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이오 사옥. / 사진=아리바이오
아리바이오 사옥. / 사진=아리바이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액이 21조원을 넘어섰다. 아리바이오의 7조원대 판권 계약을 비롯해 한미약품알테오젠이 잇달아 조 단위 계약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굵직한 기술수출 소식에도 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는 증시 수급이 개선되면 기술수출과 임상 성과가 확인된 기업부터 주가가 반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4일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의 전반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KRX 헬스케어 지수'는 전날보다 77.48포인트(2.03%) 하락한 3742.69로 장을 마쳐 올 들어 23.07% 하락했다. 하반기 들어서만 7.09% 내렸다. 지난달 기술수출 계약이 몰리면서 일부 기업의 주가 반등이 있었지만 업종 전반의 추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은 지난 2일까지 13건이다. 이 중 계약액을 공개한 11건의 규모만 단순 합산해도 약 21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공개된 기술수출 규모는 연간 약 27조6598억원이었다.

올해 기술수출 성과를 낸 기업은 △알테오젠 △한미약품 △오스코텍큐라클네오이뮨텍올릭스 △SK플라즈마 △피알지에스앤텍 △아리바이오 △맵틱스 등이다.

단일 계약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아리바이오가 지난 5월 중국 '푸싱제약'과 체결한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독점 판권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최대 47억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아리바이오는 임상 개발에 활용할 옵션 비용으로 6000만달러(약 900억원)를 우선 받는다. 한국과 중동, 중남미를 제외한 지역의 개발·허가·생산·상업화 권리를 넘기는 계약이다.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ChatGPT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ChatGPT
알테오젠은 올해에만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ALT-B4'로 네 차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월 GSK 자회사 '테사로'와 4200억원, 3월 '바이오젠'과 8675억원, 지난달 비공개 글로벌 제약사와 521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2일에는 '노바티스'와 최대 32억2300만달러(약 4조4165억원) 규모의 옵션·라이선스 계약을 추가했다. 노바티스는 ALT-B4를 여러 바이오의약품에 적용해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알테오젠이 올해 ALT-B4로 체결한 계약액은 약 6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도 두 차례 대형 계약을 내놨다. 지난 6월 미국 '일라이 릴리'에 장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최대 12억6000만달러(약 1조8973억원)에 이전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로슈 자회사 '제넨텍'과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의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최대 23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큐라클과 맵틱스가 망막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MT-103'을 약 1조5636억원에, 오스코텍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을 약 1조원에 기술 수출했다. 네오이뮨텍은 면역 재건 치료제 후보물질 'NT-I7'을 약 3669억원에 이전했다. 피알지에스앤텍과 올릭스의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추가 계약이 이어질 경우 연내 기술수출 30조원 달성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학회와 기술협력 행사가 이어지는 데다 디앤디파마텍리가켐바이오 등이 추가 기술이전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계약 총액이 곧바로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은 아니다. 계약액 대부분은 후보물질의 임상과 허가, 판매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받을 수 있는 단계별 기술료다. 3일 기준 계약 규모가 공개된 11건의 총액은 약 21조가 넘지만, 선급금이 공개된 7건의 금액을 합치면 5744억원이다.

전체 계약액이 일부 초대형 계약에 집중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당수 계약은 개발과 허가, 상업화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만큼 선급금 규모와 후속 임상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증권가는 국내 바이오주의 약세가 기술력보다 수급 악화와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며 코스닥과 바이오 업종의 유동성이 약화됐고, 신용·레버리지 축소 과정에서도 변동성이 높은 바이오 종목에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이라는 저항에 부딪히며 바이오주의 상승세가 제한적이었다"고 짚었다.

향후에는 기술수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이전 이후 임상 진입과 마일스톤(단계별 보상금) 수령이 이어지는 기업, 글로벌 판매를 통해 로열티(기술료)와 실적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검증이 구체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증시가 반등하면 호재 이벤트가 있었던 종목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상승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