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웨이퍼와 석영 도가니의 출발점인 ‘모래’가 반도체 공급망의 잠재적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은 나노미터(㎚) 단위 미세공정에서 벌어지지만, 정작 승부를 가를 변수는 공급망 맨 앞단의 원료 조달과 정제·가공 능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 면적은 35억7300만 제곱인치로 전분기보다 9.1%,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68억4800만 제곱인치로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많다. 상반기 증가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 연간 증가율 5.8%를 웃돈다. AI 수요가 첨단 로직과 메모리를 넘어 전력반도체와 포토닉스로 번진 데다 산업·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회복된 결과다.

이 웨이퍼의 출발점이 모래다. 실리콘 웨이퍼는 이산화규소가 풍부한 규석에서 시작된다. 규석을 환원해 금속실리콘을 만든 뒤 이를 화학적으로 정제하면 순도 ‘일레븐 나인’(99.999999999%)급의 반도체급 폴리실리콘이 된다. 이를 섭씨 1420도 안팎에서 녹여 원기둥 모양의 단결정 잉곳으로 키운 뒤 얇게 잘라 연마·세정하면 웨이퍼가 된다. 이때 폴리실리콘을 녹이는 도가니 역시 불순물이 극도로 적은 고순도 석영으로 제조한다. 웨이퍼의 원료도 모래고, 그 원료를 녹여 담는 그릇도 모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