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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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의 희비가 갈렸다. 전날 차익실현 매물에 눌렸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은 삼성전자 실적과 마이크론 재평가,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에 힘입어 하루 만에 반등에 나섰다. 인쇄회로기판(PCB)까지 가격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이익 증가 기대도 살아났다. 반면 바이오는 펩트론의 일라이릴리 후속 계약 불발 소식에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22포인트(0.64%) 내린 6760.28에 거래됐다. 개인의 순매수(6954억원)에도 외국인(-6039억원)과 기관(-2687억원)의 연속 순매도가 지수를 압박했다.

기술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기록을 달성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도 수급 부담을 이겨내기 어려운 모습이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는 0.3% 하락한 26만7750원에 거래됐다. 다만 SK하이닉스는 174만1000원으로 1% 상승했고, 이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6% 가까이 오른 41만3000원에 거래됐다. 삼성SDI도 4.6% 오른 58만8000원이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내준 900선 재탈환에 나섰다. 같은 시각 3포인트(0.34%) 오른 901.69에 거래됐다. 주성엔지니어링(7.7%), 고영(8.8%), 원익IPS(5.6%), 두산테스나(14.4%) 등 반도체 소부장주와 에코프로(1.63%), 에코프로비엠(3.7%), 대주전자재료(3.2%) 등 2차전지 업종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대장주가 입증한 업황 강세와 투자 확대 기대를 바탕으로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는 흐름이다.

삼전 호실적, 마이크론도 "재평가"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은 메모리 업황의 체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매출은 195조원으로 시장 예상(200조원)에 미달했으나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20% 늘어난 107조4000억원으로 예상(104조원)을 소폭 웃돌았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회사 역사는 물론 전 세계 기술 기업으로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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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로 인한 환율 역풍에도 메모리 가격 인상이 실적을 견인했다. 매출이 시장 예상에 살짝 못 미친 것은 공급 부족의 여파로 풀이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을 전사 영업이익보다 많은 111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기존 전망보다 2조2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AI 서버용 D램과 HBM으로 생산이 전환되면서 모바일용 메모리도 공급 제약을 받고 있다"며 메모리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날 2027년 D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을 기존 30%에서 49%로 상향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1~2개월간 내년 실적 추정치 상향, 현금흐름에 기반한 주주환원이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밤사이 전해진 월가의 의견도 비슷하다. DA데이빗슨의 길 루리아 디렉터는 7일(미국 동부시간)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2100달러에서 3000달러로 상향했다. 종가(1088달러)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이날 4% 상승했다.

DA데이빗슨은 2028년까지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2027회계연도 주당순이익 추정치에 주가수익비율(PER) 19배를 적용했다. 현재는 14배 안팎이다. 루리아는 "투자자들이 마이크론의 가치를 이해하는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향후 훨씬 높은 멀티플이 적용될 것으로 봤다.
마이크론 대만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타오위안의 회사 건물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정한 이익배분 제도를 요구하며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마이크론 대만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타오위안의 회사 건물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정한 이익배분 제도를 요구하며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99%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직원에게 분배하라는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마이크론의 D램과 HBM 주력 생산 거점이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이미 빠듯한 메모리 공급이 더 조여질 수 있다.

"기판 가격 상승, 더 번질 것"

가격 상승은 메모리를 연결하는 인쇄회로기판(PCB)으로 확산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9월 국내 PCB의 중량 기준 수출단가는 ㎏당 286.3달러로 1년 전보다 42.2%, 한 달 전보다 1.9% 상승했다. 일본의 8월 PCB 생산액 기준 평균단가도 전년 대비 27.6%, 대만의 9월 PCB 생산자물가지수는 11.2% 상승했다. 원재료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동시에 AI 서버용 고사양·고다층 제품 비중이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업사이클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신규 수요가 더해지면서 가격 상승이 ABF 기판에서 BT 기판, 메모리 모듈 PCB로 번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의 신규 설비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본격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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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이 고성능 반도체용 ABF 기판에서 BT 기판과 메모리 모듈 PCB로 번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업사이클에 SoCAMM 등 AI 데이터센터용 신규 수요까지 더해지는 반면, 국내 업체들의 신규 설비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주요 업체들의 증설은 ABF 기판에 집중돼 있다.

펩트론, 2년 기다린 릴리 계약 불발

반면 바이오주에는 펩트론발 충격이 번졌다. 펩트론은 전날 미국 일라이릴리와 진행해온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가 기술 평가를 정상적으로 마쳤다고 밝혔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상업화 본계약 체결 소식을 내놓지 못했다. 2024년 10월 릴리와 기술평가 계약을 맺은 뒤 2년 만에 내놓은 결과가 실망으로 이어지면서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전날 국내 최초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의 시판허가를 받은 한미약품도 장중 하락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