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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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내리 밀렸던 뉴욕증시가 2일(미국 동부시간) 반등했습니다. 4.82%에 육박했던 미국 10년물 금리가 보합권으로 되돌아오고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3일 국내 증시에서도 오전 10시20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1.7% 크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날 델에 이어 밤 사이 실적을 내놓은 스노우플레이크와 브로드컴은 폭발적인 인공지능(AI) 매출 성장·전망을 확인시켰고, 미국 중앙은행(Fed) 3인자 뉴욕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9월 금리 인상 우려를 진정시켰습니다.

물론 고금리 공포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여전히 4.78%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통상 증시에 부정적인 수준으로 인식되는 5% 선에 자꾸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일본 10년물도 30년 만에 도달한 3% 선을 깨지 않고 있습니다. Fed와 일본은행(BOJ)이 오는 16일, 18일 연달아 금리결정회의를 앞둔 가운데 두 나라가 35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짙습니다. 현재 시장은 이달 Fed 금리 인상 확률을 62%, BOJ 인상 확률은 100%에 가깝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Fed의 긴축과 고금리가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렸던 2022년 약세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나오는데요. 월가의 대답은 '아직 아니다'입니다. 근거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채권시장 패닉은 (아직) 없다

① 그때와 지금의 첫 번째 차이는 금리 변동성입니다. 금리가 오르고는 있지만 그 속도와 변동폭은 2022년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금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때 중요한 변수는 금리의 절대 수준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금리가 얼마나 빠르고 무질서하게 요동치는지, 변동성의 수준입니다. 채권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면 모든 자산의 할인율 계산이 어려워지고, 위험자산은 투매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과거 채권 변동성이 급등할 때마다 S&P500은 충격을 받았다. 자료=블룸버그
과거 채권 변동성이 급등할 때마다 S&P500은 충격을 받았다. 자료=블룸버그
2022년에는 금리가 하루에도 수십bp씩 움직이는 일이 예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채권시장에선 아직 그런 '발작'까지는 없습니다. HSBC는 "금리가 갑작스럽고 무질서하게 급등한다면 주식시장도 결국 반응하겠지만, 지금은 비교적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ICE BofA MOVE 지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채권시장 공포지수(VIX)'로 불리는 MOVE지수는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최근 5거래일 14% 급등해 79.7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1980년대 이후 장기 평균(85~90)보다도 낮습니다. 인플레이션 공포와 긴축 충격이 짙었던 2022~2023년엔 100 아래로 내려온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엔 200을 넘었습니다.
채권 옵션시장 변동성(MOVE) 지수 추이.
채권 옵션시장 변동성(MOVE) 지수 추이.
금리가 오르는 속도도 2022년 약세장에 비하면 더딥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국채 금리의 최근 20거래일 누적 상승폭은 17bp(1bp=0.01%포인트)로, 2022년 말(62bp)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올해 글로벌 국채의 고점 대비 손실률도 4.2%로, 2022년(-23%)과 견줄 바가 아닙니다.

채권시장에선 지금의 금리 상승을 '채권 투매가 아닌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프린시펄자산운용의 마이크 구세이 CIO 겸 글로벌 채권 총괄은 "지금의 변동성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난 10년간 거의 없었던 채권 장기 투자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티븐 밀러 GFSM 컨설턴트는 "이 정도 금리라면 고정 인컴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고려할 만한 대상"이라며 "(금리 상승에 너무 떨지 말고) 진정하라"고 했습니다.

"금리 상승, 경제 좋기 때문"

