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8월 13일 오전 10시47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방산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의 화두는 ‘피지컬(Physical) AI’다. 이는 컴퓨터 화면 속에만 있던 AI가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물리적인 몸체를 얻은 것을 지칭한다. AI가 실제 환경에서 맞닥뜨리는 요소들을 스스로 판단해 임무를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피지컬 AI 중에서도 차세대 무인기 개발에 강점을 지닌다. 차세대 무인기는 스스로 주변 여건을 파악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인공지능을 탑재해 ‘피지컬 AI’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국내외 주요 방산기업들이 총출동하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드론쇼코리아(DSK),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국토교통기술대전 등에서 피지컬 AI 무인기의 개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7월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대한항공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 대한항공 제공
올해 7월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대한항공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 대한항공 제공

현대전 패러다임 바꾸는 ‘게임 체인저’

기존 유인 항공기는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상황을 판단해 기체를 조작한다. 반면 피지컬 AI 무인기는 센서와 기계 장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결합해 조종사 개입 없이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카메라 영상을 보며 무인기체를 원격으로 조종했다면, 지금은 임무 지역만 지정해주면 AI가 비행 경로를 계산하고 실제 기체를 제어한다. 즉 소프트웨어의 판단이 하드웨어의 움직임으로 연결돼 자율적으로 비행하는 원리다. 통신이나 GPS 신호가 끊기는 전자전 상황에서도 지형을 참조해 목표를 찾아가는 자율 항법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 덕분에 사람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피지컬 AI 무인기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인간이 버티기 힘든 중력을 견디며 기동할 수 있다. 피로를 느끼지 않아 비행 시간도 크게 늘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인명 손실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임무에 사람 대신 투입돼 작전을 지속할 수 있다. 전술·비용 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수천만 원 단위의 비교적 저렴한 무인기를 방어하기 위해 상대편이 수십억 원짜리 대공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 이른바 ‘비용의 비대칭성’을 유발하는 만큼, 향후 전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피지컬 AI 무인기의 실전 배치는 단순히 기존 전력을 보강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무인 복합체계(MUM-T) 완성을 통한 인명 피해 최소화, 전자전 및 통신 단절 환경에 대한 극복, 군집 지능 기반의 압도적 전술 능력이라는 핵심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최대의 작전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인기 여러 대가 하나의 팀처럼 임무 수행

대한항공이 현재 개발 중인 대표적인 피지컬 AI 무인기는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아음속 무인 표적기 △소형 및 중형 타격 무인기다. 대한항공은 ‘자율성’과 ‘연결’을 키워드로 여러 대의 기체가 지능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팀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피지컬 AI 무인기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소형 협동 무인기(KUS-FX)’는 길이 약 4m 크기의 소형 무인기다. AI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임무자율 기능이 탑재되며, 군집 자동 비행으로 무무인·유무인 복합 체계 구현에 최적화됐다. 개발을 완료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 미래 핵심 무기 체계로도 주목받는다.

‘아음속 무인 표적기’는 우리 군의 대공 무기 체계를 시험하고 요격 훈련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가상의 적 전투기나 미사일처럼 비행하며 실전과 완벽하게 같은 훈련 환경을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소형 및 중형 타격 무인기’는 실제 전장에 투입되는 무기 체계다. 적의 표적을 식별해 정밀하게 타격하는 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피지컬 AI 무인기들이 완벽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3대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임무 자율 기술’이다. 지상에 있는 사람이 원격으로 기체를 조종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휘관이 “어느 지역을 방어하라”거나 “정찰하라”는 목표만 명령하면 무인기 여러 대가 스스로 상세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눠 유기적으로 협력해 임무를 완수하는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이다.

