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8월 4일 오후 3시5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에서 안전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부품은 사물을 정확히 식별하는 ‘눈’, 고성능 카메라 모듈이다. 인간의 개입이 불가능한 구조 특성상 미세한 오작동도 허용되지 않아 기술적 진입장벽이 극도로 높은 분야다. 테슬라가 미래 사활을 건 무인 로보택시인 사이버캡의 카메라 모듈 전량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에 맡긴 이유다. 두 회사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피지컬 인공지능(AI) 부품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완전 자율주행 모듈까지 장악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테슬라의 무인 로보택시 사이버캡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전량을 수주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부터 양산에 들어갔고, LG이노텍도 연말부터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로보택시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로보택시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카메라 모듈은 전기차의 눈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자동차 주변 차량과 보행자, 신호등 같은 주변 사물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AI의 주행 판단을 돕는다. 이번 공급은 두 회사의 카메라 모듈 기술력을 테슬라에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테슬라는 이미 현재 양산하고 있는 전기차에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로보택시용 제품 공급은 양사의 기술력이 한 단계 더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로보택시는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완전 자율주행(레벨4) 차량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운행이 필요한 만큼 더욱 정밀한 카메라 성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에 500만 화소급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적용한 카메라 모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테슬라 전기차에 쓰인 120만 화소급 센서보다 네 배 이상 정밀하다.

사이버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다. 머스크는 향후 사이버캡을 연간 200만 대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테슬라의 연간 전체 차량 생산량(약 165만 대)을 웃도는 규모다.

머스크와 테슬라가 미래 먹거리로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인 만큼 부품 공급사 선정 과정에서 기존보다 훨씬 엄격한 품질(퀄) 검증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두 회사와 테슬라의 협업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자동차 사업 외에도 휴머노이드, AI 모델, 우주 등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표준’을 제시하는 세계적 빅테크다.

테슬라가 연간 100만 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눈에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이 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 3월 회사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이르면 내년 휴머노이드용 부품을 양산해 3~4년 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관련 품질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완성차는 물론 AI·로보틱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규 공급 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 체질 전환 기회”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이번 납품을 계기로 사업 체질 전환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회사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LG이노텍은 애플의 아이폰용 고성능 카메라를 주력으로 제조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은 수요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AI 인프라 투자 열풍으로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테슬라와의 동맹 강화를 계기로 두 회사는 사업 다각화와 함께 매출 반등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올해 자동차·AI 인프라 수요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매출 25조4154억원, 영업이익 1조265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07%, 4.98%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기는 올해 매출 14조3143억원, 영업이익 1조92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매출은 26.51%, 영업이익은 13.4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 모두 영업이익 1조원을 무난히 돌파하는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