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수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 BofA
진 수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 BofA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는 가운데, 시장을 짓누르는 외국인 자금 이탈 공포는 과도하다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진단이 나왔다.

진 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아시아태평양 대표(사진)는 24일 서울 무교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며 최근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며 "한국 시장 자체가 커진 데다 유입된 자금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 정도의 변동성은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거세진 외국인 매도세와 관련해서도 "한국 시장에서 이탈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수 대표는 "해외의 펀드, 특히 패시브 펀드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며 "올 상반기 한국 증시 규모가 커지면서 펀드 내 단일 국가 투자 한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금이 유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시장에 자본을 배분하려는 글로벌 자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수 대표는 "동북아는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며 "선도적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미국에서 개발되지만, 한국 등 아시아는 반도체, 전력 등 AI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조력자"라고 치켜세웠다.

수 대표는 에너지·칩·인프라·AI모델·애플리케이션 등 5단계로 AI 산업 구조를 나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AI 5단 케이크' 비유를 들어 투자축 이동을 설명했다. "현재는 케이크의 하단과 중간부인 전력·반도체 등에 자본이 집중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투자의 축이 애플리케이션, 더 나아가 피지컬AI로 확장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수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 BofA
진 수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 BofA
한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는 강한 긍정론을 펼쳤다. 수 대표는 "단기적인 주가 향방을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사업 펀더멘털 관점에서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수요가 생산능력을 아득히 초과하고 있어 반도체 사이클은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피의 반도체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한국뿐 아니라 미국, 대만 등에서도 관측되는 현상"이라며 "글로벌 투자자가 주도주 외에 밸류체인 내 수혜 종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반도체 랠리가 연관 종목으로 점차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반도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재산업화 흐름과 맞물린 인프라, 전력, 방위산업 등에도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고 봤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궁극적으로 소비재 섹터까지 상승 흐름에 편승할 잠재력이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등 다방면에서 한국 시장의 투자 유인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성과급 인상 논란을 두고서는 "해외 투자자는 이 사안을 개별 임금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경영 능력과 자본 효율성, 수익률을 함께 따지는 총체적 관점에서 본다"며 "한국 기업의 이익과 매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기업 가치를 위협할 만한 리스크로 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원화 약세 현상은 '단기적 타이밍 문제'로 규정했다. 수 대표는 "미국의 원유·가스 수출 지위에 연동된 글로벌 강달러 기조에 대형 수출 기업의 환전 지연이 맞물린 결과"라며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9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 기초체력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