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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두 배 이겼다…샌디스크 30배 잡은 34세 매니저의 투자법
꼭 1년 전인 2025년 9월 2일, 샌디스크 주가는 51달러였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가 인공지능(AI)의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아직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에 쏠려 있었다. 샌디스크가 만드는 낸드플래시에 주목하는 사람은 적었다. “기껏해야 USB 만드는 회사 아니냐”는 반응도 흔했다.

그 무렵 양희창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34·사진)는 메모리 현물 가격이 튀어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번스타인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만 해도 전 분기 대비 -17%였던 낸드 평균판매단가 변동률은 3분기 +5%로 돌아섰다. 여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급증한 AI 추론 수요에 맞춰 모델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시장에 나와있는 메모리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는 징후였다.

양 매니저는 자신이 운용하는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 ETF 포트폴리오에 샌디스크를 톱 10 수준으로 과감하게 편입했다. 샌디스크에 앞서 서클과 블룸에너지도 '걱정의 벽'을 타고 폭등할 때 더 크게 비중을 실었던 것과 같은 전략이었다. 그는 "역설적으로 근거가 가장 적고 막연할 때가 투자로서는 가장 안전하다. 내가 틀려도 크게 잃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팅은 성공적이었다. 샌디스크 주가는 9월 한 달에만 두 배가 됐고 연말엔 200달러를 넘어섰다. 2026년 9월 현재 15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펀더멘털은 좋은데 보유한 사람은 아직 적은 ‘빈 집’에 수급이 붙기 시작하면 주가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양 매니저는 이렇게 주도주가 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고 시장보다 ‘반 발짝’만 먼저 올라타 강한 추세를 누리는 방식으로 펀드의 몸집을 불렸다. 2025년 2월 상장한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 ETF는 1년 반 만에 설정액 5700억원을 넘었다. 수익률도 자랑할 만하다. 상장 이후 지난 8월 31일까지 나스닥지수가 38.6% 오르는 동안 이 ETF는 90.2% 뛰었다. 최근 1년 수익률도 약 53%로 39~44% 수준인 경쟁 상품을 앞질렀다.

1993년생인 양 매니저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로버스트자산운용과 씨앗자산운용을 거쳐 2022년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처음엔 리서치에서 밸류에이션을 파고드는 가치투자자로 시작했지만, 실적이 좋아지는데도 주가가 반토막 나는 종목을 붙들고 있다가 큰 손실을 본 뒤 생각을 바꿨다.

그는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며 "주가는 펀더멘털뿐 아니라 매수 수요와 매도 공급의 함수"라고 말했다. 시장보다 너무 많이 앞서가는 대신 펀더멘털과 수급, 뉴스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할 때 '반 발짝만' 먼저 들어가는 지금의 투자법도 여러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졌다.

양 매니저는 AI 주도 상승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하드웨어가 독주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AI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소프트웨어가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일 기준 그가 운용하는 ETF 비중 1·2위는 팔란티어와 스노우플레이크, 3~5위는 샌디스크와 엔비디아, 마이크론이었다.

다음은 양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르다"

나스닥 두 배 이겼다…샌디스크 30배 잡은 34세 매니저의 투자법
▶처음부터 펀드매니저를 꿈꿨습니까.
"아닙니다. 원래 국제정치·경제 뉴스를 좋아해 외교관이나 코트라, 국가정보원 같은 진로를 생각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인턴도 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다이나믹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으로 방향을 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BNP파리바 FICC 부서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환율·금리를 분석하는 일이었는데, CSIS에서는 그저 보고서 재료였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벤트에 시장은 크게 요동치는 것을 봤습니다. 좋아하던 국제정치와 거시경제가 금융시장에서 가격으로 즉시 번역되는 게 훨씬 역동적이라고 느꼈죠."

▶바로 운용을 맡은 건 아니었습니다.
"첫 직장인 로버스트자산운용에서 리서치를 했습니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부터 차례로, 매주 두세개를 종목당 최소 20쪽씩 보고서를 썼어요. 그렇게 시장 전체의 지도를 그린 경험이 지금도 큰 자산입니다. 씨앗자산운용으로 옮기면서 사모 상품 운용을 시작했고,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와 공모 ETF 운용을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해외주식 운용 체계를 세팅하고 KoAct 상품을 만드는 초기 과정부터 참여했죠."

