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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동남아서 수만명씩 채용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무역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출만으로는 해외 시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중국 기업들은 자동차와 배터리, 가전, 자원개발 등 주력 산업에서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수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각국 경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의 해외 투자가 현지 고용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가격과 생산 능력뿐 아니라 현지 노동시장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정착하는지에 따라 중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BYD, 유럽서 4만명 고용 목표
14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직원 수를 현재 약 1만명에서 4만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줄이고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는 오히려 현지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BYD는 올해 4분기 헝가리 공장을 가동하고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 공장 두 곳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유휴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BYD는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유럽 자동차업계 근로자까지 채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약 5만명을 감원할 계획이며 스텔란티스의 유럽 공장 가동률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 체리자동차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을 활용하는 합작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직원 3000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한 중국 자동차유리 업체 푸야오글래스도 현지에서 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공장은 중국 자본과 미국 노동자의 협업 및 갈등을 그린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배경이 됐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의 자원·배터리 기업들이 현지 고용을 확대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중국 칭산그룹 등이 투자한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의 직접 고용 인력은 올 7월 기준 9만7427명에 달했다. 여기에 협력업체 근로자 약 2만명이 추가로 일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는 헝가리 데브레첸에 연산 1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며 약 9000명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일자리 판도 흔드는 中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해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세계 189개 국가와 지역에 진출한 중국계 기업은 5만8000개다. 이들 기업의 해외 직원은 총 476만1000명이며 이 가운데 외국 국적 직원이 296만5000명으로 62.3%를 차지했다.지난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2135억8000만달러(약 286조원)로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 중국 자본이 해외 생산시설뿐 아니라 현지 고용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들이 현지 고용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역 규제와 공급망 재편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하이브리드차 수입 물량도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완성차를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확대에 제약이 생겼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고용을 확대하면서 현지 노동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경영 방식도 바꾸고 있다. 중국 하이얼이 인수한 미국 GE어플라이언스는 지난해 현지 노동조합과 4년 단체협약을 체결해 의료보험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인상체계를 도입했다.
중국 체리차가 참여한 스페인 에브로의 자동차 생산사업도 노조와 고용 합의에 따라 옛 닛산 공장 근로자 842명을 재채용했다.
반면 미국 푸야오글래스 공장에서는 중국식 근로문화와 미국의 노동관행이 충돌하면서 안전관리와 노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까지 진행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 한국기업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해 현지 공장과 인력에 직접 투자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강해졌다"면서도 "현지 노동법 준수와 안전관리, 노조와 협력은 다른 나라에 진출해 사업과 고용을 늘리는 해외 기업들이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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