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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7단지 재건축 조감도. 한경DB
목동 7단지 재건축 조감도. 한경DB
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의 최대 변수는 조합도 시공사도 아닌 김포공항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70여 년 만에 고도 제한 기준을 손보면서 2030년 11월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단지는 49층 계획을 접어야 할 처지가 됐다. 1980년대 상습 침수지에 들어선 14개 단지 2만6629가구를 4만743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사업비 30조원짜리 재건축 프로젝트가 하반기 들어 속속 시공사 선정에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14개 단지 동시 출발

목동 하이페리온2에서 바라본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와 신정동일대. 한경DB
목동 하이페리온2에서 바라본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와 신정동일대. 한경DB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는 지난해 12월 1~3단지 정비구역 지정을 끝으로 재건축 밑그림을 모두 확정했다. 1~3단지는 2004년 용도지역을 세분화할 때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20년 넘게 끌어온 이 문제는 국회대로 상부공원과 안양천을 잇는 녹지 축인 ‘목동 그린웨이’ 부지를 내주는 조건으로 제3종 상향이 이뤄지면서 정리됐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6단지다. 지난해 5월 14개 단지 중 처음 조합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5월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지난 6월 총회에서 DL이앤씨를 시공사로 뽑았다. 1368가구를 최고 49층 2173가구로 다시 짓는 사업. 공사비는 1조2868억원이다.

나머지 단지의 시공사 선정은 하반기에 몰렸다. 신정동 10단지는 두 차례 경쟁입찰이 유찰된 끝에 단독 참여한 현대건설이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다. 2160가구를 4248가구로 늘리는 2조6135억원 규모 사업이다. 1860가구를 2810가구로 바꾸는 12단지(공사비 1조7888억원)는 지난달 31일 입찰을 마감했다. 3852가구 규모의 13단지는 오는 7일, 1881가구인 8단지는 오는 22일이 마감이다.

덩치가 큰 단지는 아직 남아 있다. 7단지는 2550가구를 4335가구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서울시에 통합심의를 신청했다. 10월 시공사 선정 공고가 목표다. 재건축 후 5123가구로 14개 단지 중 가장 커지는 14단지도 다음달 입찰 공고를 낸다.

건설사들은 공략 단지를 나눠 잡았다. 12단지는 GS건설, 13단지는 삼성물산, 8단지는 대우건설의 단독 입찰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7단지에서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DL이앤씨가, 14단지에서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을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2단지, IPARK현대산업개발은 2·11단지로 목표를 좁혔다. 사업 방식도 제각각이다. 3·4·6·7·8·12단지는 조합이, 나머지 8개 단지는 신탁사가 사업을 이끈다. 의사 결정 구조가 다르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출발하고도 속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2030년 11월이라는 시한

서울 양천구 목동 13단지 전경
서울 양천구 목동 13단지 전경
단지들이 일정을 당기는 이유는 하나다. ICAO는 지난해 8월 70여 년 만에 장애물제한표면 기준을 바꾼 개정안을 발효했다. 국내에는 2030년 11월 2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 기준이 그대로 들어오면 김포공항 반경 11~13㎞에 걸린 목동 일대에도 45m, 60m, 90m의 단계별 높이 제한이 적용된다. 40~49층을 전제로 짠 정비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의 세부 기준과 기존 사업에 대한 경과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는 시행 전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면 영향권에서 벗어난다고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7월 6단지를 찾아 2030년 안에 인가 절차를 끝내겠다고 했다.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과 인허가를 수개월씩 당긴 배경이다. 이미 발이 묶인 곳도 있다. 12단지는 인근 단지와 달리 최고 43층으로 계획이 정해졌다.

대가도 만만치 않다. 공사비 1조~3조원짜리 사업장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건설사들은 승산이 있는 곳만 골라 들어가고 있다. 6단지와 10단지가 나란히 두 차례 유찰된 뒤 단독 참여 업체와 협상 절차를 밟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경쟁이 붙지 않으면 이주비 지원이나 분담금 납부 유예 같은 금융 조건에서 조합원이 챙길 몫도 줄어든다.

더 큰 부담은 이주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가 비슷한 시기에 몰리면 2만6629가구가 한꺼번에 집을 비우게 된다. 목동 안에서 이를 받아낼 수 없어 신정동은 물론 강서·구로·영등포구와 경기 부천 전·월세 시장까지 출렁일 수 있다. 업계는 2027~2028년을 전후해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양천구가 ‘목동 아파트 재건축 이주계획 안정화 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연도별 물량을 따져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시공사 여력과 이주 난을 감안해 입찰을 내년 초로 미루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학군이 떠받친 40년

서울 목동의 한 부동산 모습. 한경DB
서울 목동의 한 부동산 모습. 한경DB
거래는 규제 속에서도 이어졌다. 목동 택지개발지구 아파트는 2021년 4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서울시는 올해 4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압구정·여의도·성수와 함께 지정 기간을 2027년 4월 26일까지 1년 더 늘렸다. 전세를 낀 매수가 막히고 조합이 선 단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까지 제한되지만 값은 계속 올랐다. 7단지 전용 101㎡는 지난해 36억5000만원, 2단지 전용 144㎡는 올해 4월 38억8000만원에 팔렸다.

수요를 떠받치는 것은 결국 학교다. 목운초와 월촌중·목일중, 진명여고로 이어지는 배정 구조와 오목교역 일대 학원가 덕분에 목동은 대치동과 함께 서울 학군 수요의 양대 축으로 꼽혀왔다. 단지 번호에 따라 배정받는 학교와 학원가까지 거리가 달라 같은 신시가지 안에서도 값이 갈린다. 여의도와 마곡 두 업무지구를 5호선과 9호선, 올림픽대로와 서부간선도로로 오갈 수 있다는 점도 더해진다.

다만 이 수요가 목동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전세 물량이 줄자 신정교만 건너면 목동 학원가를 쓸 수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 신축 단지로 학부모 문의가 몰렸다. 이주가 본격화하면 이런 이동은 더 늘어난다. 한 번 옮겨간 학군 수요가 돌아오지 않으면 목동 값을 지탱해온 근거 자체가 흔들린다.

주변 여건은 나아지는 쪽이다. 1979년 문을 연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은 물류 시설과 주택 997가구, 체육시설을 갖춘 도시첨단물류단지로 바뀐다. 준공 목표는 2030년 하반기다. 국회대로 상부공원과 목동 그린웨이, 안양천을 잇는 5.3㎞ 녹지 벨트도 재건축 기부채납으로 만들어진다. 발목을 잡는 것은 철도다. 부천 대장과 홍대입구를 잇는 대장홍대선은 2031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갔지만, 양천구가 20년 가까이 매달려온 목동선은 2024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떨어진 뒤 강북횡단선과 묶어 다시 추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건축이 끝나는 시점은 빨라야 2030년대 중반이다. 그때까지 학군 수요를 붙잡아둘 수 있느냐가 4만7438가구의 값을 가르게 된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