▶리서치를 하다 직접 운용을 해보니 무엇이 가장 달랐습니까.
"운용 철학과 투자 스타일이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기업 리서치와 밸류에이션을 깊게 파고들다 보니 씨앗자산운용 시절까지는 철저한 밸류 중심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가치를 따라간다고 믿었습니다. 커리어의 절반 정도를 그 믿음으로 투자했는데, 너무 안 맞았습니다. 밸류에이션이 터무니 없이 싸고 실적도 계속 좋아지는데 주가는 오히려 빠지는 경험을 하면 정말 괴로웠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십시오.
"다초뉴에너지(DQ) 투자는 대표적인 실패 경험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인데, 2020년 하반기부터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과 주가가 크게 뛰었습니다. 저는 펀더멘털과 실적 개선폭만 보면 여전히 유망하다고 보고 2021년 초 매수했어요. 그런데 증설에 따른 피크아웃 우려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 공포가 주가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퇴출은 현실이 되지 않았고 실적도 좋았지만, 투자 심리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실적을 보고 2022년 초까지 버텼으나 주가는 2021년 2월을 고점으로 계속 하락했고, 50% 넘는 손실을 봤습니다."

▶펀더멘털과 주가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2022년 게임스톱 공매도는 반대 방향으로 실패한 사례였습니다. 실적도 없고 자산 가치 대비 멀티플도 설명할 수 없는 가격이었기에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공매도에 나섰지만, 밈으로 사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주가를 더 끌어올렸습니다. 결국 펀더멘털만으로 주가를 설명하려 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업으로서는 좋지 않아도 팔지 않는 팬덤이 있으면 좋은 주식이 될 수 있고, 좋은 기업도 새로 살 사람이 없으면 좋은 주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펀더멘털 역시 사람들이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여러 요인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이 집착을 버리니 훨씬 잘 맞추게 됐습니다."

"가장 불확실할 때가 가장 안전할 때"

나스닥 두 배 이겼다…샌디스크 30배 잡은 34세 매니저의 투자법
▶지금의 투자 철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투자 기회는 세상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나옵니다. 그것을 제때 포착하고 ‘반 발짝만’ 먼저 움직이는 것입니다."

▶왜 ‘반 발짝’입니까.
"아무리 좋은 종목도 시장보다 너무 빠르게 앞서가면 기다리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반대로 모두가 확신한 뒤에 사면 팔 사람만 많으니 큰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초기 데이터가 나오고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할 때 반 발짝 먼저, 작은 비중으로 들어가 후속 데이터를 확인하며 늘려가는 게 좋습니다."

▶펀더멘털과 수급을 함께 보고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구조적인 변화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이 ‘빈 집’일 때가 크게 베팅할 때입니다. 빈 집은 좋은 변화가 시작됐는데 아직 보유한 사람이 적어 매도 압력이 약한 상태입니다. 1년 전 샌디스크에 선제적으로 큰 비중을 실을 수 있었던 것도 당시에는 빈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샌디스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고 담았습니까.
"펀더멘털과 기술 변화, 수급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AI 추론 수요와 토큰 처리량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늘고 있었습니다.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는 GPU 옆에 붙는 HBM이 중요했지만, 추론이 늘면 대화와 결과값을 장기 저장할 낸드 수요가 새롭게 폭발합니다. 샌디스크는 그 수혜를 볼 수 있는 데이터센터용 낸드 제품 비중과 차세대 고대역폭플래시(HBF) 기술에서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시장은 HBM과 D램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죠."

▶'메모리는 사이클 산업'이라는 반론이 낸드에는 더 강하게 작용했을 텐데요.
"그때는 더 심했습니다. 어느 정도 올랐으니 이미 비싸다는 거였죠. 저는 과거 사이클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누군가는 더 많은 근거가 쌓이고 나서 사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에서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아무도 들고 있지 않을 때는 내가 틀려도 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잃을 게 별로 없습니다. 반면 변화가 확인되고 모두가 확신할 땐 신규 매수자는 줄고 매도 물량은 쏟아집니다. 가장 불확실한 초기 국면이 가격 측면에서는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시장에서 매일 열리는 설문조사 결과"

나스닥 두 배 이겼다…샌디스크 30배 잡은 34세 매니저의 투자법
▶변화를 포착하고 확신하는 데이터는 어디서 얻습니까.
"기업들이 발표하는 실적과 컨퍼런스콜입니다. 변화를 최전방에서 겪는 건 그 변화를 이끄는 기업들이니까요. 여러 컨퍼런스콜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신뢰도가 높습니다. 2022년 11월 챗GPT가 나오자마자 엔비디아 비중을 선제적으로 높인 것도 메타 같은 빅테크가 AI로 광고 효율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실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었습니다."

