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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美쳤다…지구 반대편서 '10조' 놓고 벌어진 일
K방산, 유럽·중동 찍고 중남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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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파견된 5~6명의 베테랑 기술자가 현지 직원에게 선체 용접과 선행의장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이광희 HD현대중공업 페루지사장은 “초기에는 한국식 ‘빨리빨리’와 남미 특유의 ‘마냐냐’(내일) 문화가 충돌하며 진통을 겪었다”며 “지난 8월 시마조선소 사상 처음으로 약속한 날짜에 맞춰 상륙지원함 진수에 성공하자 현지 직원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 철판부터 배관까지 ‘메이드 인 페루’
그동안 중남미 방산 시장은 유럽과 미국 기업의 텃밭으로 꼽혔다. 페루는 1970년대 도입한 독일제 잠수함과 이탈리아 함정을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유지와 정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무기 도입이 기술이전 없이 완제품 수입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페루와 칠레, 콜롬비아 등은 군 현대화 사업을 무기 구매를 넘어 방산·조선업을 육성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는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인력 양성을 아우른 ‘패키지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남미 수출 시장의 최전선은 페루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페루 해군과 수상함 네 척을 현지에서 건조하는 내용의 사업 계약을 맺었다. 잠수함 공동 건조도 추진 중이다. 연말 본계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계약이 체결되면 HD현대중공업 사상 첫 잠수함 수출이 된다. 페루 해군은 향후 호위함 6척과 원해경비함 4척, 상륙지원함 4척 등 14척의 수상함을 도입할 예정이다. 잠수함 사업도 현재 2척에서 4~6척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후속 사업 물량을 합치면 수주 규모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반응은 뜨겁다. 시마조선소 분석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현지 건조 사업은 지난 2년간 약 20억9400만솔(약 8257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냈다. 함정 건조 과정에서 창출한 현지 일자리는 약 3만3000개에 달한다. 루이스 실바 시마조선소 사장은 “HD현대중공업과의 협력으로 기술이전은 물론 수많은 장비를 기증받았다”며 “군함뿐 아니라 원유운반선, 어선 등 상선으로 영역을 확장해 중남미 조선업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육해공 ‘팀 코리아’ 연합전선
K방산의 중남미 시장 공략은 단일 기업의 개별 진출을 넘어 육해공을 아우르는 연합 전선의 성격을 띠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함정 현지 건조를 총괄하면 LIG D&A의 레이더와 전투체계, 전자전 장비 등 무장체계가 실려 함께 진출하는 구조다. LIG D&A는 지난 7월 콜롬비아에 이어 페루에 두 번째 현지사무소를 개설했다. 장영환 LIG D&A 해외사업부장은 “현지 사무소를 통해 해군 관계자들과 주 1회 정례 회의를 열고 있다”며 “향후 도미니카공화국 등 인접국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지상에서는 현대로템이 페루에 K808 차륜형 장갑차와 K2 전차를 수출하기 위한 최종 이행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 중 K808 차륜형장갑차 30대를 올해 11월 조기 인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행계약이 마무리되면 현대로템은 페루 육군조병창과 현지 조립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항공 분야에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페루에 T-50 고등훈련기 편대 수출을 타진 중이다.
엘로이 두란 페루 생산부 중소기업·산업 차관은 “한국과의 방산 협력은 페루 근로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전략적 기회”라며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양국 산업 역량을 함께 키우는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리마=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