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드 결제기업 비자가 중국 진출 40여년 만에 현지 위안화 카드 청산기관 설립 준비 승인을 받으면서 중국 유니온페이가 주도해온 결제시장에 진입할 길이 열렸다. 신화통신
미국 카드 결제기업 비자가 중국 진출 40여년 만에 현지 위안화 카드 청산기관 설립 준비 승인을 받으면서 중국 유니온페이가 주도해온 결제시장에 진입할 길이 열렸다. 신화통신
미국 카드 결제기업 비자가 중국 진출 40여년 만에 현지 위안화 카드 결제시장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중국에서 외화 카드의 국제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온 비자는 앞으로 자체 결제망을 통해 중국 내 위안화 카드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마스터카드에 이어 비자까지 중국 시장 진입 절차를 밟으면서 중국 유니온페이가 주도해온 카드 결제시장에도 경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금융시장 개방을 구체화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中 금융 빗장 또 풀렸다

13일 중국 인민은행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날 비자의 중국 현지법인인 웨이스정보기술유한공사에 은행카드 청산기관 설립 준비를 승인했다. 비자가 중국 내 위안화 카드 청산사업을 위한 공식 인허가 절차에서 준비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비자가 중국에 설립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합작회사를 통해 진출한 기존 미국 카드업체들과 차이가 있다.

이번 승인은 정식 영업허가에 앞선 첫 단계다. 비자는 앞으로 1년 안에 결제 인프라와 전산망 등 영업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후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의 심사를 거쳐 은행카드 청산업무 허가증을 받으면 중국에서 비자 브랜드의 위안화 카드를 발급하도록 승인하고 국내 결제거래를 청산할 수 있다.

카드 청산은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했을 때 카드 발급사와 가맹점의 거래를 연결해 결제정보를 처리하고 자금 정산을 지원하는 핵심 금융 인프라다. 비자는 그동안 중국에서 발급된 외화 카드의 해외 결제와 해외 발급 카드의 중국 내 사용을 지원했지만 중국 내 위안화 카드 거래를 자체 결제망으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미중 금융협력 결실, 카드시장 공략

중국은 2015년 국무원 결정으로 은행카드 청산시장을 외국 기업에 개방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 진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2020년 중국 합작회사를 통해 첫 외국계 청산업무 허가를 받았고 마스터카드도 2023년 11월 중국 왕롄청산유한공사와 설립한 합작회사를 통해 허가를 획득했다.

비자의 중국 시장 진출은 9년 넘게 이어진 숙원사업이었다. 비자는 2017년 7월 중국 당국에 청산사업 허가를 처음 신청했다. 이번 승인으로 2017년 이후 추진해온 현지 청산사업이 본격적인 설립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조치에는 미중 경제협력의 의미도 담겼다. 중국 측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경제·무역 협의 성과를 이행하는 구체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라이언 매키너니 비자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승인이 중국 시장에 대한 비자의 장기적인 노력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이 양국 간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추진한 역할에도 감사를 표했다.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중국에서 유통되는 은행카드는 약 102억7000만장에 달한다. 그동안 중국 유니온페이가 주도해온 거대한 결제시장에서 비자는 중국 은행들과 위안화 카드 발급·결제망 구축을 추진할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선 시장 점유율 확대는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중국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된 시장이다. 비자가 정식 허가를 확보하더라도 은행과의 제휴 확대, 가맹점 결제망 구축, 소비자 확보가 필요하다.

기존 유니온페이와 외국계 카드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지만 실제 시장 구도가 얼마나 달라질지는 영업 개시 이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중국 내 카드 사용 환경은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며 "비자로서도 세계 최대 규모의 카드 시장 중 하나에서 위안화 결제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 금융사에 시장을 추가 개방하며 미중 경제협력의 성과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