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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930곳 ROE 9.5%로 하락
해외 자산 엔화 환산액 급증
이익보다 자기자본 더 빠르게 늘어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3월 결산 기업 약 930곳을 집계한 결과, 2026년 3월기 ROE는 9.5%로 전기보다 소폭 하락했다. 금융업과 일본우정, 모자회사 동시 상장 기업의 자회사 등은 제외했다.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매출액순이익률도 6%대에 도달했지만, 자기자본 증가 속도가 이익 증가를 웃돌았다.
핵심은 외화환산조정계정이다. 해외 자회사의 외화 표시 자산과 부채를 연결결산에서 엔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차액으로, 출자 당시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자기자본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이익이 늘더라도 자기자본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하락할 수 있다.
2026년 3월기 프라임시장 기업 전체의 외화환산조정계정은 49조엔으로 전기보다 약 6조5000억엔 증가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전체 자기자본의 약 10%에 해당한다. 엔고 시기에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많아 최근의 엔저 기조에서 환산차액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 이익에도 후지필름 종합상사 ROE 하락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ROE 하락이 두드러졌다. 후지필름홀딩스는 ‘체키’ 카메라와 반도체 소재 판매 호조로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ROE는 7.7%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외화환산조정액이 약 2600억엔 증가한 영향이다. 후지전기도 데이터센터용 전원 시스템 등의 호조로 최고 이익을 경신했지만 ROE는 13.1%로 1.2%포인트 낮아졌다.종합상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토추상사의 ROE는 14.6%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중신(CITIC)그룹 등 해외 투자자산의 환산조정액이 약 3800억엔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쓰비시상사의 ROE는 8.5%로 1.8%포인트, 미쓰이물산은 10.2%로 1.7%포인트 각각 낮아졌다.
반면 기업 수를 기준으로 보면 자본효율 개선이 확산하고 있다. ROE가 8%를 넘는 프라임시장 기업의 비중은 60%로 전년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이토 리포트’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ROE 8%를 달성한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밴테스트의 ROE는 57.6%로 집계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AI용 반도체 검사장비 수요 증가로 순이익이 전기의 2.3배로 늘어난 영향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본 키옥시아홀딩스도 ROE 51.9%를 기록했다.
미국 ROE는 20%, 주주환원 수익성 개선 과제
미국 기업과 비교하면 일본의 자본효율 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융업 등을 제외한 미국 S&P500 편입 기업의 2025년도 ROE는 20.8%로 일본 프라임시장 기업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미국 기업들은 자기자본을 과도하게 쌓아두지 않도록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 실적 발표와 함께 8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전략가는 “일본 상장기업의 수익력이 향상되고 있지만 자기자본이 그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자기자본을 줄이는 동시에 가격 인상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저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주더라도 자본효율까지 높이려면 주주환원과 생산성 향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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