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사진=이솔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사진=이솔 기자
증권가는 내년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매출 비중이 대폭 확대되면서 시장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D램 공급 부족 역시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2일 "올 3분기 삼성전자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올 하반기에는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라며 "특히 내년 HBM4E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HBM4 매출 비중은 올해 40%에서 내년 80%로 2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시장 점유율에서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데 고무적인 부분은 이익의 질이 동반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판가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고, 원가의 개선 역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HBM4·HBM4E 생산량을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 웨이퍼 투입량을 월 18만장에서 25만장으로 약 40% 늘리고, 전체 HBM 출하에서 HBM4 계열 비중을 40%에서 80%까지 올린다는 구상이다.

HBM4 공정에 쓰이는 글라스 캐리어의 세정 외주 물량이 월 2만장에서 5만장으로 늘어난 점도 생산량 확대의 신호로 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매출 기준 HBM 점유율은 33%로 직전 분기보다 12%포인트 뛰었다.

파운드리 자원도 HBM 쪽으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 생산능력의 절반가량인 월 1만5000장을 HBM4용 베이스다이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5라인(P5)은 층수를 줄여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HBM 증설로 인해 범용 D램의 공급 부족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전날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1%대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5%대 급등했다. 시장에선 내년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수혜를 삼성전자가 더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한 것이 엇갈린 흐름을 만들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전체 D램 생산능력에서 HBM 생산능력 비중은 올해 33%에서 내년 40%로 확대되는 만큼 범용 D램 생산능력 비중은 올해 65%에서 내년 59%로 지속 축소될 전망"이라며 "HBM 중심의 생산능력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범용 D램의 공급 제약은 심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년 범용 D램 공급 부족은 단기 현상을 넘어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DDR5 역시 주문부터 납품까지 1년 넘게 걸리는 등 공급난이 심화한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가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장기 공급계약을 중심으로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현물과 일반 고객이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더욱 제한되고 있다"며 "9월 현재 서버용 고용량 DDR5 리드타임은 최대 52주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3분기와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두 자릿수 상승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국 HBM 중심의 D램 생산능력 재편은 범용 D램 공급 부족 장기화와 가격 상승을 동시에 촉발하는 구조적 변화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