② 기대인플레이션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앞서 케빈 워시 Fed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중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대체로 안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날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도 "물가가 Fed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긴 하지만,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안정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지표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2일 기준 5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reakeven inflation rate·BEI)은 2.35%, 5년 후 5년 BEI는 2.33%였습니다. 명목 국채 금리와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의 격차를 보여주는 BEI는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미래 인플레이션과 연동되는 채권 파생상품인 '인플레이션 스왑' 금리도 최근 몇 달 간 약보합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5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reakeven inflation rate·BEI) 추이. 자료=FRED
5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reakeven inflation rate·BEI) 추이. 자료=FRED
그렇다면 최근의 금리 상승이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22년 고금리와 약세장의 원인은 인플레이션 쇼크와 그에 맞선 Fed의 고강도 긴축이었는데, 지금은 그 근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③ 오히려 이번 금리 상승분의 상당 부분은 높은 실질 성장과 초저금리 시대의 정상화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금리 상승이 끈질긴 인플레이션이나 재정 불안만이 아닌, 강한 경제 성장도 반영된 결과라면 금리가 올라도 주식도 함께 오를 수 있습니다.
자료=CNBC
자료=CNBC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최근 금리 급등이 "시장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강한 경제의 산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금리 상승을 이끄는 건 상당 부분 AI와 데이터센터, 기술 전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하는 강한 미국 경제와 견조한 경제 전망"이라는 겁니다. 케리 크레이그 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채권시장이 그려내는 것만큼 모든 경제가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 1.6%, 2분기 0.6% 감소하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컸습니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2.1% 성장이 예상됩니다.

케빈 플래너건 위즈덤트리 채권 투자 총괄은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은 비정상적인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정상적인' 상황으로의 복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 10년물 4~5%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와 비교하면 높지만,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던 과거의 범위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워시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과거의 '저성장·저축 과잉' 국면이 끝나고 AI 인프라 중심의 '글로벌 투자 급증' 시대로 전환됐다"고 선언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금리 0.6%포인트 더 올라도 채권보다 주식"

④ 성장이 밀어올리는 금리는 더 강한 기업 이익으로 주식시장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AI 산업이 주도하는 강한 성장과 낙관론은 2022년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2022년엔 Fed의 급격한 긴축이 경기와 투자를 압박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컸습니다. 실제 2022~2023년 S&P500 기업 이익 연간 증가율은 각각 4%, 1%에 불과했습니다. 에너지 업종을 제외한 빅테크와 기술주, 성장주는 실적이 마이너스로 꺾였습니다.
S&P 500 EPS percent year over year since Q2 2025
S&P 500 EPS percent year over year since Q2 2025
지금은 다릅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S&P500의 2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32% 급증했고, 연간으로는 27% 성장이 예상됩니다.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금리 부담에도 AI가 강력한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델과 스노우플레이크, 브로드컴의 7월 분기 실적은 이를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덕분에 경기 침체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2일 Fed가 공개한 베이지북에 따르면 7월 초 이후 미국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가운데 10곳에서 경제활동이 소폭 또는 완만하게 증가했습니다. 제조업 활동은 대부분 지역에서 확대됐고 서비스업도 성장했습니다. 금융여건은 소폭 개선됐고, 향후 경기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민간의 부채 구조도 2022년보다 고금리를 버틸 힘이 더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67%로, 2019년 74%보다 낮아졌습니다. 최근 AI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발행 '러시'가 벌어지고 있지만, 기업부채 비중 역시 코로나19 직후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고금리가 기업이익에 반영되는 속도도 과거보다 느립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500 기업 부채의 72%는 2028년 이후까지 고정금리가 적용됩니다. 국채금리가 당장 상승하더라도 대형 기업들의 실제 이자 비용이 한꺼번에 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카브라 미국주식 전략가는 금리 상승으로 채권 수익률이 과거보다 매력적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아직 주식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단순 명목 수익률뿐 아니라 기업 이익 전망과 성장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카브라는 주식의 채권 대비 매력이 사라지는 위험 구간이 되려면 미국 10년물 금리가 지금보다 0.5~0.6%포인트 더 올라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아가 현재의 증시 강세 사이클이 완전히 끝나려면 약 2%포인트 상승에 이르는 훨씬 큰 금리 충격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미국 주식은 여전히 채권 대비 저평가 구간에 있어 금리의 추가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남아 있다. 자료=소시에테제네랄, 블룸버그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미국 주식은 여전히 채권 대비 저평가 구간에 있어 금리의 추가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남아 있다. 자료=소시에테제네랄, 블룸버그

중요한 건 고금리 버틸 체력

⑤ 미국 정부와 Fed의 금리 변동성 억제 의지도 2022년보다 훨씬 강합니다.

