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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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받은 곳 100곳 중 99곳에서 시공사가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이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감액된 공사비는 4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검증 결과에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사비 검증을 받은 166개 사업장 중 164곳(98.8%)에서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액이 감액됐다. 감액된 공사비는 모두 4조 1600억 원 규모다.

증액 요구액의 절반 이상이 깎인 사업장도 10곳이었다. 서울 서초구 A 정비사업장은 시공사가 1076억 원의 증액을 요구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약 62%인 668억 원이 감액됐다. 경기도 B 사업장은 2108억 원의 증액 요구액 가운데 485억 원만 인정돼 약 77%인 1623억 원이 삭감됐다.

부적정한 공사비 증액 요구 사례도 확인됐다. 입찰 당시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한 특화 품목을 유상으로 바꾸거나, 마루 면적을 산정하면서 붙박이장 아래 면적까지 포함한 경우가 있었다. 1층과 필로티 층에는 설치되지 않는 피난구를 전 가구에 일괄 적용해 공사비를 산정한 사례도 나왔다.

공사비 검증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조합원 20% 이상이 요구하면 신청할 수 있고, 공사비 증액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검증기관은 시공사가 낸 증액 내역을 표준시장단가, 물가자료 등과 비교해 적정 공사비를 산정한다. 처리 기한은 증액분이 1000억 원 미만이면 60일, 1000억 원 이상이면 75일로 중재나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든다.

문제는 검증 결과가 현장에서 참고자료에 그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검증 결과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의무 대상 사업장이 검증받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과도한 증액 요구가 확인돼도 검증 결과를 계약에 반영하도록 강제하거나 의무검증 미이행을 제재하기 어려운 구조다.

복 의원은 “정당한 공사비 증액은 보장하되, 과도한 증액을 검증 없이 수용하면 조합원의 과한 분담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무검증 대상 사업장의 신청 기한을 명확히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청하지 않으면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