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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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3년 만에 금리를 올린 16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34% 폭등한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 전력기기 제조사 제너락입니다. 아마존 데이터센터에 2027~2028년 최소 24억달러, 최대 80억달러어치 비상 발전기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폭발했습니다. 아마존은 투자법인을 통해 제너락의 주식을 200달러에 살 수 있는 워런트(신주인수권)도 확보했습니다. 제너락의 정규장 마감가는 175달러였습니다.

이날 Fed FOMC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75~4%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모든 시장 가격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금리는 여전히 5% 안팎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투자 비용도 올라갑니다. 안 그래도 빚까지 내며 천문학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는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을 비롯한 세계 주요 기업들은 꿈쩍 않고 AI 인프라 확보에 돈을 더 쓰고 있는 것입니다.

나스닥지수를 필두로 미국 증시 3대 지수 선물은 17일 오전 11시30분 기준 일제히 0.5~0.6% 상승하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도 불안하게나마 상승 출발했습니다. 특히 하나마이크론(+7.3%) 네패스(+7.5%) 이수페타시스(+4.3%) 같은 반도체 후공정 관련주, 제너락처럼 비상 발전기를 만드는 지엔씨에너지(+8.6%)와 발전기 유통사 혜인(+11.4%), 데이터센터용 발전엔진 수혜가 기대되는 HD현대중공업(+7%)과 한화엔진(+9.7%) 등 전력주 강세가 돋보였습니다.

금리 인상은 분명 유동성과 위험자산에 불리한 소식이지만, 그 금리를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요와 실적을 입증하는 기업에는 충분히 견딜 만한 변수라는 게 시장의 반응입니다.

'매파적' 서프라이즈 삼킨 AI

이날 Fed의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바였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생각을 뒤집고 동결하는 게 더 악재라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지요. 물론 '만장일치 인상'은 예상 밖이었고, 2027년까지 더 높은 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점도표상 경로도 '비둘기파적 인상'을 원했던 시장의 기대보단 부정적이었지만, 그래도 증시는 상승했습니다.
케빈 워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EPA
케빈 워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EPA
문제는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케빈 워시 Fed 의장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워시 의장은 "광범위한 품목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 "현재 금융 여건이 긴축적이라 표현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발언을 반복하는 한편, 중립금리에 대한 답변은 거부하며 '비둘기파적인 뉘앙스'를 원했던 시장 참여자들에게 어떤 말미도 주지 않았습니다.

Fed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채권시장과, 이번 인상은 일회성일 것이란 힌트를 얻고 싶어하는 주식시장 사이에서 워시 의장은 최대한 말을 아끼며 채권시장의 신뢰 회복을 우선하는 모양새
입니다.

미국 증시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하락 반전했고, S&P500은 0.45%, 다우지수는 1.21%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만 나스닥지수는 약보합(-0.01%)에 그치며 충격을 거의 소화한데다, 장 마감 후에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AI 투자 사이클은 전혀 꺾일 조짐이 없다는 소식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피크아웃' 우려 반박하는 신호들

엔비디아의 구형 H200 GPU 시장 임대가격 추이. 자료=실리콘데이터
엔비디아의 구형 H200 GPU 시장 임대가격 추이. 자료=실리콘데이터
최근 AI 인프라 시장에서 나오는 가격 신호는 수요 둔화와 거리가 멉니다. AI 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는 다음달부터 엔비디아 GPU 임대료를 17~21% 올리기로 했습니다. 가장 비싼 B300 칩 가격이 시간당 7.85달러에서 9.5달러로 21%, 가장 큰 폭 오릅니다. AI 투자가 공급 과잉으로 향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떨어져야 할 것이 시장에서 GPU를 빌리는 가격인데, 현실에선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텔도 오는 10월 PC용 프로세서 가격을 10% 또 올립니다. 올 들어 세 번째입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최근 메모리 가격이 5~7배 뛰었고, CPU 주문 충족률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메모리와 함께 AI 인프라의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히는 전력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발전·송배전 장비 업체 GE버노바의 스트라직 CEO는 당초 2027년 가이던스로 제시한 수주잔액 2000억달러를 달성하는 시점이 연말이 아닌 연초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GE버노바가 만드는 가스터빈은 2030년까지 생산 물량이 사실상 완판됐고, 일부 중고 시장에서는 정가보다 50% 비싸게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 대형 가스터빈을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약 3% 상승하고 있습니다.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을 끊임없이 의심해온 투자자들도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9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 따르면 올해 하이퍼스케일러가 설비투자 축소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79%였습니다. 지난 7월 61%, 8월 71%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 축소를 예상한 응답은 같은 기간 27%에서 14%로 줄었습니다.

