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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일 트러스톤자산운용 CIO는 최근 코스피 급락이 특정 반도체 종목 쏠림에 의한 변동성 확대 때문이라 분석하며, 시장 안정을 위해 실적이 뒷받침되는 다양한 성장주로 '퀄리티 머니'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무일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
한경 프리미엄9은 증시 조정기를 맞아 '투자 대가들의 긴급 시장 진단'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구독하시면 더 많은 시리즈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한 달여 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스피는 장중 사상 최고치(9385.59)에서 30% 가까이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등에 자금이 집중된 탓에 다른 업종으로 수급이 확산되지 못했고, 시장 변동성은 금융위기 수준까지 확대됐다.
정 CI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다시 만나 "이번 조정은 쏠림이 만든 변동성 때문"이라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으로 퀄리티 머니가 확산돼야 변동성과 불안이 완화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제는 멀쩡한데 증시는 금융위기 같아...쏠림이 낙폭 키워"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락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코스피가 단기간에 30% 가까이 하락하는 것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때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금리나 기업 실적 등 경제의 기본 여건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는데 주가만 시스템 리스크에 준하는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고점 논란과 지정학적 불안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고, 여기에 시장 구조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조정이 과도하게 확대됐다고 봅니다."
▶지난 6월 인터뷰에서는 한국 증시에 부족한 마지막 퍼즐로 '퀄리티 머니'를 꼽았습니다. 이번 급락도 특정 종목 쏠림이 만든 결과라고 보십니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 합쳐도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습니다.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약 60% 수준이고, 반도체 장비·소재와 전력기기 등 AI 밸류체인까지 넓혀 보면 시장의 70% 이상이 사실상 하나의 산업에 연결돼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어느 시장을 봐도 단일 산업이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는 드뭅니다. 이렇게 되면 작은 악재 하나에도 시장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은 얼마나 컸습니까.
"정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 기반한 계산이지만 레버리지 ETF가 없었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률은 각각 17%, 20% 수준에 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정상적인 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개인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개인 순매도를 시장의 구조적인 변곡점으로 보기보다는 강세장 후반부에 유입된 자금이 조정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예상보다 낙폭이 커지면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키미K3는 삼전닉스에 호재...반도체 랠리 유효
"AI 산업은 돈을 쓰는 '스펜더(Spender)'와 AI 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인에이블러(Enabler)'로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픈AI와 구글, 중국의 대형 AI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스펜더입니다. 이들이 돈을 쓰는 대상이 반도체와 전력기기, 전선 같은 인에이블러 산업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공급하고 국내 전력기기와 전선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합니다. 한국 인에이블러 기업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중국 메모리 기업의 성장도 당장 위협은 아니라고 보십니까.
"장기적으로는 경쟁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AI 시장의 핵심은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공정입니다.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중국 기업의 부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 경로를 당장 흔들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반도체 랠리는 이어질까요.
"AI와 반도체의 장기 성장 사이클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조정은 산업의 성장성이 훼손됐다기보다 시장의 쏠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사면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반도체의 장기 성장세는 이어지더라도 자금은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성장 산업으로도 분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시장도 더 건강하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AI시대 핵심 변수는 금리...코스피 9000 회복할 것"
▶하반기 증시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무엇일까요."금리입니다. 주식은 성장과 유동성, 비용이라는 세 축으로 움직입니다. AI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합니다. 조달금리가 올라가면 투자 속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AI 스펜더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 반도체와 전력기기 같은 인에이블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이벤트를 꼽는다면요.
"알파벳을 시작으로 발표되는 미국 빅테크 실적이 가장 중요합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AI 투자 계획을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면 최근 제기된 반도체 고점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에서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할까요.
"삼성전자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삼성전자는 통상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데, 현재 정책이 올해 종료되고 내년부터 새로운 정책이 시작됩니다. 기대가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와 맺은 장기공급계약(LTA)과 관련해 어느 정도까지 설명할지가 관심입니다. 마이크론이 장기계약 현황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한 만큼 투자자들도 콘퍼런스콜에서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말 코스피는 어디까지 내다보십니까.
"기존에는 연말 코스피를 1만1000까지 전망했습니다. 최근에는 조정 폭을 반영해 전망치를 9000으로 낮췄습니다. 다만 지수 자체에 너무 의미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주식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 실적과 산업 변화, 금리와 유동성을 계속 점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화장품·은행 업종 주목... "사두고 여름휴가 다녀오세요"
"실적이 좋아지는 산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업종이 화장품입니다. 산업이 30~40% 성장하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안팎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 같은 브랜드 기업이 있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같은 ODM 업체, 실리콘투처럼 해외 유통을 담당하는 기업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은행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꾸준한 이익 성장과 주주환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주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있지만 최근 조정을 거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 부분 낮아졌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취하되 취하지 마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십니까.
"사두고 여름휴가를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번에는 특정 종목에 취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면, 지금은 불안에 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매일 시세를 들여다볼수록 마음만 흔들립니다. 기업 실적이 확인되면 시장을 짓누르는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기업 실적을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고송희 기자 hg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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