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 사진=연합뉴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개별 종목에 집중됐던 미국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S&P500 등 지수형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변동성이 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자금이 빠지는 대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면서도 수익률을 3~4배로 끌어올린 고배율 지수형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글로벌 상장지수상품 운용사 렉스파이낸셜에 따르면 올 3분기 들어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약 5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에는 약 9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오기석 렉스파이낸셜 아시아 대표(사진)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아시아 개인투자자들이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굉장히 많이 투자했다”며 “큰 변동성을 한 차례 경험하면서 최근에는 분산된 지수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종목 대신 '분산+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REX의 분석이다. 투자 대상이 테슬라·엔비디아 등 개별 종목에서 S&P500과 산업·테마지수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미국에서는 레버리지 배율도 높아지고 있다. REX가 BMO와 함께 운영하는 마이크로섹터스의 ‘MAX S&P 500 4X Leveraged ETN’은 S&P500 토탈 리턴 인덱스의 하루 수익률을 4배로 추종한다. S&P500이 하루 1% 오르면 상품은 비용 등을 제외하고 약 4% 상승하는 구조다. 반대로 지수가 1% 떨어지면 손실도 약 4%로 확대된다.

SPYU는 2023년 12월 처음 거래를 시작했다. 기존 미국의 대표적인 S&P500 레버리지 ETF가 2배와 3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레버리지 강도가 한 단계 높다. ETF가 아니라 BMO가 발행한 상장지수증권(ETN)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스콧 체크 렉스파이낸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ETF와 달리 ETN은 기초자산 구성과 익스포저, 레버리지 배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있다”며 “이를 이용해 투자자에게 보다 정밀한 익스포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파생상품을 사용하는 펀드에 관한 ‘룰 18f-4’를 도입하면서 신규 레버리지 ETF가 통상 기초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기존 3배 상품 등에는 예외가 인정됐다. ETN은 ETF와 법적 구조가 달라 4배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상품도 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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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상품의 기초자산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S&P500·나스닥100 등 대표 지수나 테슬라·엔비디아 등 인기 종목에 집중됐던 상품이 최근에는 국가와 산업, 테마, 채권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REX는 최근 19개 상품을 새로 내놨다. 일본·대만·브라질 등 국가별 지수를 비롯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회사채 등으로 레버리지 투자 대상을 넓혔다.

AI 투자에서도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에 집중했던 초기 AI 투자와 달리 최근에는 AI 모델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을 묶은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REX는 메타·엔비디아·알파벳 등 AI 관련 기업을 묶은 MANGOS+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N도 출시했다.

오 대표는 “AI가 학습에서 추론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를 두고 논쟁했다면 앞으로는 양쪽 모두에서 새로운 투자 대상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비중 전 세계적으로 확대"

고배율·세분화 상품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글로벌 증시에서 커진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대표는 “7년 전 뱅가드에서 근무할 당시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미국 주식 주문의 약 70%가 기관 주문이었지만 지금은 약 90%가 개인 주문”이라며 “한국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특히 높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를 전후해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미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약 10% 수준에서 최근 20~25%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온라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ETF·ETN 시장도 대표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상품에서 특정 종목과 테마를 겨냥하는 상품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게 REX 측 설명이다.

다만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방향을 맞혀도 장기간 보유하면 기대한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레버리지를 재설정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복리 효과로 인한 수익률 잠식도 커진다.

REX 역시 이들 상품을 장기투자 상품이 아니라 단기 매매를 위한 상품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마이크로섹터스 상품의 평균 보유 기간은 약 3일”이라며 “레버리지 상품은 1년 내내 투자하는 상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적 발표나 지수 편입·편출처럼 특정 사건을 앞두고 단기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장기간 시장 방향을 맞히며 보유하기는 전문 투자자에게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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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