▶수급은 어떻게 읽습니까.
"주가의 흐름이 답안지라고 봅니다. 주식시장은 매일 투자자들에게 '이 가격에 살 것인가'를 묻는 설문조사가 벌어지는 곳입니다. 좋은 뉴스에도 반응이 미지근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이미 수급이 찼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악재에도 버티면 팔 사람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절대가격보다 같은 뉴스에 대한 반응이 바뀌는 순간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돈으로 매일 투자 결정을 내리는 일이 두려울 것 같습니다.
"감정을 빼고 확률 게임으로 접근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애널리스트도 맞힐 확률은 55%라고 합니다. 55%짜리 선택을 반복해 표본을 늘리고, 틀렸을 때는 작게 잃고 맞을 때는 크게 버는 기회를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연달아 틀리면 정말 의기소침해집니다. 그래도 승률이 51%라고 판단하면 다음 베팅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산 종목은 좋은 점만 보이는 확증 편향은 어떻게 막습니까.
"매일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데이터를 다시 봅니다. 좋은 뉴스에도 주가가 꺾이는 모습이 보이거나 다른 쪽 데이터가 더 좋으면 냉정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종목 고르기는 미인 대회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코가 큰 사람이 좋아도 다른 심사위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못 이깁니다. 중요한 건 내 생각이 아니라 모두의 투표 결과이지요. 주식시장에선 그 결과가 주가입니다."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로 확산"

나스닥 두 배 이겼다…샌디스크 30배 잡은 34세 매니저의 투자법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됩니까.
"출근길부터 전날 미국장을 분석합니다. 오전 7시40분 운용회의에서 시장 분위기와 포트폴리오 변화를 공유하고, 9시쯤 회의가 끝나면 한국장 매매를 합니다. 하루종일 리서치를 하고 오후에 미국 주식 주문을 냅니다. 매매는 주 1~2회 정도, 큰 방향 전환은 분기에 한 번쯤 합니다."

▶관세, 전쟁 같은 악재가 터졌을 때 대응 원칙은 무엇입니까.
"첫날 일단 '가드'를 올립니다. 하루 만에 끝날 가능성이 낮은 이슈라면 방어 섹터나 수혜주 비중을 바로 높이고, 상황이 되돌아오면 다시 사면 됩니다. 반등 때 일부를 놓칠 수 있지만 빠질 때 덜 빠집니다. 실제 상호관세 발표가 나왔을 때 바로 필수소비재와 방어 섹터 비중을 확 높였고, 이란 전쟁 때도 엑슨모빌 같은 유가 상승 수혜주를 바로 늘려 방어를 비교적 잘 했습니다."

▶7월 AI 하드웨어 급락에는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6월 중순부터 좋은 뉴스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반도체·전력·광통신 등 AI 하드웨어 비중을 10~20%포인트 줄인 상태였습니다. 바이오와 소프트웨어, 방어적 대형주, 현금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더 과감하게 줄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수급은 꺾였는데도 토큰 사용량과 기업 실적은 더 강해지는 것을 보니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짜여 있습니까.
"AI 하드웨어 절반, AI 소프트웨어 절반의 바벨 구조입니다. 하드웨어의 극단적 수급 쏠림은 상당 부분 해소됐고 실적도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반등은 나올 것으로 봅니다. 다만 전고점을 회복하기보단, 소프트웨어로 무게중심이 확산되면서 주도주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그림을 예상합니다."

▶소프트웨어는 AI에 대체된다는 공포가 컸습니다.
"그래서 지금 빈 집입니다. 어도비나 피그마처럼 생성형 AI와 기능이 겹치는 응용 소프트웨어는 대체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업이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가공하고 보안, 관측 성능을 강화하는 '인프라 소프트웨어'는 AI와 함께 성장합니다. 팔란티어,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이를 증명했습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변곡점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앤스로픽 상장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AI 투자는 하드웨어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앤스로픽이 상장하면 AI 모델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사이클이 끝난다기보단, 주도권이 확산되는 겁니다."

▶AI 하드웨어 안에서 더 초기 단계의 기회는 무엇입니까.
"메모리보다 CPU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여러 도구를 쓰고 긴 작업을 수행하면 CPU 수요가 새로 늘어납니다. 다만 당장은 실적에 충분히 찍히지 않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편입하는 대신 시장이 실제 숫자를 확인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AI 상승장이 끝나는 신호는 무엇이 될까요.
"메모리 가격과 서버 출하량, 빅테크 설비투자 같은 자료는 후행 데이터입니다. 최전방에서 봐야할 것은 최종 사용자의 토큰 사용량과 생산성입니다. 기업이 AI를 더 많이 쓰고, 잘 쓰는 기업의 산출량과 이익이 늘어나면 데이터센터와 서버, 메모리 수요는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최전방 데이터가 꺾일 때가 AI 산업의 진짜 경고 신호라고 봅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