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은 이곳의 24조 원 규모 추가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은 이곳의 24조 원 규모 추가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발전 관련 종목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주요 사업으로 미국 내 원전 건설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특히 미국 측이 먼저 대미 투자액의 상당 비중을 원전 건설에 투입하자고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미국 내 원전 건설이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으로 결정되더라도, 이 사업이 국내 원전 관련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상당할 수 있다. 원전 건설에만 10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하며, 운영과 유지·보수(MRO)까지 합하면 사업 기간이 50년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3거래일 만에 33% 뛰었다…원전주 '불기둥'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두산에너빌리티는 2200원(2.46%) 오른 9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의 대미투자 사업 중 하나로 원전 건설을 미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7일부터 3거래일 동안 15.78% 뛰었다.

같은 기간 한전기술은 32.99%, 현대건설은 11.61%, 대우건설은 15.43%, 비에이치아이는 11.17%, 우리기술은 34.71%, 우진은 21.40%, 한전KPS는 4.80%, 우진엔텍은 12.86% 올랐다.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1차 대미투자 합의문에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 추진’이 담길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모습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대미투자 관련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 측은 조선업에 투자하고 남는 대미투자액 2000억달러 중 1200억달러를 원전 사업에 투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기술·두산에너빌·건설사 순으로 수익 인식

증권가와 관련 업계는 미국 내 대형원전 건설 사업 규모를 원전 1기당 150억달러로 추산한다. 다만 미국 원전 건설 프로젝트 참여 기업이 수익을 인식하는 시점은 제각각이다.

우선 계약 체결 후 초기 1~2년 간은 설계와 인허가 지원을 위한 엔지니어링 업무가 먼저 진행된다. 부지 조건을 반영한 설계와 안전성 분석, 원자로계통설계(NSSS), 종합설계(A/E) 등 실제 착공을 위한 기술 업무가 선행되는 단계다.

이 구간에서 우선 주목할 업체는 한전기술이 꼽힌다. 한전기술은 원자로계통설계와 원전 종합설계 역량을 갖춘 국내 원전 전문 설계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등 한국형 원전 사업에서 관련 설계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형 원전의 추가 해외 수주에서도 설계 부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설계 계약을 확보할 경우 다른 기자재·시공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이른 단계부터 매출을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설계가 구체화되고 주요 기자재 발주와 현장 공사가 본격화되는 3~6년차에는 주기기 제작사와 대형 건설사의 실적 인식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원전 주기기 자동 용접 로봇 > 지난 8일 경남 창원시 귀곡동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박종희 원자력 생산팀장이 자동 용접 로봇의 원전 주기기 조립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원전 주기기 자동 용접 로봇 > 지난 8일 경남 창원시 귀곡동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박종희 원자력 생산팀장이 자동 용접 로봇의 원전 주기기 조립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은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장주기 기자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형 원전의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주요 기자재를 제작 대표적인 원전 주기기 업체다. UAE 바라카 원전에도 주기기를 공급한 경력이 있다. 향후 해외 한국형 원전에서 다시 주기기 공급계약을 확보한다면 설계 단계 이후 제작 공정이 본격화되는 구간부터 매출 기여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건설사도 비슷한 시기에 실적 반영이 본격화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원자로 건물과 터빈 건물 등 주요 구조물의 기초공사와 토목·건축 공사가 진행된다. UAE 바라카 원전에서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주요 시공 업무를 맡았고, 대우건설도 국내외 대형 원전 건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원전 부품업체 실적, 주요 구조물 공사 뒤 본격화

주요 구조물이 올라간 이후인 6~10년차 전후에는 복수기와 열교환기 등 보조기기(BOP), 배관·전기설비, 계측제어 시스템의 설치 비중이 높아진다. 시가총액이 작은 원전 테마주의 상당수가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더라도 실적이 개선되는 시기는 이 단계부터다. 또 관련 경력 보유가 프로젝트 참여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비에이치아이는 발전소용 복수기와 급수가열기 등 발전 보조기기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발전 프로젝트에서 관련 기자재 공급 경험을 쌓은 만큼, 향후 해외 원전 프로젝트의 세부 BOP 발주에서 공급업체로 선정될 경우 구조물 공사 이후 기자재 설치 단계부터 매출 발생 가능성이 생긴다.

계측제어 분야에서는 우리기술이 대표적이다. 우리기술은 국내 원전에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관련 설비를 공급한 경력이 있다. MMIS는 발전소의 운전 상태를 감시하고 주요 설비를 제어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설치와 시험이 건설 후반부에 집중되는 성격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기술이 향후 해외 한국형 원전에서 관련 공급계약을 확보할 경우 주기기·건설사보다 뒤늦게 실적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우진도 국내 원전에서 노내핵계측기(ICI)를 비롯한 원전용 계측기기 공급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로 내부의 중성자속 등 노심 상태를 측정하는 계측설비는 실제 운전을 앞둔 단계에서 설치와 시험이 이뤄지는 만큼, 해외 프로젝트에서 수주가 현실화될 경우 공사 후반부부터 관련 실적이 발생하는 구조를 예상할 수 있다.

건설 공사가 마무리되고 연료 장전과 종합 시운전이 진행되는 10년차 전후부터는 건설·기자재 업체에 두던 관심을 시운전과 운영·정비 업체로 옮겨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전KPS는 이 단계에서 대표적으로 수혜받을 가능성이 있는 업체다. 한전KPS는 국내 원전의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를 수행해왔으며, 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정비사업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은 2019년 바라카 원전 운영사 나와에너지와 5년간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을 체결했다.

우진엔텍도 국내 원전에서 계측제어설비의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 설비진단 업무를 수행한 업체다. 따라서 향후 해외 한국형 원전의 유지보수 공급망에 진입할 경우 신규 건설 단계보다 늦게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상업운전 이후 반복적인 정비 수요를 통해 장기적인 실적 기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