2022년 초 Fed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이었습니다. 파월 전 의장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발언은 기대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했고, 인플레이션이 8~9%에 이르러서야 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3.75%로 이미 많이 높아진 수준입니다. 워시 의장은 2% 물가 목표가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며 인플레이션이 충분한 속도로 내려가지 않으면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발언입니다.

미 재무부도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채 바이백 규모를 늘리고, 단기채를 찍어 장기채를 사들이는 '트레저리 트위스트'까지 불사하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이는 오히려 시장을 더 자극하는 부작용도 동반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재무부는 시장 유동성을 안정시키고, Fed는 물가 기대를 안정시킨다는 의지입니다.

결국 지금 증시를 위협하는 금리 리스크는 금리의 절대적 숫자만 보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 5%를 넘어설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오르는지,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튀는지, 고금리가 기업 이익 성장을 위협하는 정도인지, 회사채 스프레드가 벌어져 기업의 조달 여건이 악화되는지 등에 따라 금리 상승을 버틸 주식시장의 체력이 달라질 것입니다.

몸사리는 기관 "9월은 조심해야"

현재 월가가 기대하는 기본 시나리오는 2022년식 약세장이 아니라 '9월 조정·횡보 후 연말 랠리'입니다. 올해 시장 방향 적중률이 높았던 JP모건 마켓인텔리전스 트레이딩데스크는 6월 이후 유지해온 강세론을 접고 '전술적 신중·중립'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9월의 약한 계절성과 모멘텀주 부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겹쳐 지수는 횡보하더라도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9월은 전통적으로 미국 증시에 힘이 없었습니다. 시타델증권에 따르면 1928년 이후 9월 S&P500의 평균 수익률은 -1.1%였습니다.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1.5%로 더 낮아졌습니다.
1928~2025년 하반기 평균 S&P500 수익률은 9~10월에 약하게 나타났다.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빨간 선)에는 9월 말 저점을 찍은 뒤 연말 반등했다. 자료=시타델증권
1928~2025년 하반기 평균 S&P500 수익률은 9~10월에 약하게 나타났다.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빨간 선)에는 9월 말 저점을 찍은 뒤 연말 반등했다. 자료=시타델증권
수급도 약해집니다. 개인투자자의 9월 저가 매수 규모는 2019년 이후 다른 달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8월 증시를 떠받친 1조10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승인도 9월 12일 전후부터 '블랙아웃'에 들어갑니다.

추세 추종 전략(CTA)을 포함한 시스템 자금도 매수 여력이 적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시스템 자금의 9월 추가 매수 여력은 90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시장이 하락할 경우 촉발될 수 있는 잠재 매도 물량은 1630억달러에 달합니다. 오를 때 힘은 약하고 밀릴 때 매물은 큰, 비대칭적인 수급입니다. S&P500과 나스닥도 50일 이동평균선에서 머지 않은 위치여서 지지선이 무너지면 알고리즘과 추세추종 자금의 매도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고금리에도 증시 버티는 이유…'22년 약세장과 다른 5가지 [빈난새의 빈틈없이마켓]
스캇 럽너 시타델증권 총괄은 9월이 '전술적 하락' 구간이 될 수 있다며 "오를 때 비중을 줄이고, 쌀 때 헤지를 늘리기"를 권했습니다. 2분기 좋았던 기업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대규모 옵션 만기와 거시경제 변수도 대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번 하락이 10월 중순 이후 더 나은 매수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큰손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미국 주식 포지션은 지난해 상호관세 충격 당시를 제외하면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고금리나 약세장 전환에 대한 공포 때문은 아닙니다.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옵션시장 공포지수는 10점 만점에 0.73이었습니다. '살얼음판' 9월을 방어적으로 보내고 후일을 대비하자는 분위기입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데스크는 “많은 투자자가 하락에 대비한 탓에 오히려 포지션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렸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포지션과 투자심리가 충분히 조정된 데다 상승에 베팅하는 비용도 매우 낮아, 미국 노동절(9월 첫째주 월요일)까지 반등 여건은 전보다 좋아졌다는 설명입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