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페이스X '0주' … 미 대표 주관사 골드만삭스 한국 투자자 외면
스페이스X 상장 5시간 전이던 지난 12일 밤 8시. 미래에셋그룹 본사가 발칵 뒤집혔다.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배정된 공모주가 없다"는 이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당일 오전 미래에셋 측에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한 서류를 보내면서 231만주의 공모주를 배분한다고 공지했다. 공모가 135달러 기준, 3억6400만달러(약 5500억원) 규모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공모주를 배정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미래에셋 측은 뉴욕법인을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섰으나, 골드만삭스 측은 배정을 번복한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각 공동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미래에셋에 기관투자가 자격으로 신청한 코너스톤 물량을 270만주, 3억6400만달러(약 5500억원)어치를 배정한다고 알렸다. 코너스톤 제도란 장기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제도다. 스페이스X 초기 투자자인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생명과 증권, 벤처 등 주요 계열사가 이번 기업공개(IPO)에 참여해 1000억원 이상의 공모주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받은 물량은 기존 투자분과 함께 장기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모주를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게 되면서 미래에셋그룹은 긴급회의를 열고 코너스톤 물량을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공모가 불발될 경우 미래에셋의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개인 고객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기관 물량을 개인에게 넘길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미국과 한국의 규정이 달라 국내 개인들에게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을 주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미래에셋은 결국 개인에게 청약 자금을 전액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공모에 수십억 원의 청약금을 넣었던 국내 큰손 투자자들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 투자자는 "애초에 물량을 많이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주도 못 받을 줄은 몰랐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상장일에 샀을 텐데 자금이 묶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단독] 스페이스X '0주' … 미 대표 주관사 골드만삭스 한국 투자자 외면
업계에선 미래에셋이 신청한 공모주 수와 총금액이 적었고 일반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전문투자자에 한정해 공모를 진행한 것이 공모주를 받지 못한 이유가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청약 금액은 10억달러, 공모주 신청자는 700여명이었다. 금융당국이 환율 급등을 우려해 청약 규모를 줄이고 일반 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로 청약 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반면 당초 미래에셋과 같은 물량이 배정됐던 일본 미즈호증권은 62억달러 규모를 신청해 공시된 물량의 7배인 22억달러어치의 공모주를 받았다. 미즈호는 미국 법인을 통해 일본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신청을 받아서 청약자 수와 청약 규모가 월등히 컸다는 전언이다.

미래에셋 측은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했으나, 미국의 상장 절차상 주관사의 재량권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래에셋 외에도 바이비트, 바이낸스월렛 등 암호화폐 플랫폼도 스페이스X 공모주를 받지 못했다. 크라켄 역시 신청액 대비 소량만 배정돼 대규모 환불 사태를 빚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활용한 '토큰화 공모주' 판매로 화제가 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IB)가 일방적으로 한국 투자자를 배제한 '코리아 패싱' 사례라고 보고 있다. 스페이스X가 미래에셋에 대규모 코너스톤 물량을 배정하며 초기 투자자 지위를 높게 평가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선 국내 투자자들과 미래에셋 간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은 공모 참여자들에게 "실제 배정 비율이 청약금액의 20% 안팎에 그칠 수 있으며 배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사전 고지했다고 밝혔다.

[단독] 스페이스X '0주' … 미 대표 주관사 골드만삭스 한국 투자자 외면
이번 IPO에 참여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결과적으로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편이 유리하지만, 주가가 급등할 경우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맞아떨어졌다"며 "상장일 주가 상승률이 20%대로 예상보다 높지 않았고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돼있다는 평이 많아서 오히려 공모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못한 게 다행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