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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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건 경기 호황으로 인한 고물가 환경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한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 모두 3% 안팎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선제적 인상’ 카드 왜 꺼냈나

신현송 한은 총재는 27일 선제적 금리 인상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고물가 환경을 꼽았다. 그는 “강한 경제 성장세와 이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오름세와 폭이 더욱 광범위해지고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래로 막느니 호미로 막겠다"…금리 올려 고물가 장기화 선제 차단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3%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7%포인트 높였다. 현실화한다면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4.7%에 달한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3, 4분기 성장률이 각각 0.3%, 0.5%에 달하는 등 하반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까지 강하게 지속돼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성장세가 강해지며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2.7%, 2.3%로 예상했다. 근원물가는 올해와 내년 모두 2.5%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총재는 “앞으로 있을 성장 강세와 소득 여건 개선세, 물가 오름세의 지속적인 상방 압력을 함의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에 빗대 “한은은 호미로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선제적 대응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화하겠다는 의도다.

금융 안정 측면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달 발표될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장기 평균(46.5)을 넘어설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면 FVI는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인상 속도 조절 시사

한은은 다만 점도표를 통해 향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점도표는 금통위원 7명이 각자 전망한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점 3개로 제시한 것이다. 연 3.25%를 가리킨 점이 10개로 가장 많았다. 연 3.50%에 6개, 연 3.0%에 5개가 찍혔다. 신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기조가 점도표에 함축돼 있다”며 “(향후 6개월간) 지금보다 한 번 더 올리는 정도의 완만한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 거푸 인상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 시점이 오는 11월 또는 내년 1월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10월 금리 결정과 관련해 주목할 지표로 신 총재는 8월과 9월 물가 지표와 다음달 발표되는 2분기 명목 GDP, 심리지수 등을 꼽았다. 신 총재는 “강한 성장세와 소득 여건 개선이 심리지수에 반영되는 정도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점도표 중간값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가리키자 채권시장은 안도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55%로 0.061%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은 점도표 상단이 연 3.75%까지 올라가는 것을 경계해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점도표 중간값이 연 3.25%에 그친 데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금리 인상 기조’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금리가 연 3.50%까지 오를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이 2.9%로 높아진 만큼 경기와 물가 흐름에 따라 추가 인상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