에서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켜준 현장이었다.

이날 훈련에서는 '통합무인전투대'의 지원을 받은 아미 타이거 기계화보병중대가 적의 '반땅크 지탱점'(대전차 거점)을 돌파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육군이 그리는 미래전의 다양한 전투 양상이 실제 훈련 형태로 시연됐다.

대공 레이저무기 '천광'이 공중의 적 드론을 격추했고, 대공무기 '비호복합', 차량형 안티드론체계(ADS) 등도 위력을 뽐내며 가상의 드론을 무력화했다. 이어 K2 전차, K21 장갑차 등 유인 장비도 신속한 기동력, 정확도, 파괴력을 과시하며 훈련장을 누볐다.

훈련에서는 무인수색차량, K-CEV 전투공병차량 등으로 구성된 순수 무인 장비들이 정찰드론, 4족 로봇 등과 함께 적 지뢰지대에 선제 진입해 전투 병력이 안전하게 진입하도록 길을 여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무인수색차량, K-CEV 등 무인체계가 장애물 극복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육군 제공
무인수색차량, K-CEV 등 무인체계가 장애물 극복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육군 제공
육군은 이번 훈련에서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연계한 Army TIGER+(아미 타이거 플러스) 추진방향을 제시하고, AI·로봇·무인체계를 활용한 미래 유무인복합부대로의 전환을 구체적으로 선보였다.

최근 AI와 로봇 등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은 전장환경과 전투수행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병역자원 감소와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병력 중심의 전투수행체계를 혁신하고, AI와 무인체계를 활용한 새로운 전투수행방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육군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로봇·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방분야에서 연결·통합·확장할 수 있는 핵심분야로 국방로봇과 피지컬 AI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지능화된 로봇과 무인체계가 실제 작전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AI 학습과 기술 발전 심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육군은 이러한 연계가 국가 첨단산업의 발전과 군사혁신을 함께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육군은 전투, 경계·정찰, 군수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피지컬 AI의 최대 수요처이자, 실제 군 운용환경에서 생성되는 동적데이터의 최대 공급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무인전투 시연에서 무인체계에 후속해 병력들이 소총사격드론의 엄호를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 육군 제공
통합무인전투 시연에서 무인체계에 후속해 병력들이 소총사격드론의 엄호를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 육군 제공
군의 교육훈련과 장비 운용, 기동ㆍ경계ㆍ정찰 등 다양한 활동은 산악과 도시, 해안 등 서로 다른 지형과 기상조건에서 반복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축적되는 로봇의 움직임과 주변 환경, 임무수행 과정의 데이터는 피지컬 AI의 학습과 성능 고도화에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육군은 군이 첨단기술의 수요를 창출하고 실제 운용환경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한편, 민간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기술의 완성도와 신뢰성을 높이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해 대한민국의 ‘피지컬 AI 세계 1강’ 도약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육군은 판교 AX 거점과 양평·무건리 훈련장을 연계해 국방로봇·피지컬 AI의 실증환경을 구축하고, 실제 운용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AI 학습과 기술 개선에 활용하는 순환체계를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또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 및 산·학·연과의 협력을 통해 민간의 첨단기술을 신속하게 실증하고,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확인된 기술을 군사적 소요와 전력화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미래 육군을 향한 변혁은 육군 구성원의 확신과 참여,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육군 아미 타이거의 전투 수행 모습과 주요 정책설명을 통해 육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공감과 신뢰가 넓어지고, 혁신의 동력이 결집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평=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