두 번째는 ‘군집 통제 지상체 기술’이다. 무인기들이 자율적으로 비행하더라도 지휘부는 전체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해야 한다. 수많은 무인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지상 통제소에서 전체 편대의 상태와 현장 상황을 한눈에 모니터링하고 즉각 제어할 수 있게 하는 중추 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군집 비행 기술’이다. 수십 대의 무인기가 하늘에서 무리지어 비행하려면 고도의 정밀 제어가 필요하다. 무인기들끼리 서로의 위치와 속도 등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충돌 없이 간격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산불 화재 진압·AI 항공 MRO 등 활용

민간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우선 피지컬 AI 무인기 도입이 가장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은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 현장이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방산 혁신 기업 안두릴(Anduril)과 손잡고 ‘AI·무인기 기반 산불 대응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산불이 나면 사람이 직접 화재 징후를 파악하고 헬기를 띄우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AI가 공중과 지상, 우주(인공위성) 등 다양한 곳에 분산된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24시간 산불 징후를 감시한다. 불씨를 감지하는 즉시 무인기가 자율적으로 출동한다. 사람이 진입하기 힘든 위험한 화재 현장에 AI 무인기를 투입하고, 초기 진화 임무를 수행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피지컬 AI가 활용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분야는 로봇·AI를 활용한 ‘AI 항공기 정비(MRO)’다. 기존에는 항공기 정비사가 크레인을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항공기 외관 흠집 등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기에 비교적 위험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피지컬 AI가 적용된 군집 드론과 지상 로버를 투입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AI 로봇들은 센서를 활용해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환경을 3차원 지도로 그려가며 항공기 주변을 자율주행한다. 로봇이 안전하고 빠르게 항공기 구석구석을 누비며 데이터를 수집하면, AI 비전 기술이 미세한 균열이나 부품 결함들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고소 작업의 위험성은 획기적으로 낮추고 정비 시간은 크게 단축된다. 대한항공이 선제적으로 항공기 점검에 AI를 적용한 AI 항공 MRO는 해외 항공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보잉 정비 매뉴얼에 이 방식을 정식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에 전시된 대한항공의 AI 항공 MRO. 대한항공 제공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에 전시된 대한항공의 AI 항공 MRO. 대한항공 제공

글로벌 방산기업들과 교류 강화

대한항공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성과를 알아본 글로벌 방산기업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AI 방산 기업 안두릴(Anduril)과 무인 항공 분야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이다. 현재 양사는 대한항공의 무인기 제작 역량과 안두릴의 혁신적인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미래 기술의 핵심인 ‘임무 자율화’를 적용한 무인기 공동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두릴 제품을 면허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안두릴의 아시아 생산 기지를 기반으로 향후 아·태 지역 무인기 시장으로의 공동 수출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미국 아처(Archer)와는 지난해 10월 국방 항공 모빌리티 시장 진입 및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아처의 독보적인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 설계 기술과 대한항공이 수십 년간 쌓아온 군용기 개조 및 무인기 체계 통합 역량을 결합하는 ‘군용 AAM 플랫폼 개발 및 핵심 기술 교류’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기술 협력을 넘어 국내외 방산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공동 사업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국내 AI 전문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가진 항공 플랫폼과 노하우에 국내 유수 기업들의 최첨단 AI 알고리즘이 더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내부 기술 내재화와 외부 전문성 결합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K-방산의 차세대 무인기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무인기를 직접 제작하는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테크센터 무인기공장 외경. 대한항공 제공
무인기를 직접 제작하는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테크센터 무인기공장 외경. 대한항공 제공

‘K-방산 무인기 수출’ 목표로 전력

대한항공은 반세기 동안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비 노하우와 운항 관제 경험을 무인기 개발에 완전히 융합해냈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내 최초의 ‘K-방산 무인항공기 수출’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수출형 파생 모델을 체계적으로 준비 하는 거싱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AI 전문 인력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작을 넘어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한항공은 개별 무인기 운항 통제에서 더 나아가 피지컬 AI 무인기와 통제 시스템 등 미래 무인기 운용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연결하는 통합관리시스템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다수의 무인기가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분석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브레인, 즉 ‘무인기 통합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는 대한항공의 미래에 방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