다음 병목은 '칩을 만드는 능력'

JP모건은 최근 AI 투자에 대한 우려 세 가지에도 "컴퓨팅 투자 확대 기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① 값싼 오픈웨이트 모델이 확산하면 비싼 프런티어 모델과 추가 컴퓨팅 투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② AI 속도조절론과 안전 관련 규제가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 ③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이 줄어 투자 여력이 바닥날 수 있다는 세 가지 모두 AI 투자 사이클을 꺾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오히려 오픈 모델은 AI 도입 비용을 낮춰 전체 사용량을 늘리는 '제번스의 역설'을 더 부추깁니다. 또 규제 충격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부채도 아직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JP모건의 진단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AI 산업의 문제는 ‘계속 투자할 것이냐’가 아니라 ‘투자하고 싶은 만큼의 물량을 과연 확보할 수 있느냐’입니다.

JP모간은 부족한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장비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다음 병목으로 지목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파운드리와 반도체 후공정(OSAT), 장비(SPE), 기판, 첨단 패키징, 고급 동박적층판(CCL)의 가격 상승률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마존이 '11조 몰빵'…금리 인상에도 '34% 폭등' 무슨 일이 [빈난새의 빈틈없이마켓]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전날 2030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를 기존 2조7000억달러에서 3조2000억달러로 높이면서, 웨이퍼제조장비(WFE) 시장이 올해 1560억달러에서 2030년 36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26~2030년 연평균 성장률이 23%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18%를 웃돕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하나마이크론·네패스 등 후공정 관련주와 이수페타시스·비에이치 등 기판주가 유독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칩 수가 늘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패키징과 테스트, 기판에 필요한 공정과 장비도 함께 늘어납니다. 전날 삼성전자가 천안·온양의 후공정 공간을 첨단 패키징으로 재배치하면서 DDR5·SSD 등 범용 모듈은 모두 외부 협력사에 넘기기로 했다는 소식도 상징적입니다. HBM과 첨단 메모리에 흘러넘치는 수요가 후공정이라는 또 다른 병목을 심화시키는 구조입니다.

더 깐깐해질 투자자 눈높이

반면 JP모간은 메모리 주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입니다. 펀더멘털에는 여전히 문제가 없습니다. 메모리는 여전히 병목 현상이 심각하고, 공급 부족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가격 상승률 자체만 보면 올해보다 내년에 둔화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또 오르는 모습에 익숙했던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차지 않을 수 있습니다.

투자 심리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HBM 사양 하향 논쟁, 알고리즘 효율 개선 같은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메모리 투자 논리를 둘러싼 잡음이 유독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JP모건은 "다른 하드웨어 분야보다 메모리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낮게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증시가 버티는 와중에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대형주는 약세를 보인 것도 이런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AI 사이클이 이어진다고 모든 AI 관련주가 쉬지 않고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추가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해 투자자들이 매기는 멀티플은 줄어들기 쉽습니다. 이미 단기간에 많이 올랐거나, 부채 규모가 크거나, 좀 더 먼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로 상승해왔던 기업은 AI 흐름에 올라탔어도 당장 주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신호만 보면 AI 수요나 투자 자체가 꺾이고 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두 차례의 금리 인상만으로 수년 치 계약이 잡힌 AI 인프라 투자가 멈추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5% 금리를 버티고 남을 만큼 빠른 매출과 이익 증가를 증명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이제 시장은 한층 더 깐깐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