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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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가 추진해온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제동을 걸었다. TPG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만 미국 시장에서 유동화하는 현재 구조로는 카카오와 일반주주가 얻을 실익이 없고 ‘쪼개기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9년간 이어진 TPG의 투자금 회수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는 22일 장 마감 뒤 “이사회가 현재 구조에 따른 ADR 상장 추진에 반대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주주가치제고위원회는 TPG 보유 지분만을 기초로 ADR을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 7월 2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등록신청서인 ‘폼 F-1’을 비공개로 제출했다. 시장에서 거론된 공모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였다.

이번 거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반적인 기업공개(IPO)와 다르다. TPG가 가진 구주를 예탁기관에 맡긴 뒤 이를 기초로 발행한 ADR을 미국 투자자에게 파는 ‘유통 ADR’에 가깝다. 상장이 성사돼도 카카오모빌리티나 지분 57.18%를 보유한 카카오에 새로 들어오는 자금은 없다. TPG의 투자금 회수가 주된 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카카오 이사회는 반대 사유를 이례적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특정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 유동화가 카카오 일반주주의 경제적 이익으로 환원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투자 수요 분산, 중복상장에 따른 카카오의 순자산가치(NAV) 할인 확대와 기업가치 평가의 복잡성, 두 회사 주주 간 이해 상충 가능성도 거론했다. 카카오가 미국 증권법상 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유입되는 재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TPG 투자 9년…IPO·매각 모두 무산

양측의 갈등은 TPG의 길어진 투자 기간에서 비롯됐다. TPG 컨소시엄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출범한 2017년 5000억원을 투자했고 2021년에도 1307억원을 추가로 넣었다. 현재 보유 지분은 약 29%다. 첫 투자 당시 2022년까지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 주요 출구전략으로 거론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과 모건스탠리·씨티·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국내 상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와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논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각 사태가 겹치면서 일정이 중단됐다.

카카오는 2022년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일부를 MBK파트너스에 넘겨 2대 주주로 내려오는 방안도 추진했다. TPG 등 기존 투자자 지분까지 함께 매각하는 거래였지만 노조와 내부 구성원의 반발로 협상을 접었다. 2023년에는 가맹택시 수수료 회계처리를 둘러싼 금융감독원 감리가 시작돼 IPO 재개가 다시 어려워졌다.

회수 창구가 잇달아 막히자 TPG는 올해 5월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 산하에 주주가치제고위원회를 설치하고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위원회는 미국 ADR을 새로운 출구로 낙점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 UBS 등을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협조 없이는 SEC 심사와 미국 상장을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결의로 현재 방식의 ADR 상장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카카오는 상장 구조가 바뀌거나 카카오와 일반주주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편익이 늘어날 경우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TPG 지분을 카카오가 되사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 신주 발행을 병행해 카카오모빌리티에도 자금이 유입되도록 하는 방식 등이 다시 논의될 수 있다.

카카오 주가는 이날 공시 전 정규장에서 2.86% 오른 3만4150원에 마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