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싣고 전장 질주…군용차 '방산 플랫폼' 변신
“꼭 차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레이더, 대드론 장비 등 K무기를 얹고 전장에서 잘 달릴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군용차다.”

지난 21일 방문한 국내 유일의 군용차 생산기지인 기아 전남광주공장. 이곳에서 30년간 군용차를 개발해온 박병석 특수차량연구실장(상무·사진)은 “모빌리티 플랫폼을 전장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군의 요구를 수십 년간 맞춰온 개발 경험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경쟁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시제작 공장에는 컨베이어벨트가 없었다. 군용차 한 대를 작업자들이 둘러싸고 직접 부품을 하나씩 조립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처음 세상에 나오는 ‘시험차’가 제작된다.

군용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무려 6개월. 별도 부품을 조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는 도장부터 방탄유리, 라이트까지 모든 사양이 일반 차량과 다르다”며 “총탄이 쏟아지는 극한의 상황, 영하 30도 이하 날씨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형 표준차 양산에 이어 대형 표준차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운전석 뒤로 길게 뻗은 거대한 섀시에 미사일 발사대부터 레이더, 대드론 장비까지 원하는 무기체계를 얹을 수 있도록 만든 ‘기동 플랫폼’이다. 대규모 화물의 신속한 적재·운반·하역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공장 밖은 시험평가장이다. 군용차는 실제 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환경을 견뎌야 한다. 기자가 직접 운전해본 소형전술차(KLTV)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기아의 인기 군용차다. 전장 5000㎜, 전폭 2204㎜로 차체가 육중했지만 가속페달을 밟자 예상보다 민첩하게 움직였다. 최고속도는 시속 130㎞에 달한다. 기아 군용차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중남미 등 4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전남광주=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